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LA가 아니라 뉴욕이었다면 어땠을까.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리피스 공원은 센트럴 파크로 바뀔 테다. 늘 막히는 도로 사정과 자동차 때문에 생기는 우연과 사건은 걷는 도시 뉴욕이라면 어떻게 변주될까. 무명의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 이야기라면 뉴욕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라라랜드’는 LA를 배경으로 한 달콤하고 아름다운 뮤지컬 영화다. 춤과 노래, 환상과 시공간의 압축으로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마법을 펼쳐 보인다. 전통 재즈를 추구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배우가 되기 위해 꿈의 도시로 온 미아(엠마 스톤 분)가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고, 꿈으로 인해 좌절하며 방황하는 이야기다.
빵빵, 요란한 자동차 경적 소리로 영화가 시작한다. 자동차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꼬리를 물고 정체된 채 하이웨이를 채우고 있다. 겨울임에도 28도까지 오른다는 라디오 방송이 흐르고, 형형색색 갖가지 자동차에서는 서로 다른 음악이 터져 나온다. 한 여자가 자동차 밖으로 나오며 노래를 시작하자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와 도로와 자동차를 무대로 한바탕 신나는 군무를 펼친다. 실제 도로에서 촬영한 이 경이로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날 즈음 하이웨이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LA 시가지가 보인다. 일반적인 화면보다 가로가 더 넓은 시네마스코프 방식(2.35:1)은 수평적인 도시 LA를 효과적으로 전시한다. 온화한 기후 조건, 다양성, 가변성, 수평성, 열정, 자동차 그리고 하이웨이. 첫 시퀀스에서 LA의 도시 성격을 요약하는 셈이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도시 이론가 에드워드 소자의 책들은 LA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앙리 르페브르의 계보를 잇는 포스트모더니즘 도시 담론에 빠져보실 독자는 번역서 『공간과 비판사회이론』, 그리고 『Postmetropolis: Critical Studies of Cities and Regions』와 『My Los Angeles: From Urban Restructuring to Regional Urbanization』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 환경과조경 346호(2017년 2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