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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탐독] 문학 속의 정원과 사람들
  • 환경과조경 2017년 11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정원

서양 문학사의 큰 기둥 중 하나로 14세기 이탈리아의 대문호 보카치오Giovanni Boccacio의 『데카메론』을 꼽는다. 『데카메론』은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백 편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액자 소설이다. 『데카메론』이 발표된 1350년은 유럽 인구의 5분의 1을 앗아간 대참사 흑사병이 돈 지 2년이 지났을 때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은 일곱 명의 젊은 여인과 세 명의 남자로, 이들은 흑사병이 번진 도시 피렌체를 떠나 한적한 시골 저택에 함께 기거한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는 가족, 이웃, 친구를 죽음의 도시에 버려두고 도망친 마음의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거운 빚을 거두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게임을 즐기며 원초적인 기쁨에 매달린다. 가장 중요한 일과는 매일 밤 여자 중에서 한 명의 여왕과 남자 중에서 한 명의 왕을 정해 이들이 정하는 주제에 따라 열 명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체류 기간은 14일이었지만 일주일에 이틀은 이야기를 멈췄기 때문에 열흘에 걸친 열 명의 이야기가 곱해져 총 백 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보카치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저택과 정원을 『데카메론』에 매우 상세하게 묘사했다. 또 이야기의 좌장이 되는 왕과 여왕이 정하는 주제도 식물, 정원, 인간의 예술, 자연으로 흘러갔다. 보카치오가 설정한 시골의 저택과 정원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당시 이탈리아 정원은 직선과 기하학적 형태, 완벽한 균형과 축으로 구성되고, 그 안에는 건축물, 조각물, 다리 등 인간의 예술이 가득한 곳이었다. 사실 이것만 본다면 정원을 지극히 인위적인 인간의 공간으로 봐야 할 테지만, 이 장소가 들어선 정원의 자리가 산중턱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끌어안고 그 안에 심어진 식물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둘러싸여 있다. 보카치오가 말하듯, 자연과 인간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 바로 정원인 것이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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