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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 일제 식민지기 풍경 사진의 속내
자연과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하여
  • 환경과조경 2017년 10월

일제 식민지기의 포토몽타주

한 장의 이미지. 일제 식민지기에 외국인 관광객, 주로 일본인 관광객에게 판매된 그림엽서로, 경성의 탑골공원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전경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남자가 쪼그려 앉아 공원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중경에는 한 사내아이가 동생으로 보이는 갓난아이를 포대기로 싸 업은 채 카메라 렌즈가 위치한 우리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육각당과 원각사지 십층석탑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는 조선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의 눈은 공들여 채색된 탑골공원의 초창기 풍경에 한동안 머물지만 이내 시선은 엽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경의 남자에게 되돌아온다.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가슴 아래로 주위 배경 이미지가 잘려 나가 남자가 도드라져 보이고, 이 때문인지 뒤편에 펼쳐진 프레임된 공원 풍경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것처럼 느껴진다. 남자 사진을 공원 이미지 위에 덧붙인 것인지 한 사진에서 남자가 위치한 자리의 배경만을 오려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떠한 경우든 이 엽서의 제작자는 공원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물을 분리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이 이미지는 여러 사진 재료를 조립해 만들어가는 포토몽타주photomontage와 흡사하다. 식민지기의 시각 문화에 등장하는 포토몽타주, 이 기법의 효과와 의도는 무엇인가. ...(중략)...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현대 조경 설계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20세기 전후의 우리나라 조경사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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