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여건을 배려한 옥상녹화가 필요한가 ?
최근 화제작인 환타지(fantasy) 영화의 백미인 "반지의 제왕" 첫 서두를 유심히 보면 호빈족이 사는 마을이 온통 자연에 흠뻑 빠져있는 걸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작자이자 감독자인 피터잭슨의 마음의 고향을 스크린 상에 연출하기라도 하듯이 자연의 일부로 인간이 거주하는 집이며 생활공간이 자연과 하나되어 조화로운 자연경관을 만들고 있다.
언덕 둔덕을 이용한 가옥의 배치, 옥상지붕에 풀을 심고 지붕을 위장한 옥상녹화,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의 마을배치 등 우연인지 제작자의 의도인지 몰라도 생태계를 고려한 지형 배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서울)터전은 어떠한가? 야산을 병풍처럼 에워싼듯한 고층아파트군과 경제개발의 논리에 밀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형 오피스텔 건물군을 보면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누려야할 일조권과 푸른산을 바라볼 수 있는 녹시권(綠視權)을 동시에 잃어버리게 된 것은 물론이며 또한 여름에는 고층 아파트군과 대형건물군의 시멘트가 뿜어내는 열기에 고통받으면서 산에서 스며들던 서늘한 야기(夜氣)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서울은 불투수포장율, 건축물 면적의 증가 등으로 녹지면적의 감소와 불투성면적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토양의 순기능과 물 순환 체계가 상실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녹지의 근원이 되는 토양과 물의 자연스러운 순환체계의 회복을 위해서 좀더 값싸고 손쉬운 틈새녹지를 만들기 위해 벽면녹화, 옥상녹화, 창문화단녹화 등 도시화된 공간에서 특수녹화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민간주택의 옥상보다 시청옥상이 먼저
이러한 맥락으로 서울시에서는 2000년도에 건축물 옥상녹화 시범 사업을 시청3별관 옥상건물에 직접 시행하여 두메부추, 채송화, 백리향, 세덤류 등의 30여종 초화류를 심어 작년 1년동안 모니터링 해본 결과 식물이입종 23종, 곤충류 10여종, 조류 3종이 찾아왔으며, 공사전 삭막한 콘트리트 옥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생태계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또한 2001년도 방문객중에는 흔히 옥상이 폐자제 창고나 각종 쓰레기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일반적인 옥상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아름답게 꽃과 나비와 잠자리가 날아드는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방수문제나 토양(인공토양), 식물의 하중문제 등 심도 있게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서울과 같은 과밀도시의 탈출구·옥상녹화
이렇듯 서울시 같은 과밀도시에서는 옥상녹화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나 옥상녹화에 대한 보급 현황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며, 분당 경동보일러사옥, 현대중앙병원 등 일부건물에만 도입되어 있을 뿐이다. 반면 일본 동경도에서는 작년4월 녹화 신기준에 의해 대지면적 1000㎡이상의 민간빌딩 및 250㎡이상의 공공시설빌딩을 대상으로 옥상면적의 20%이상을 녹화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2001년 4월에는 자연보호조례의 개정에 따라 옥상녹화가 의무화되어 세계 최초로 벌금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개발계획과의 조율
서울시에도 지구단위계획 협의시 지구단위계획 단지내 녹지가 서로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개념의 설계를 권장하고 있으며, 담장 설계시 생울타리(높이80㎝내외, 투시형담장등 포함) 조성지향, 건축 및 구조물 중 차폐구조물 발생시 전면부에 최소20∼30㎝정도의 선형식재 공간을 확보하여 군락식재와 담쟁이 등 벽면녹화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도시구조물벽면녹화활성화기법"과 "보급형저관리옥상녹화기법" 안내서를 제공하여 도심 속에 틈새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 - 서울특별시 녹지보전 및 녹화추진에 관한 조례의 제정
서울시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높은 지가로 인해 도심지내에 부족한 녹지를 지상에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건축물 옥상녹화를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서울시 전체에서 옥상녹화 가능한 평탄한 옥상 및 지붕면적은 약 253㎦에 달해 전체도시 면적의 약 70%정도이며 이는 실제로 우리시에서 옥상녹화가 가능한 건축물의 옥상 및 지붕면적은 200㎦이상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황량한 현대도시의 열악한 도시환경 개선과 도시생태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최우선적으로 시도해 볼만한 대안이다.
