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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공원 설계 이슈의 변천
캠프 하야리아의 새로운 이름, 부산시민공원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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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리아공원포럼에서 발간한 책자인 『부산의 꿈』에 담긴 부산시민공원의 이용 예시

 

도심 공원을 비롯한 도시 공공 공간은 시민 가치의 표상이고, 그 설계안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욕망과 가치의 역학이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공공공간의 설계 작업은 최종적인 계획안의 내용보다 그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가치가 소통되고 합의되는 과정을 어떻게 반영하였느냐에 의해 정당성을 획득한다. 그 과정을 통하여 시민들은 타자의 상이한 가치와 기준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에 대한 담론 참여와 다양성 공유를 통하여 공공 공간을 공동체 공간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 글의 목적은 부산시민공원 설계 이슈의 변천을 살펴봄으로써 공원 조성에 있어서 설계의 역할과 구현된 공공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설계 이전 상황: 2005년 5월 이전

부산시민공원은 조성 그 자체가 커다란 정치적 과제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원만한 합의를 통하여 부지를 돌려받고, 마치 당연한 듯 이곳에 공원이 들어섰지만, 그 과정은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부터 미군 부대로 이어진 약 100여 년 동안 시민들에게 금단의 땅이었던 이곳의 주권을 회복하는 일이었고, 도심의 요지에 남아있는 군부대 이전적지를 다른 용도가 아닌 공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시민운동의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는 부지 반환과 환경 치유 협상과 같이 국내 최초의 선례를 남기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했고, 개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공원 외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는 정부와 개발업자들과의 정치경제적 문제를 넘어서야 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시민들이 부지반환을 제기한 1980년대 후반부터 개장까지는 25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되었다.


기본 구상안 작성: 2005년 5월~2006년 12월

초기 부산시민공원 조성은 정치 경제적 이슈들이 장악하였다. 설계는 부지 반환과 무상 양여 주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으로, 2005년 5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하며 시작되었다. 당시로서는 부지가 반환되기 전이라 대상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했기에 백지에 개념을 구상하는 수준이었다. 공원 설계를 마치토목 공사 수준으로 성급하게 발주하여 선정된 설계사는 만족할만한 계획안을 작성하지 못했고, 몇 달 후 용역 안에서 ‘시민공원 국제공모전’이라는 또 다른 형식을 통하여 계획안을 공모하는 이상한 설계 과정이 시작되었다. 국내 6개 업체가 지원한 첫 공모전에서는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하여 설계 용역이 중지되었고, 이듬해 다시 국제 제안공모전을 개최하여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를 선정하고, 소위 ‘세계적인 명품 공원’ 설계를 의뢰하게 되었다. 결국 100여년 외세가 점유했던 땅의 설계 역시 외국인에게 의존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문제는 누가 설계했느냐가 아니라 선정된 설계안의 내용이었다. 대지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시민과의 소통이 부재했던 2006년 11월, 설계자는 대상지에 대한 4개(구획(안), 주머니(안), 펼침/접힘(안), 물결(안))의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을 제시하였고, 위원회는 이 중 ‘물결(안)’이라고 불리는 구상안을 설계안으로 확정한다. 당시 회의록엔 결정 사유를 ‘한국적인 이미지가 부여된 물결(안)에 대다수가 동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그 회의에서 기본구상안의 후속 조치로 공원 프로그램을 선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즉 이곳에 무슨 공원을 어떻게 만들지 보다 세계적인 조경가가 그린 멋진 조감도가 먼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는 그 기본구상안을 원래의 한국 용역사에게 그대로 실시설계로 옮길 것을 지시하여, 2008년 2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완료한다. 그때가 부지가 개방되기 2년 전이었다.

 

 

김승남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카이저스라우터른 대학에서 건축 및 도시설계, 조경을 전공했다. 영화 연출, 시나리오 작가, 프로젝트 매니저 등 영화, 건축, 도시 분야의 다양한 경력을 거쳐 현재 일신설계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이자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이다. 이밖에도 광안리사람들(공동대표), 지역문화지 『안녕광안리』, 부산도시학교, 하야리아공원포럼, 부산공공건축포럼, 도시건축포럼B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산신항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도시개념공모와 행정복합도시 중앙오픈스페이스 국제현상공모 등에서 당선된 바 있으며, 부산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계획,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등 다양한 조경 및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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