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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노트] 협업을 다시 생각하다
프로젝트 팀 Terminal 7의 작업 과정
  •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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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작 ‘서울 연대기’의 아이디어 스케치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공모전 및 실무에서의 협업은 심사 기준의 충족이나 보고서 제출을 위한 형식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형식적인 협업이 아닌, 영역의 구분 없이 수평적 관계에서 세종대로 역사문화 공간 설계공모에 참여했던 플랫폼 형식의 프로젝트 팀 Terminal 7의 협업 과정을 소개한다. 이 협업에서 우리는 익숙한 사고와 디자인 방식을 확장시킬 수 있었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5명의 구성원과 5명의 리더

공모전 규모와 결과물(도판 A0 2장, 설계설명서 A3 15매 이내, 법규 검토 및 추정 공사비 내역 포함)의 양으로 미루어, 다섯 명이라는 인원은 일반 설계사무소의 인력과 비교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특히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기존의 설계사무소가 가지고 있는 축적된 노하우와 안정적 팀 구성은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 팀은 플랫폼 형식의 프로젝트 팀으로 5명의 전문가(뉴욕을 기반으로 한 건축가 2명, 조경가 2명, 도시설계가 1명)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원 간에 이력과 실무 경험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경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수평적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모든 구성원은 비판적이기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공모에 임했다. 이러한 접근 태도 덕택에 5명의 구성원은 자료 취합, 현황 분석, 브레인스토밍, 디자인, 프로덕션, 내러티브 구성 등 성격이 확연히 다른 디자인의 과정에서 각각 리더가 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초기, 대상지의 규모는 작아도 도시 맥락적으로 서울의 거대한 지하 공간의 시점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하나의 유형typology이 되어 추후 서울의 도시개발 사업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도시설계가의 거시적 안목을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전개되었고, 그 위에 조경가와 건축가의 생각이 더해졌다. 또한 디자인 과정에서 조경가는 협의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형태의 디자인 대안들을 제안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디자인 형태를 조언하였다. 이후 구체적인 지하 공간의 건축 형태와 프로그램은 건축가들이 주도했고, 지하 공간의 정원과 벽면은 조경가와 도시설계가에 의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그래픽 스타일과 결과물은 경험 많은 사람을 주축으로 각자 자신 있는 영역의 드로잉을 맡았다. 전반적인 과정에서, 마치 기러기의 비행과 같이 선두의 자리를 바꿔가며 모든 참여자가 유기적으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기존 설계사무소의 시스템이 아닌 수평적 관계의 상호보완적인 팀원 구성이 이번 협업의 바탕이 되었다.


각자의 영역이 아닌 통합된 장소의 디자인

이번 공모전은 국내외 건축사 자격을 요구하는 공모전이고, 일반적인 건물의 매스, 입면, 프로그램 등이 아닌, 역사문화 공간(지하 공간 포함)에 대한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디자인보다는 그 복합적인 주변 맥락(성공회성당, 덕수궁, 세종대로, 서울시청, 세실극장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담긴 공간을 제안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각자의 영역을 구분하여 디자인하기보다 하나의 장소로 대상지를 인식함으로써 초기 아이디어 협의에서부터 구체적인 디자인까지 건축가나 조경가가 아닌 통합적 디자이너로서 설계에 임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적 자세와 구체적인 평가를 배제하면서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를 열거하였다. 서울의 수평적 경관, 현대 도시의 수직적 경관urban depth, 유형으로서 대상지의 가능성, 역사적 층위로서 지하 공간에 대한 재해석 등을 바탕으로 우리는 서울의 다층적 경관을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였고, 두 가지의 디자인 원칙을 결정하였다. 첫째, 대상지의 상부는 비우고 간결한 형태의 표면을 만든다. 둘째, 서울의 수직ㆍ수평적 층위를 공간에 담는다. 이 두 가지 원칙으로부터 두 개의 다른 지붕 형태를 도출하였다. 장단점이 명확히 다른 이 두 개의 지붕 형태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조경가와 도시계획가는 연속적인 표면의 연결과 더불어 변화감 있는 지붕 쪽을 선호하였고, 건축가는 띄운 지붕의 형태를 선호했다. 이 과정에서 상부 공간과 지하 공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띄운 지붕을 선택했다. 이는 팀 구성원 모두 띄워진 표면 틈 사이로 보이는 경관 및 자연환경의 유입이 지하 공간의 다양한 경험을 유도한다는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후 작업에는 공간별로 전문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경가와 건축가가 각 영역의 디자인 주체가 되었다.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유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뉴욕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Dubai Waterfront 설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Milwaukee Lakefront Gateway Plaza Competition과 China Dachong Village 설계를 이끌었다. CA조경의 창립 멤버로 7년간 여러 공모전에서 당선을 이끌었으며, 올해 초 열렸던 서울역고가 국제지명 현상설계에 CA조경과 함께 참여했다.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DEAS(www.groupideas.org)라는 디자인 및 리서치 그룹을 만들어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전진현은 현재 뉴욕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New York Citi Bank Plaza 설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China International Garden EXPO 설계를 이끌었다. 하버드 GSD 졸업에 앞서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으며, 신화컨설팅에서 디자이너로서 실무를 쌓았다. 그는 휴먼 스케일의 디자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자가 삼차원 공간을 지각하게 하는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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