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모한 1월호, 즐겁게 읽고 계신지요. 리뉴얼 이후 5년 만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매달 빠듯하게 마감을 쳐내는 스케줄, 디자인을 대폭 개편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팽선민 디자이너가 작심하고 능력을 발휘해 표지는 물론 본문 곳곳의 편집 디자인을 빛의 속도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새 디자인의 키워드를 물으니, 언젠가 어느 잡지의 ‘에디토리얼’에서 읽고 공감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문질빈빈’은 『논어』의 ‘옹야(雍也)’에 나오는 말로 내용과 형식이 충실하게 조화에 이른 상태라고 합니다. 바탕내면이 꾸밈외형을 이기면 촌스러워지고, 꾸밈이 바탕을 누르면 허세가 된다는 뜻도 품고 있습니다. 과월호를 뒤져보니, 2015년 1월호 ‘에디토리얼’에 ‘아름다운 잡지’라는 지향점을 말씀드린 적이 있군요. 까마득히 잊고 있던 4년 전의 다짐을 다시 새겨 “내용과 형식이 적절하게 호응하는, 텍스트의 메시지와 이미지의 효과가 하나로 움직이는, 디자인이 콘텐츠를 지배하지 않고 콘텐츠의 본질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잡지’에 한 걸음씩 다가서기 위해” 문질빈빈의 정신으로 늘 연구하고 실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해 첫 호에는 디자인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닙니다. 네 개 꼭지를 새로 기획해보았습니다. 이명준 박사(기술사사무소 이수)가 1년간 연재할 ‘그리는, 조경’은 조경 설계에서 사용되어 온 다양한 드로잉 유형, 매체, 기법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드로잉의 도구성과 상상성이 작동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기획입니다.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추적하고 진화 방향을 예감하는 지면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1년간 연재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변화시킨 거대한 힘과 물리적 세계의 단절적 전환,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생태적 영향을 리질리언스(resilience)의 렌즈로 탐사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도시화 50년사에 대한 공간.문화 비평을 시도하는 야심 찬 지면입니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는 한 명의 조경가가 석 달 동안 자신의 도면과 디테일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유용한 정보뿐만 아니라 실험적 아이디어와 독특한 설계 해법을 독자들과 공유할 이 지면의 첫 필자는 나성진 소장(얼라이브어스)입니다. ‘당신의 사물(思物)들’은 설계할 때 주로 쓰는 도구, 설계에 영감을 준 사물, 조경가의 일상을 드러내는 물건 등에 얽힌 짧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구성하는 지면입니다. 매달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될 이 꼭지의 첫 주자는 박경탁 소장(동심원 조경)입니다.
프로젝트 지면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내외의 근작과 설계공모를 엄선해 싣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비평과 함께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과 가작들을 소개합니다. 제주도의 대표적 지질 유산인 주상절리대의 경관 잠재력을 창의적으로 회복시키고자 한 여섯 팀의 작품,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합니다.
2019년 1월호는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김호윤 소장(조경설계 호원)특집호이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현장의 균형, 기술적 사고와 디자인의 조화에 방점을 둔 그의 작업 성향을 에세이, 작품,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2월호는 공동 수상자인 이호영·이해인 소장(HLD) 특집호로 꾸릴 예정입니다.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해나가길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