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로제는 원래 소설가였으나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의 조경학 박사과정 교수로 채용됨으로써 프랑스 조경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몸과 경관의 관계에 관한 이론, 경관론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의 계보에 관한 연구, 경관에서의 예술의 기능에 대한 연구 등이 그의 주된 학문적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경관과 환경을 엄격히 구분하여 예술에서 시작된 경관을 주로 깊이 탐구했으므로 조경에 대한 과학적 태도, 즉 통계 수치나 그래프를 통해 환경 과학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조경학에 매우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가 조경학 박사과정을 지도할 수 있고, 조경을 이야기하며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그의 이력과 입장은 매우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조경계에서 그의 입지는 확고하며 그의 입장은 광범위하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런 현상이 어쩌면 조경이 잃어버린, 조경의 본래 모습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의 지적대로 환경 과학으로서만 조경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경관은 파괴되고 조경은 사라진다는 것은 점점 입증되고 있다.
조경은 분명히 현장의 일만은 아니다. 또한 조경은 과학에서 시작해서 과학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조경은 또한 철저하게 학문이기도하며 미학과 깊이 연관된 매우 흥미있는 분야이다. 학문으로 조경을 논하기 위해서는 조경과 관계된 미학적 논점들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 단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든지 관념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로 덮어버린다면 조경계는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할 궁극적 방법을 결코 찾아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점에 대해 알랭 로제가 인용한 칸트의 아폴로지는 새겨들을 만 하다.
매일 빙벽을 바라보고 살면서 빙벽이 왜 아름다운지 모르는 알프스 산골의 시골뜨기 대접을 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빙벽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왜 빙벽을 오르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볼필요가 있다. 또한 소설가가 조경학 박사과정을 지도하고, 도로 장비청의 전문위원회장을 수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키워드 : 경관, 예술, 설계언어, 프랑스, 디자인철학,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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