건축조례의 한계와 형식에 치우친 규정
또한 건축법 제32조 규정에 의하면 대지면적이 200㎡이상에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하는 경우 용도지역 및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당해 지방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의해 대지안의 조경 및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으며, 우리시의 경우 일반 상업지역내의 경우 대지면적이 500㎡이상의 의무조경면적을 적용 받는 곳은 극히 미약하며, 500㎡미만인 대지에 건축하고자 할 경우 대지안의 조경 설치 의무규정을 적용 받지 않으므로 대부분 조경을 설치하고 있지 않아 도심지내 녹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시와 시민이 힘을 모아야
이에 우리시에서는 체계적인 녹지보전과 지속적인 녹화를 통해 서울의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녹지보전·추진 및 민간분야의 조경관리 사항을 규정하는 "서울특별시녹지보전및녹화촉진에관한"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그 동안 추진해 온 각종 녹화시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향후 도시녹지의 체계적 보전과 확보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이러한 근거로 추진중인 건축물 옥상녹화 지원사업은 녹화지원 장려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자 보조금 지원 및 건축물안전진단, 옥상녹화기반 기술지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서울시특별시 녹지보전 및 녹화추진에 관한 조례 제3954호(2002.1.5) -
제35조(옥상녹화 등에 대한 지원) ① 시장은 민간 또는 공공건축물의 소유자 (관리책임자 등을 포함한다)가 옥상녹화 및 생울타리 조성, 창문화단 녹화와 벽면녹화 등을 하고자 할 경우 이의 활성화를 위하여 예산의 범위내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주택건설 촉진법 제31조와 건축법 제32조 등 건축 인·허가와 관련한 법적 의무조경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의한 녹화를 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경우 그 소유자는 규칙에서 정한 서식으로 시장에게 녹화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③ 옥상녹화 등에 대한 지원대상과 범위 등 그 구체적인 기준은 규칙에서 정한다.
※ 서울특별시 조경과 홈페이지 참조(www.green.seoul.go.kr)
향후추진 방향
도심지내 녹화공간 확보와 녹지량 확충을 위해 옥상녹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2002년도 조례개정과 더불어 세부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급형 저관리 옥상녹화 기법과 옥상녹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기술습득 정도가 미흡한 상태이며, 또한 옥상녹화 기법과 시공·설계 업체들간의 기술편차가 심해 옥상녹화를 대폭 확대 보급해 가는 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서울시로서는 옥상녹화를 성급히 확대 시행하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여 연차별 단계적·점증적으로 확대보급 해 나고자 하며, 올해의 경우에는 640백만원의 예산으로 민간분야와 접목시키는 시범연도로 보고 매칭펀드방식으로(시비50%, 건축주50%)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중인 내용은 기존건축물의 경우, 구조안전진단을 통해 대상지를 선정하되 도심지역 중 녹지가 부족한 지역, 불투수포장 비율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며, 신축건축물도(건축법상 의무조경면적과 관련한 옥상조경 시행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옥상녹화 파급효과가 있는 곳을 위주로 지원하되, 건축물 신축 설계시 옥상녹화기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계 부서에 협의하여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옥상녹화 선정지원·방법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가칭)옥상녹화자문위원회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현장확인 및 심의과정을 거쳐 지원할 계획이다.
이상과 같이 옥상녹화 지원에 대해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폭 넓게 지원되지 못하고 있으나 향후 도시녹화 전반에 대한 기술제공과 재정지원을 통해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구단위계획시 보급형 저관리옥상녹화기법을 적극 권장할 수 있도록 심의사항에 명시 또는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둘째, 민간 지원활성화를 위해 연차별로 지원금액을 확보하여 지원 대상지를 넓혀 옥상녹화에 대한 시민의 의식을 바뀌어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셋째, 공공부분에 있어서 학교녹화나 공공건물 신축시 보급형 저관리 옥상녹화기법을 적극 권장토록 할 것이다.
끝으로 도심지내의 녹화는 관(官)주도적인 지원과 권장·지도 수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태마인드 도시녹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행정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최 광 빈 Choe, Kwang Bin
서울특별시청 조경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