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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디테일] 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
  • 환경과조경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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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의 공존. 겨울엔 둘 다 보이지 않고 건조하다. ⓒ이대영

 

조경사에서 접하는 이집트 정원의 장방형 연못, 이탈리아 빌라 정원의 노단식 분천, 프랑스의 기하학적 수로 등 인류 문명과 함께 한 수많은 물의 모습은 애초부터 ‘보이는 물’1이었을까? 아니면 자연이 만든 ‘보이지 않는 물’2일까? 경관용 꽃과 나무를 가꾸고 물고기를 기를 수 있도록 조성한 인공적 수경 공간이었을까? 아니면 농사에 필요한 물을 자연적으로 공급하고 흘려보내기 위한 기능적 수로일 뿐인가? 아마도 이 두 가지는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는 합목적의 결과물일 것이다.

스테이트타워 남산, 서울시 중구 회현동2가에 있는 이오피스 빌딩의 외부 공간에서 ‘보이는 물’과 ‘보이지 않는 물’을 살펴보자. 공개 공지인 이곳은 정방형 매스와 유리 파사드의 단순한 건축과 그에 걸맞은 단정한 외부 공간으로 예사롭지 않은 수 공간 디테일을 볼 수 있다. 두 개의 물이 기능에 따라 하나는 잘 보이는 곳에, 다른 하나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곳에서 공존한다. 습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물’은 뚜껑을 덮어 가리고 ‘보이는 물’은 치장하기 바쁜데 둘 다 여름 한 철 바삐 기능할 뿐 겨울만 되면 하릴없이 건조할 따름이다. 이 두가지 물은 분리할 이유가 별로 없다. 화강석 뚜껑(땅에 파묻힌 U형 측구의 덮개)을 열어 버리고, 거울못의 모서리(수조 마감부)를 잘라 측구 수로관 쪽으로 길만 터주면, ‘보이지 않는 물’과 ‘보이는 물’이 동시에 기능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그림1).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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