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소미 ([email protected])
신년이지만 차분히 모임조차 하기 쉽지 않다. 혼란스런 시국 속에서 예술 작품에 몰입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예술은 검열과 금지, 각종 규율 속에서도 억압에 맞서며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호소해 왔다. 이와 관련해 오늘날의 시대상에 담긴 정서와 사회적 구조, 소외된 삶을 다루는 두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클럽 몬스터’와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동백꽃 밀푀유’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매주 광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의 가사다. 세월호 추모곡으로 등장한 민중가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는 시대적 참사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사회·정치적 진실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깃든다. 2016년 10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광장에서 시민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는다. 광장에서는 민중가요, 저항 가요, 인디 뮤직 외에도 현실을 풍자한 여러 패러디곡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익숙한 모양새로 입을 모아 합창한다. 정치 검열로 인해 꽤 오랫동안 금지곡이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주로부터 여러 도시의 광장으로 소환되어 역사를 마주한다. 현 정권 퇴진을 외친 ‘하야가’, ‘헌법 제1조’ 등 오늘의 시국을 반영한 새로운 곡들도 등장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정부를 향해 분노의 함성과 구호를 외치는 일이 주말마다 일어나듯이 변화를 향한 사람들의 갈망은 식지 않는다. 축제처럼 평화롭게 모여 있지만 분노로 인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은 뜨겁다. 집회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민중가요는 사회·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해 왔다. 뿐만 아니라 대중가요는 오랫동안 시대적 정황과 사회적 아픔, 애환을 표현하며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시국에 예술과 음악의 관계를 의미심장하게 다루고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소개한다.
대중음악과 예술의 저항 정신, ‘클럽 몬스터’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2017년 2월 26일까지 열리는 ‘클럽 몬스터(Club Monster)’는 대중가요로부터 영감을 얻은 현대 미술을 선보인다.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전시인지 유추가 쉽지 않은데, 사실 여기서 몬스터는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Metallica)의 한 노래 제목에서 유래한다. 전시는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세계인의 애창곡 108곡을 예술가와 공유하여 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현대 미술 작업을 전시한다. 전시 제목에서 지칭하고 있는 ‘몬스터’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함축하는 의미는 크다. “사회의 기득권을 가지지 않은 자, 사회 소수자들, 약자들, 빈곤층뿐만 아니라 각종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전시 기획자가 기획 노트에서 밝히고 있는 ‘몬스터’다.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억눌린 사람들, 바로 우리를 의미한다. 사람들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음악은 흥을 북돋우기도 하고 감성을 어루만지기도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음악이 인간에게 일으키는 힘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소통일 것이다.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종종 내면에 가려진 목소리를 거센 음성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참여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뮤지션으로는 밥 딜런, 존 레논, 레오나드 코헨, 핑크 플로이드, U2, 한대수, 신중현,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이 언급되며, 다수의 음악은 시대,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과 교감해온 노래는 시대를 불문하고 이렇게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현재의 삶과 새로운 공명을 일으킨다. 이 음악들은 개별 작가들의 작업에서 공명하는 현시대적 배경과 공명을 일으킨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5호(2017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도시 관련 비평을 쓰고 있다. ‘신지도제작자’(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2014)등 현대 미술과 도시 연구를 매개한 전시 기획을 해왔으며, 도시 개입 프로젝트 ‘마이크로시티랩’(2016)을 선보였다. 2016년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