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주도한 박훈씨는 뉴욕 유학시절 숱하게 보였던 사슴들의 시체를 서울 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뉴욕은 생태계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서 사슴이 마을 어귀와 도로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곧잘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여 죽기도 하고 적정 수준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일정 기간 일정 마리의 사슴 사냥을 법적으로 허용하기도 하는데 비해 서울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 사슴 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건전한 여가문화의 정착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일방적으로 계몽구호를 남발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자연으로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아이들과 연인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집 근처의 공원을 찾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지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 박씨는 모의 사슴사냥대회와 같이 자연을 무대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어쩌면 모를 일이다. 실물 크기의 사슴을 숨겨놓을 수 있을 정도로 숲이 울창해지고, 나아가서는 모형이 아닌 실제 사슴사냥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빛바랜 잡지의 한 귀퉁이에서 이 기사를 발견하곤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 키워드 : 사슴사냥 서울 프로젝트, 박훈
※ 키워드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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