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머리에...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경설계’ 그 자체를 업으로 하던 내가 이 부분의 교육을 고민하는 입장이 되었다. 나름대로의 ‘설계교육’을 몇 학기 시도해 보았으나, 효과적인 노하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는 초년병이다. 한술 더 떠서, 근자에는 설계교육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곧잘 고개를 든다. “설계행위라는 것이 과연 본질적으로 (누구에 의해 제대로)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 등으로... 이럼에도 불구하고 본 원고를 준비하는 이유는 우리의 미래와 교육 간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의 조경교육을 전체적으로 조감하면서 보다 창의적인 앞날을 준비해야할 책무는 동시대를 사는 나에게도 절실한 과제이다.
‘조경설계연구회’라는 소모임은 우리의 ‘조경설계문화’에 대해 관심과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한국조경학회 산하로 발족한 분과연구회이다. 얼마 전 이른바 제2차 조경설계포럼에서 ‘조경설계교육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필자가 발제를 하고 다양한 계층에 계신 패널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풀어주셨다. 이후 전개될 몇 가지 이슈들과 이로부터 파생될 논의들은 본 포럼 등에서 제기되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필자의 평소관심과 경험에 의해 다시 여과된 내용들이다. 이러한 성격의 이슈들은 당연히도 사회적 관심과 괘를 같이한다. 조경설계교육의 특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이 글의 논지를 보다 분명히 하기위해 한 신문의 지면에 제기된 근자의 시론들이 동원되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조경설계 및 관련분야가 공감하는 부분과 개인적인 사견이 불분명하게 섞여있을 것이다. 애초부터 정답은 없을 지라도 효과적인 방법론은 있지 않을까 싶은 설계, 그리고 설계교육에 대해 별반 아는바 없는 필자에게 강호제위의 유용한 가르침과 활발한 댓글을 기대한다.
하나의 문제 - 실무와 대학교육간의 괴리
실무에 의한 대학교육의 평가가 좋았던 적은 별반 없었던듯하나, 오늘날 그 비판의 강도는 한층 더하는 듯싶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교육은 경쟁력이 없다.” “졸업하면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키워라.” “이론 위주로 가르치지 말고 최신기술을 가르쳐라” 등등은 기업(현장)에서 쏟아지는 대표적인 불만들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조경설계 역시 현장에서의 실천을 전제로 한 학문분야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이러한 비판에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 근원적인 질문 역시 가능해 보인다. 대학교육은 실무(현장)를 위해 존재할 때만 유의미한 것인가? 또는 대학교육에 의해 실무가 (제대로) 지원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등등... 초보교육자이지만 대학교와 취업용 실기학원의 교육을 물론 동일시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조경설계교육을 바라보아야 할까? 그리고 실무와 설계교육은 어떠한 관계로 맺어져야 할까?
문제의 고착성 - 양자 간 극복되기 어려운 간극
“우리의 대학교육과 산업체의 기대 간에는 커다란 불합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불합치의 생성원인은 무엇보다도 이들 간 어쩔 수없는 괴리와 격차에 근거해 있는 듯 보인다. 즉 대학과 산업체의 변화템포는 크게 다르다. 산업분야에서의 경쟁속도의 확산은 신입사원을 뽑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고 싶을 만큼 절실하다. 그러나 대학의 변화템포는 구조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교과목 하나 바꾼 효과는 1년이 지나야 알고, 교육프로그램을 바꾸면 4년이 지나야 결과가 조금 보인다. 또한 산업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기술과 장비의 격차 역시 커져만 간다. 산업체가 다루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면서 그 축적된 기술 위에서 새 기술과 장비가 또 다시 개발, 응용된다. 이러한 프로페셔널리즘에 비해 대학은 만년 아마츄어리즘을 벗어날 수 없다. 즉, 4년간 기본교육과 전공심화교육을 시키는 신입생에 대해 매번 출발점은 같아도 목표점은 기술발달로 인해 갈수록 높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이공계 기피현상, 고교 학습수준저하 등으로 출발점이 더욱 낮아진 것 아니냐는 자조도 등장한다. 아주 어렵사리 전공심화교육을 강화해 최신기술을 습득시킨다 하더라도 단 몇 년이면 수명이 다한다는 것이 이공계에 대한 오늘날의 산업발전 현실이다.”
이상의 논지는 조경설계실무와 설계교육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에도 부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유사한 의견이 연구회의 포럼 당시에 충분히 제기되었다. 즉, 대학교육에서 기본이 튼튼해야만 실무현장에서도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다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에서는 기본교육에 치중하고 전공심화교육의 일부는 산업체의 현장실험실습과 인턴쉽 교육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인용칼럼은 우리 조경분야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육은 학생-학교-교수의 선순환 관계구조 속에서 발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사회여건으로부터 파생되는 환경이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따라서 조경설계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나마 사회적, 제도적 틀부터 정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설계교육의 각 단계별로 보다 구체적인 교육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개념적 수준이지만 각 단계별 요구되고 있는 교육의 목표측면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갈등구조 개선을 위한 첫걸음 - 적성별 자원을 적소에...
작금의 조경설계교육을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개방된 국제경제상황 하에서 우리를 둘러싼 다음과 같은 현실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업계의 일반적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국내 조경학과의 배출인력에 대해 실무에서의 평가는 냉정하다... 흔히 ‘종합과학, 예술’ 운운하는 조경분야에 요구되는 적성은 다양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산업의 분화는 더욱 강화, 지속될 것이다... 등등.
그렇다면 이러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스펙트럼이 다양한 조경동네를 특화된 세부전공으로 특성화시키면서 보다 분명한 교육목표를 내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태조경, 조경디자인, 실내조경 등으로 부분적으로나마 특화되고 있는 근자의 움직임에 내실화를 더한다면 무척 고무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케 한다. 물론 세부전공별 깊이있는 공부는 대학원과정에서 본격화되겠지만, 학부에서 그 전이과정을 시행한다면 전체적으로 조경의 외연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유발케 할 것이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그간 교육행정 주무당국에 의해 종종 곡해되거나 무시되곤 하던 학과나 학교차원에서의 발전노력은 이제 보다 개방적 차원에서 지원,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 더하여 세부 전공별로 적성과 부합되는 자원을 선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즉, 디자인 또는 설계전공 지망자들에게 부분적으로 적성검사나 실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법,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자들과 전공을 연계하는 방법 등이 예가 될 수 있어 보인다. 관심 있어 하고 싶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교육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기에...
홍 윤 순 Hong, Youn Soon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