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은 공공시설이다.”
지난 10월 26일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이제는 남겨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는데 최근 정부가 부지의 일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할 가능성을 비침에 따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81만평 전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민족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부지 일부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개발이냐 환경보존이냐의 문제로 보이는 이 갈등은 미군기지 이전과 공원 조성비용의 부담에 대한 서울시와 정부의 입장 차이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용산은 서울의 한복판에 위치하지만 미군기지 부지를 국립공원으로 조성하게 되면 조성 및 운영비용은 중앙정부가 지출하게 된다. 한편, 부지 일부를 팔아 이전 비용과 부지 개발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녹색연합 등의 시민단체는 ‘개발’을 반대하며 시민에게 부지 전부를 공원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원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에서 용산 미군기지와 같은 부지는 마땅히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며, 주거시설이나 상업 및 업무시설로 매각한다면 가뜩이나 과밀한 지역의 환경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여론인 것이다.
서울의 공간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공공 소유의 이전 부지가 공원으로 조성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1986년에 개원한 보라매공원은 공군사관학교가 옮겨간 자리에 조성되었으며, 1992년에 조성된 용산공원은 광복 이후 주한미군사령부의 골프장으로 쓰이던 부지였다. 최근의 사례로는 정수장 부지였던 선유도 공원과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하늘공원이 있다. 국공유지의 대규모 이전 부지가 공원화된 사례들은 대도시에서 공원을 위해 다른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 어렵다는 현실의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 사례들이 입증하는 바는 도시공간에서 모두를 위하는 시설이자 다수가 찬성할 시설로서 공원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의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원은 사회적 합의가 비교적 쉬운 시설이다. 여론이 공원을 원하는 것은 공원이 그 어느 시설보다도 공공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주거지나 상업용지 등으로 개발될 경우 그 이익은 특정한 몇몇에게 돌아가지만 공원으로 개발될 경우에는 모두에게 혜택이 두루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은 공공적인가?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과, 서울과 평택 주민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은 공원이 그것의 입지와 비용 부담에서부터 반드시 공공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공원이라는 것은 어느 지역에 고착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가 멀수록 공원을 이용할 가능성은 당연히 떨어진다. 이 공원은 주로 서울시민, 그 중에서도 용산 일대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조성비용을 어쩌면 평생 그 공원에 가지 않을 사람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서울에서는 남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평택에서는 주민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된 미군기지 입지를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성된 공원 자체는 어떠할까? 공공성이라는 척도로 공원의 공간을 읽어 본다면 공원마다 공공성의 수준과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영역이 초개인적이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되거나 다수를 위해 존재할 때 ‘그것은 공공적이다’라고 부른다. 정의상으로 공원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공적이다. ‘모든 사람’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공원의 공공성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또한 공원을 통해서 누리는 혜택의 내용과 성격 또한 공공성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적이라는 것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취향이나 이해에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인 것을 의미한다. 공원은 모든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들로 구성되면서 동시에 다양한 매력을 갖추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편 공원을 만드는 주체가 공공성에 비추어 공정한 행위를 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이 지점에서 시민들이 참여하여 조성주체를 형성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을 보도록 하자.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서울어린이대공원은 골프장이었던 자리에 최소한의 시설을 하여 1973년 개원하였다. 과천 막계리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이 주가 되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1984년 문을 열었다. 1970년 초반까지도 서울에는 창경원과 몇몇 공원이 더 있었을 뿐 도시공원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한동안 시민들의 공원 경험이란 주로 이 두 공원에서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이 공원들은 주변 지역의 개발을 견인하는 등 서울의 공간 변화에도 굵직한 영향을 끼쳤다.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개원을 전후하여 접근 버스노선이 신설되고 간선도로들이 건설되었으며 인접 지역에 건축붐이 일게 되었다. 이삼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공원들이 많이 생겨났고 그 성격도 다양해졌다. 사람들의 생활상도 바뀌었고 도시의 물리적 공간도 많이 변모하였다. 서울대공원과 서울어린이대공원 주변 지역도 변하였고 이 두 공원도 변화하고 있다. 이 두 공원은 기억 속의 공원이자 현재에도 우리 곁에 있는 공원이다. 나름의 고유한 특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변화해야만 할 영역도 안고 있다. 두 공원의 성공과 실패는 지금의 공원들과 미래에 올 공원들이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유산이다. 이 두 공원을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공공성을 지닌 공원에 대한 기획이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장 보 혜 Jang, Bo Hye·수유연구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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