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과 정원, 생태소(生態素) 오늘날 경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곧 환경전체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경관을 만드는 모든 단계의 작업 과정에서 환경과 생태학, 도시와 인간의 문제 등이 마치 조경의 고유영역인 듯 이야기되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경관이 더 이상 한정된 공간만을 다루는 화두(話頭)가 아니란 점이다. 지리학, 도시계획, 인류학, 지질학, 역사학, 예술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언어를 길어 올리며 마치 대우주를 다루는 듯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되자 땅을 직접 일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관과 그들의 언어는 어느 한 편으로 밀려나 잊혀지고 있다. 지도를 펴고 바라볼 때 도로만 바라보며 그 사이에 끼워진 땅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는 언젠가는 문제점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그런땅들을 만날 때 그 땅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경관을 논하기 전에 땅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새나 짐승이 사는 황무지, 갈아놓은 전답, 개간 예정 잡목림, 수렵 금지구역, 밀림, 소택지 등등 땅의 다양한 모습들은 세계 각처에 걸쳐 한이 없다. 프랑스를 보면 마끼, 가리그, 마또랄, 말레, 샤빠랄, 핌보 등과 같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농부와 정원사들만의 직업적인 토속어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은어(隱語)들은 모두 땅이나 토종 식물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런 지역성은 모두 매우 뿌리 깊은 언어의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세계는 굳게 닫혀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사실 지중해로 면한 프랑스 남부 시골의 화초들을 보면 칠레나 호주, 캘리포니아, 남아공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토종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가시나무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해서 가 시나무과란 화초군의 범주를 만들어 볼 수있다. 즉 가뭄에 잘 견디며, 불에 잘 타고, 땅딸막한 형태이며, 가시가 있고, 침엽수 계통이며, 질기고 덤불을 이루는 특성을 지니는 식물로 그 공통점을 잡아낼 수 있다. 여하튼 각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고 약간씩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그 식물의 기의(記意enonce , 註: 記表와 記意의 언어학적 구분에 따름)인 셈이며 공통적인 것은 그 식물의 존재 양식이다. 이 존재양식을 지칭하기 위해 비옴(biome), 즉 생태소(生態素)란 단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어휘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이 자라나는 지방을 표현하는 은어적특성이 강하므로 식물의 다양한 이름을 이해하는 것은 또한 지구상의 여러 지역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정된 한 지역과 그 외부의 여러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서로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은 정원과 대자연이 서로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연관성을 가지는 것과 같다. 정원은 대자연에 기의(enonce)를 부여한 형태이며 대자연과 생태소(biome)를 공유하고 있다.
※ 키워드: 프랑스, 정원, 대자연,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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