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 나무들의 대화
‘생명의 상자The Life Box’는 숲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상자 속에는 토양만 포장되어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자에 수분을 공급하고 며칠만 기다리면 하얀 실이 토양에 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하얀 실 뭉치가 바로 곰팡이의 균사다. 이같이 곰팡이가 퍼진 토양은 숲이나 공원의 토양으로 보충된다. 토양 속의 곰팡이는 나무의 뿌리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여 나무가 영양소와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숲 혹은 공원의 나무가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선을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는 ‘나무들은 어떻게 대화하는가How trees talk to each other’라는 강의를 통해 곰팡이 균사로 구성된 전화선이 숲과 공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므로, 기후 변화와 여러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녀는 숲에서 가장 오래된 ‘어미 나무Mother Trees’가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음 세대의 나무와 연락을 주고받고, 다음 세대의 나무들도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나무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거대하고 체계적인 숲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나무들 간의 연결성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와 정보가 자원으로 축적되어 잠재력이 향상된다. 커뮤니티에서 증가된 연결성과 잠재력은 예상치 못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이는 숲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킨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전진형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습지생태계 조성과 생태환경회복기술 개발,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활용한 도시 내 저탄소 경관 디자인 요소 개발 및 야생생물 군집 변화 모델링등 생태계 복원 및 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태학적 이론과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다양한 디자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단계부터 시공 후까지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여 대상지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생태적 조경 설계와 유지관리 방안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환경의 보존과 인간의 이용 및 개발의 조화라는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을 통한 생태회복성(eco-resilience)에 관심을 갖고 이를 조경 분야에서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