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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디올 앤 아이
충돌과 융합
  • 환경과조경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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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계공모 출품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들까지 갑자기 바빠지는 바람에 여유롭게 설계공모에 집중하려던 계획은 보기 좋게 깨졌다. 한쪽에서는 공개공지 녹지 면적이 부족해서 머리를 짜는 중이고 이 와중에 건축 심의 담당자는 말도 안 되는 위치에 벤치를 놓으라고 한다. 담당 스태프는 건축 실무팀과 온종일 통화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설계공모를 위해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토론 중이다. 여러 층의 역사가 쌓인 대상지에 어떻게 현대성을 담아낼지, 광역적으로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설득하거나 절충하면서 계획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뒤바뀌고 있다.

실질적인 프로젝트와 설계공모, 녹지 면적 2m2와 서울시 광역 계획, 벤치와 대한제국, 역사와 현대성 등 간극이 큰 키워드 사이에서 방황하는 동안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경관을 만드는 작업은 매번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새로운 조건의 일을 수행해야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자체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홀로 앉아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협의하고 수정하고 함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외적소통뿐 아니라 내부 스태프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영화 ‘디올 앤 아이’는 오트 쿠튀르haute coutre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통해 옷이든 경관이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란 서로 다른 것과의 충돌에서 융합에 이르는 힘겨운 여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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