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했던 결실과 수확을 거쳐 화려한 자태로 온 산하를 물들게 했던 나무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나무의 세계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와서야 비로소 푸르름이 빛을 발하는 나무로 흔히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를 들지만, 추운지방에 형성된 숲의 또 다른 주인공 자작나무를 우리는 지나칠 수 없다. 하얀 눈에 덮이거나 덮이지 않아도 무리를 지어 숲을 밝혀주는 자작나무는 겨울의 진객으로서, 숲의 요정으로서 수많은 사연과 함께 성스러운 가치를 베풀어준 인류문화의 살아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자작나무가 속한 무리(Betula)는 전 세계적으로 약 60여 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북위 40도이상의 냉온대와 한대지역에 걸쳐 실로 광활한 분포면적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달나무나 거제수 등 여러수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자작나무의 자연 숲은 백두산지역에 가
야 볼 수 있다.
자작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서 자생지에서는 수고가 약 25m, 가슴둘레지름이 약 50cm에 이르는 큰 나무이다. 수관은 계란모양의 둥근형이나 순림을 이루는 곳에서는 피라밋형을 보여주기도 하며,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습성이 있어 다소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수피는 백화(白樺)라는 한자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순백색으로 마치 흰색의 물감을 바른 듯하며, 바로 이러한 특성이 이 나무를 최상의 관상 조경수 위치에 올려놓았다. 자작나무가 보여주는 늠름하고 미려한 자태는 겨울철 경관의 백미라 할 수 있으나 노란 단풍잎이 미풍에 속삭이는 형상 또한 놓칠 수 없는 가치이다. 자작나무는 다양한 장소와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경관적, 환경적 특성을 두루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로수로도 매우 적합하며, 또한 호반이나 평지 또는 구릉지에 자작나무 숲을 만드는 것도 훌륭한 이용이다. 숲 조성 시 하층에 구상나무나 전나무 등 상록침엽수를 배식하면 형상과 색깔의 대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자작나무가 무리지어 식재된 경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빼어난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식재되기보다는 후미진 곳의 공간 채우기에 맞춰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작나무가 주연배우로 연출되는 진정한 겨울철 경관(winterscape)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자작나무는 생태적으로 햇빛을 좋아하는 극양수성 수종으로 내한성, 내건성, 내공해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산성화된 토양을 선호하며 생장속도가 매우 빠른 수종에 속하나 수명이 짧은 것이 흠이다. 번식은 주로 실생법으로 하나 자생지에서는 맹아 및 천연갱신도 잘 된다.
9월경에 채집한 종자를 바람에 말려 실내에서 보관한 후 이듬해 4월경에 파종한다. 다만, 파종 1주전에 습한 모래토양에서 초기발아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
※ 키워드 :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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