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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4.12m 이어달리기
  • 환경과조경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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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에서 『환경 그리고 조경』, 『환경 & 조경』을 거쳐 지금의 『환경과조경』으로 바뀌어 온 제호 변천사

 

올해 8, 통권 400호가 출간된다. 책상 바로 앞에 있는 창간호부터 202012월호까지 총 392권의 잡지를 줄자로 재보았다. 4.12m였다. 페이지로는 7만 장이 훌쩍 넘을 것이다. 무게도 재볼까 싶었지만, 김모아 기자가 그러다가 한 권씩 밖에 없는 보관본이 상하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며 고개를 저었다. 김기자가 퇴근한 후 재볼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다행히 사무실에 줄자는 있는데 저울은 없었다(나보다 많이 무겁겠지 따위의 싱거운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400호 돌아보기란 숙제를 끌어안고 시작된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일단 나눴다. 그래서 850이란 숫자를 얻었고, 나누기를 먼저 주장한 탓에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1호부터 50호까지가 내 몫이다. 1998년에 입사한 탓도 있다. 잡지사에 제일 오래 다녔으니, 가장 오래된 파트를 맡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나는 역으로 편집부 막내인 윤정훈 기자를 적극 추천했지만, 편집주간이 나를 지목하자 윤기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던 것 같다(, 기분 탓이었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나 2000년대였다면 400호에 대한 감흥이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영화 잡지만 해도 씨네21, 키노, 스크린, 프리미어, 필름2.0, 무비위크등등 다종했고, 씨네21은 한 때 주간 판매 부수 7만부를 기록했다. 한 달이면 20만부를 훌쩍 넘는 부수다. 문학 잡지나 패션 잡지는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독립 잡지들이 속속 생겨나서 잡지 생태계의 다양성은 커졌지만, 휴간과 폐간의 고비를 넘기며 장수하는 종이 잡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여기까지 쓰고 나니,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199812월에 입사해 19991월호인 129호부터 마감에 참여했고, 중간에 3년 동안 나무도시 출판사를 운영한 기간을 빼면 19년 동안 잡지사에서 일했다. 대략 230여 권의 잡지 제작에 직간접으로 손을 보탰다. 내 몫이 된 통권 1호부터 50호까지와는 무관하지만, 400호와 관련된 일련의 기획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201호에 실었던 열 개의 공간, 다섯 가지 시선이란 특집이다. 조경설계 전문가 200인을 대상으로 한국 조경 대표작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다섯 편의 리뷰 원고를 꾸렸다. 어떤 일은, 어떤 시기에만 할 수 있거나 어떤 시기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순간과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시기는, 아무래도 다르다. 정리하고 돌이켜보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1월이 제격이다. 129호나 400호나 그저 잡지 한 권일 뿐이지만 400호니까 할 수 있는기획이 있다(‘할 수 있는기획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닌데, ‘할 수 있는해야만 하는으로 느끼는 건 역시 기분 탓일 게다).


월간지라면 통권 50호까지 펴내는데 만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환경과조경통권 1호부터 50호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창간호는 19827, 50호는 19926월에 발행되었으니 정확하게 만 10년이다. 계간지로 시작해 격월간(통권 15)을 거쳐 월간지(통권 45)로 자리 잡아서다. 제호도 조경에서 환경 그리고 조경(통권 9), 환경 & 조경(통권 10)을 거쳐 지금의 환경과조경(통권 45)으로 바뀌어 왔다. 종로의 공평동 한미빌딩에서 시작해 뚝섬 시대를 지나, 내가 입사했던 역삼동 사무실에서 분당의 오피스텔로, 첫 사옥이었던 파주출판단지에서 지금의 방배동 사무실까지, 편집부의 책상도 일정 시기마다 옮겨 다녔다. 2007년도에 조경세계가 창간될 때까지만 해도 국내 유일의 조경 잡지였지만, 지금은 정원 잡지도 많이 생겼고 라펜트, 한국조경신문 등 조경 매체 상황도 꽤 달라졌다. 통권 306호인 201310월호부터는 박명권 발행인 체제로 바뀌어 영문 제호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변화가 시도되었다. 그럼에도 1호부터 392호까지 펴낸 38년 동안 바뀌지 않은 점이 있다면, 직사각형 국배판을 유지한 판형과 제호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조경이란 두 글자다(TF팀을 구성하여, ‘조경이란 두 글자를 빼고 제호를 스케이프’, ‘랜드스케이프 플러스’, ‘Landscape KOREA’, ‘L and Scape’ 등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를 100일 넘게 추진한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중략)

 

환경과조경 393(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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