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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다반사] 옥상에서 만나요
  • 환경과조경 2018년 2월
옥상에서 만나요.jpg
ⓒ에이트리

 

“언니, 오늘은 카페 대신 바에 가요!” 지난 여름,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결연한 M의 표정에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꼈다. M과는 벌써 4년 째,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은 만나는 친한 사이지만 함께 술을 마시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회사 영업부의 유일한 여직원으로 술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마신다며 질색을 하던 M이었다. 그녀가 이끈 곳은 시원한 그늘막이 인상적인 화려한 루프탑 바. 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를 선호했던 M의 새로운 일면을 본 것 같았다. 비싼 칵테일을 시켜 놓고도 옥상 경치만 구경하던 그녀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도 어쩐지 놀랍지 않았다. 모범 답안처럼 일탈을 모르던 그녀의 충동적인 결심도 그날의 분위기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중략)...
 
조한결은 전 『환경과조경』 기자다. 독서, 여행,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태 한량, 게으름뱅이로 송은문화재단 송은수장고에서 도슨트로 일하며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하지만 온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꿈이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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