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조경을 위한 Earthwork
지난번 이야기에서 전통조경을 위해 아주 세심한 경관 읽기와 새로운 개발에 따른 신중한 Earthwork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가 있었다. 조경설계를 하면서 도면에 등고선을 그려가며 마운딩 처리를 하곤 하지만, 등고선을 그려가며 아주 자연스러운 지형을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는 일이다. 보다 자연스럽고 변화무쌍한 지형을 만들어 가는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직접 조형작업을 하는 것이지만 그건 특별한 작업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좀처럼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도 없다. 설사 그럴 기회를 만났다 하더라도, 생각과는 달리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등고선을 그려가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형설계를 해 갈 것인가?
지형의 처리가 매우 자연스러운 우리의 전통조경 기법으로부터 Earthwork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 아닐까 싶지만, 매우 아쉽게도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한, 전통조경에서는 어떻게 지형처리를 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도, 그에 관한 연구도 별로 알려진 바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우리의 전통조경에서 인공적으로 지형을 만들어 가거나 조작한 경우로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두어 최소한의 인공을 가미한 것이라 하니 결국 그럴 수밖에도 없지 않겠나 싶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전통조경의 기법으로부터 Earthwork의 모델을 삼아 전통을 계승할 기회도 애초에 차단되어 버린다.
전통조경에서 살펴 본 Earthwork
어떻게든 Earthwork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터이니 그 해법(?)을 하나쯤 제안해야 할 일인가 싶다. 어느 산이든 상관없다. 힘겹게 산 정상에 올라 발 아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과 들판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자.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모습을 뚝 떼어다 내 정원에다 옮겨 놓아 본다거나 아니면 공원의 한 부분을 그 형상으로 재현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고 치자. 말이 될 것도 같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만약 그게 어떻게든 가능하다고 친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조금 오래 전의 일이지만, 경주의 남산에 올라 선도산 일대의 경관을 내려다보면서 겹겹이 겹쳐 있는 크고 작은 산과 능선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어느 사이트에 통째로 옮겨 놓는 일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할까 싶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게 그리 불가능할 일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안압지의 무산십이봉이라 일컫는 Earthwork는 남산에서 바라본 선도산 일대의 경관이기 때문이다. 혹은 그게 무슨 밑도 끝도 없는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생각할 수도 있기에, 우선은 그렇게 가정해 놓고 보아도 좋다. 여하튼 나는 경주 남산에 올라 간 그 즈음, 이미 여러 해 동안 경주의 안압지를 다루고 있던 참이었다. 필요한 만큼의 결과를 도출하기까지는 한 7-8년 정도의 상당히 오랜 세월이 필요했었는데, 물론 그 대부분의 시간은 착각과 시행착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반복된 허송세월이었다. 오늘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있었던 Earthwork, 즉 선도산 일대의 파노라마를 모형으로 옮겨오는 작업에 관한 부분이다.
정 기 호 Jung, Ki Ho·성균관대학교 건축·조경 및 토목공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댓글(0)
최근순
추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