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수필집 『걷는 듯 천천히』에서 풍경과 영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어떤 풍경을 마주한 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내 쪽에 있는가, 아니면 풍경 쪽에 있는가?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세계를 생각하는가, 세계를 중심에 두고 나를 그 일부로 여기는가에 따라 다르다. 전자를 서양적, 후자를 동양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후자에 속한다.” “작품도 감정도 일단은 세계에 내재해 있고, 나는 그것을 주워 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보여줄 뿐이다.”
‘걸어도 걸어도’(2009년 개봉작, 2016년 8월 재개봉)는 감독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의 소회를 반영하고 있다. 삶의 어떤 순간, 한 가족의 기억을 담고 있다. 영화를 위한 구성이라기보다 생의 어느 한 부분을 툭 잘라서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가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다른 세상으로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건 다 내 이야기’다. 마지못해 억지로 한 일, 듣기 싫은 잔소리, 끝내 못 들어드린 부탁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 생각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