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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푸는 조경 디테일] 공간의 깊이를 더하는 미스트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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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수목원 생명의 숲 미스트를 통해 겹겹이 쌓인 공간의 켜를 느낄 수 있다. ⒸCAT 조경설계사무소

 

 

시각적 깊이, 기능적 깊이, 내용적 깊이

촉촉한 안개를 뿜어내는 미스트는 조경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깊이를 만들어 낸다. 미스트가 공간에 부여하는 ‘시각적 깊이’는 다양한 공간의 켜를 보여주는 스크린이다. 식물, 바위, 점경물, 사람 등 공간 속 크고 작은 개체 사이에 스며들어 공간에 다양한 깊이가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미스트의 ‘기능적 깊이’는 생물 공간으로서 가진 생태적 기능과 인간 활동 공간으로서 가진 체험적 기능을 말한다. 미스트의 수분은 공중 습도에 영향을 받는 식물과, 수분을 필요로 하는 나비와 같은 작은 곤충에게 훌륭한 서식 환경을 만든다. 갑자기 뿜어 나오는 미스트는 정원을 걷는 사람들에게 시원함, 신비함, 청량함 등 다양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미스트는 특별한 이야기와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서사적 도구로서 공간에 ‘내용적 깊이’를 더욱 짙게 만든다.

 

다양한 시도

조경설계를 하면서 다양한 시설, 식물, 공법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8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작은 녹지대 정비 설계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안개 시설을 현장에 우연히 접목한 게 미스트를 설계에 활용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설계한 작은 녹지대 주변에 여름철 관람객에게 시원함을 제공하기 위해 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미스트 시설을 설치했다. 미스트가 관람객뿐 아니라 식재 공간에도 다양한 시각적, 기능적 영향을 미치는 걸 보고 그때부터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스트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 첫 작업은 2021년 해운대 수목원 생명의 숲 프로젝트다. 임시 개장을 앞둔 해운대수목원에 새로운 숲 체험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를 진행했다. 수목원에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숲속을 걷는 체험을 제공하고,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수목원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특별한 경험 요소를 담고자 했다. 촉촉한 안개와 함께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정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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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에 식재한 속새와 어우러진 미스트 ⒸCAT 조경설계사무소

 

 

흐린 날, 맑은 날, 바람 부는 날

흔히 조경 공간에 미스트를 적용할 때 낮게 깔린 안개 사이를 걷는 분위기, 바위와 야생화 사이에 안개가 스며들어 만들어지는 여려 겹의 스크린 효과 등을 기대한다. 하지만 정작 연출된 장면은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야외의 열린 공간의 안개가 생각보다 금방 사라지고, 안개의 일정한 영역 유지가 힘들뿐더러, 수분 입자들이 제각각 갈 길을 찾아서 공중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미스트 발생기를 조작해 수분 입자를 무겁게 만들면 뽀얀 안개의 느낌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스트들이 물방울로 결합된다.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에는 원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연출되지만, 그마저도 건조하거나 고기압일 경우에는 물 분자가 금세 증발되고 공기 중으로 산란된다. 차분하게 낮게 깔린 안개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때는 저기압의 흐린 날이나, 아침과 저녁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개가 깔린 분위기 좋은 풍경을 담기 위해 이른 아침이나 해가 저무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지만, 정작 안개를 즐기는 아이들은 빠르게 사라지는 안개를 잡기 위해 허우적대거나 물 분자가 피부에 닿는 체험 자체를 즐긴다. 그래서 미스트는 흐린 날, 맑은 날, 바람 부는 날, 태양이 사선으로 비추는 때 등 시간마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환경과조경 433(2024년 5월호수록본 일부

 

 

김용희는 동아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CAT 조경설계사무소 소장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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