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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토니 에드만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딸에게
  • 환경과조경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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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신선한 이 영화는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딸에게 아버지가 보내는 위로를 농담의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자기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니 좋아할 거야”라는 동네 친구의 추천에 내심 기대했다. 바쁜 딸을 졸졸 따라 다니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일삼는 아버지의 행동,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 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도 참을성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영화 속 상황들이 떠올랐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며 옷매무새를 고칠 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갈 때, 만약 아버지가 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우리 딸 잘 살고 있구나, 그러실까?

‘토니 에드만Toni Erdmann’은 독일 영화지만 주요 배경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Bucharest다. 루마니아라면 코마네치라는 전설의 체조 선수밖에 모르는 터라 영화를 두 번째 볼 때는 생소한 거리나 공원 풍경에 시선이 꽂혔다. 영화 속 대화나 상황은 서유럽이 시장 경제에 뒤쳐진 동유럽 국가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루마니아는 공산 정권 붕괴와 혁명 이후 2000년대 들어서야 EU에 가입했으며 자금 지원과 외자 유입에 따른 투자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다. 

주인공 이네스는 석유 관련 회사의 컨설팅 일로 부카레스트에 와 있다. 개발 도상국의 기업 개혁을 추진하는 선진국에서 온 외부자인 셈이다. 올림머리에 타이트한 검은색 정장과 하이힐을 갖추고 운전기사와 비서의 수행을 받는 모습, 언뜻 보면 성공한 직업인이다. 실상은 고객의 눈치를 보며 기분을 맞춰야 하고 상사에게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불편한 업무도 해내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고단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자신의 욕망보다는 사회적 책무를, 자신의 윤리적 판단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헛기침으로 진심을 감춰보지만 스트레스로 자주 미간을 찡그린다. 늘 잠이 부족해 차만 타면 졸기 일쑤다. 이네스는 그런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보고 나서 기억되는 영화, 볼 때마다 다른 것이 보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서사보다 그 사이에 숨겨진 맥락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보는 독자가 있다면, 마치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 들면 좋겠다. 디테일과 스포일러일지 모르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묘사한 이유다.

 

환경과조경 352(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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