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종종 사람들이 발견하기 힘든 스케일에 존재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오늘도 묵묵히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자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봄날, 회양목에 달린 작은 꽃들을 보았는가? 본래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사정없이 깎이고 사람들의 발길질에 상처 입은 채 길거리의 먼지와 차의 매연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아무도 예쁘다, 멋있다, 알아주지 않는 회양목의 꽃은 꿀벌에게 소중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회양목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도시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박진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이다. 만드는 꿀의 양은 적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만드는 상품은 도시의 작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배려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양봉을 통해 벌을 따라가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이 보였다. 벌꿀은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에 따라 겉보기뿐 아니라 맛도 변한다. 개화하는 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꽃을 관찰하게 된다. 자연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생산된 꿀은 오염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법하지만, 검사 결과는 선입견과 다르게 나왔다. 오히려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 과수원 근처에서 키우는 벌들은 농약 때문에 죽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 모인 도시 양봉 교육생들은 임산부부터 퇴직자까지 무척 다양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부터, 그저 자연이 좋고 환경에 관심을 둔 사람들, 부업이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수업은 열띤 질문과 의견 교환으로 활기가 넘쳤다.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고, 거리에는 낙엽이 나뒹굴었다. 혜화동의 벌꿀 카페 아뻬 서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반비즈서울의 양봉가들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