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원 문화
최근 새로운 공원 문화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다. 그런데 공원 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 했다.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인지, 공원이 갖춰야할 요소인지, 공원의 분위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원이 어떤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공원이라 하면 초록이 흐드러진 풀밭과 나무, 이름모를 꽃과 벌, 나비, 곤충이 나풀거리고, 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흐르고, 일상의 노곤함을 달래며 유유자적한 걸음을 옮길 수 있는 길들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자연의 공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연의 축복을 받은 공간, 자연을 폭탄 투하한 공간…. 그런데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하게 하는 건 그곳을 즐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의 손을 부여잡고 깡충깡충 거리는 아이들, 유모차를 미는 부부, 휠체어에 의존한 장애인들, 삼삼오오 친구를 동반한 노인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 조깅을 하는 나 홀로 운동인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공원을 찾는다.
공원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공원이다. 풀과 나무만 있다면 그곳은 그냥 숲이다. 자연이라는 환경에 사람의 숨결과 활동을 불어넣기에 공원은 더욱 가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같다. 도시 공원은 더욱 그런 듯하다.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사람들은 공원에 가면 뭔가 편안하고 싱그럽고 막힌 숨을 쉬게 해 줄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있다. 갑갑한 숨을 토해내고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삶을 치유하는 등 공원은 사람들의 욕구가 결집되고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도시민이 공원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공원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연구자로서의 숙명이었지만 그 가치를 빛나게 한 것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공원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욕구에 불을 지핀 것이 사람 중심의 공원을 이야기한 필자와 하야리아공원포럼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1
공원에서 사람을 찾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의 공원이 공원을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어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공원은 단순한 자연 공간의 개념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고 공유하고 교류하는 활동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공원은 있는데 이용하기 어렵고 즐길 수 없다면 그 공간은 공원이 아니라 수목과 조형물의 전시 공간에 불과하다. 이제 사람들은 그런 공원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참여하여 즐기고 싶어 하고,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 한다. 결국 이러한 생각들이 새로운 공원 문화를 창출하는 힘이 될 것이다.
공원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과 공원에서 얻고 싶은 다양한 요구들, 공원을 통해 느끼고 싶은 크고 작은 만족감들로부터 또 다른 문화가 시작되지 싶다.
여성과 가족을 고려한 공원의 도시·사회적 역할
공원을 보는 또 다른 시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은 공원의 여성 친화성과 가족 친화성이다. 『부산의 꿈』과 『부산시민공원조성사업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설명한 바 있지만 이 글의 독자를 위해 간단히 소개를 하겠다. 2008년 당시 여성 친화적 공원 조성은 성 평등 정책분야에서는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2007년 서울의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일명 ‘여행프로젝트’에 자극을 받아 공원에서도 성별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기 시작했다. 마침 부산은 2008년 ‘부산시민공원 조성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그에 대한 성별 영향을 분석하여 고려할 사항을 점검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연구가 진행되었다.
공원 조성에 ‘여성·가족 친화성’이라는 변수를 넣어 생각해 보면 공원은 아주 다른 모습으로 조성될 수 있다. 공원은 여성 혹은 남성 그리고 가족이 이용하는 공동의 공간이다. 그런데 여성의 요구와 남성의 요구를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또 얼마나 가족 중심일까?
엄마만 공원에 아이를 데려 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발생하고, 이혼 가족과 한 부모 가족이 증가하는 추세에 여자아이를 데리고 혼자 공원에 온 아빠는 유아 변기가 없고 기저귀 갈이대가 없는 남자화장실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남자아이를 데리고 혼자 온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에게 공원은 즐거움의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홍미영은 부산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을 맡고 있다. 관심 분야는 정책의 성별영향분석평가, 지방재정 및 성 인지 예산 분석, 도시 정책의 여성 친화성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도시공원의 여성친화성 평가를 위한 탐색적 연구”, “지방정부 성 인지 예산의 도입과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공저로 『부산의 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