지난 2005년 5월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11월 기본계획 당선작이 발표되었다. 여타의 문제를 차치하고 나서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시계획사에서도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도 행정을 중심으로 한 도시 조성사례는 많이 있었으나 새로운 도시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었으며, 따라서 21세기 들어 새롭게 건설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향후 세계 도시 조성 및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사례라 아니 할 수 없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첨단, 생태, 경관, 문화 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인해 새로 조성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이들을 어떻게 조화롭고 균형있게 담아 낼 것인가에 대한 세계의 시선은, 이를 추진해나가는 국내의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사한 해외 행정도시의 조성 사례는 도시 경관의 형성과정과 철학을 파악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추구해야할 경관 및 이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행정도시 외에도 도시환경이나 시스템, 경관적 측면 등에서 우수한 계획 도시 사례들도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취지에 맞추어 이와 유사한 인구와 혹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 행정도시를 사례로 건설과정과 경관 조성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행정도시 건설사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에 있는 행정도시로는 호주의 캔버라(Canberra), 브라질의 브라질리아(Brasilia), 그리고 최근 사례로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Putrajaya) 등이 있다. 캔버라는 20세기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행정도시 조성 사례로 볼 수 있고, 브라질리아는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적 사고에 충실한 계획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푸트라자야는 20세기 후반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최근의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는 행정구역상 호주 수도 특별구(ACT; Australian Capital Territory)에 속하며 정치, 행정의 중심지로 총면적 약 2,400㎢인 계획도시로 인구는 약 30만이다. '캔버라'라는 말은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Aborigine)의 언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을 지니며, 1901년에 창설된 연방정부의 수도를 놓고 시드니와 멜버른이 치열한 경쟁을 보이자 1911년에 결국 두 도시의 중간지역에 해당하는 캔버라가 수도로 지정되었다.
수도 확정 후 뉴사우스웨일즈 주로부터 공식 분할된 캔버라는 '세계 최고의 수도 건설'을 목표로 국제현상공모를 추진하였으며, 총 137명의 응모자 중에서 미국 시카고 출신의 건축가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 교수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때 그리핀은 자신을 스스로 ‘조경가(Landscape Architecture)’로 소개함으로써, 대상지의 자연경관 보전과 도시경관 조성에 남다를 의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핀의 안은 토지축, 공공기관축, 물의 축 등 세 개의 중심축을 설정하여 넓은 녹지, 기념비적인 건축물, 수변공간 등을 가지도록 하였다. 즉 홍수가 많은 평야 주변 강을 댐으로 막아 캔버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인공 호수 ‘벌리 그리핀 호수’로 바꾸어 풍부한 수변경관을 형성하고, 국가행정기능, 도시관리기능, 업무상업기능 등 도시의 세 가지 기능 중심을 삼각형의 꼭지점에 두고 각 꼭지점을 방사형으로 계획하여 기하학적인 도로로 연결하였으며, 그 외 도시 외곽 지역은 주거지로 계획하였다. 그리핀의 안은 기본적으로 전원도시였으며, 기하학의 구성을 기본을 지형을 이용하였다. 세 개의 언덕, 국회의사당, 공공센터 그리고 상업 센터가 거의 정삼각형을 형성하며, 길고 곧은 가로로 연계되어 있다.
캔버라는 완만한 경사지와 구릉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현대 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며, 캔버라를 상징하는 도시의 중심은 캐피털 힐(국회의사당)에서 에인즐리 산(전쟁기념관)을 잇는 축으로 연결하여 시각적으로도 매우 강한 상징성을 띄고 있다. 도시 내 건축은 주변 구릉지 높이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구릉지에 잘 어울리는 도시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캔버라는 계획초기 단계부터 주변 자연경관을 충분히 고려하여 조성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전원도시와 같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비슷한 규모의 면적에 약 30만 정도의 인구로 인해 인구밀도가 극히 낮아 중심축을 제외하고 보행공간이 거의 없으며, 이동을 위해서는 항상 자동차를 이용해야하는 도시 규모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세 개의 중심에서 뻗어 나온 방사환상형 도로와 격자형 도로망은 도시의 전체적인 식별성을 높여 줄 수 있지만, 가로별로 구분되는 특징이 없어 길 찾기가 매우 어려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캔버라는 그리핀의 초기안에서부터 주변 구릉지를 고려한 건축물 높이를 계획하여 지형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도심의 벌리그리핀호수 주변의 다양한 수변경관과 이를 따라 배치된 문화공간은 금강변에 조성될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신 지 훈 Shin, Ji Hoon
경주대학교 관광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