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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_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환경과조경 2013년 5월

Kim, Ah Yeon

이번 호에는 조경 이외 다양한 분야와의 접점 속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조경가 김아연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었다. 지난 호에서 보다 전문적인 특성을 가진 분들을 소개하겠다고 언급했듯이 전통적인 조경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작가이자 교육자를 3회 인터뷰이로 모실까 한다. 한국 조경이 ‘조경가’에 조금 더 주목하고, 세계가 ‘한국 조경가’에 더 많은 조명을 비추길 기대하며 3번째 조경가 인터뷰를 시작해본다.

조경과 페미니즘
조경의 대안적 담론을 담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행된 『LOCUS2』 (조경과문화가 발행한 조경 무크지로 발행 당시 조경이 안고 있는 쟁점이나 과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자 했다)의 「여성, 페미니즘, 그리고 조경」이란 꼭지를 보면 이런 질문이 나열되어 있다.
“여성들이 특수하게 느끼는 것이 있을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이러한 차이가 여성들의 설계언어로 발현될 수 있을까? 설계언어로 발현된 감수성은 실제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여성들이 설계한 공간이 남성들이 설계한 공간과 다른 점이 있을까”
제목만 보아도 원고의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김아연 교수의 글에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러한 질문들을 되뇌었고 잘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들”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김아연 교수가 조경학과에서 공부할 당시 한 클래스에 30명 남짓한 학생 중 여학생은 2~4명 정도에 불과한 소수그룹이었다고 한다. 모든 교수는 남자였고 지금보다도 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들의 분위기가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감성적이기 보다는 논리적이고 권위적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발단은 ‘여자 선생님한테 배우면 조금 다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버지니아대학교 행 유학으로 이어진 결과를 낳았다.
 
김아연 교수는 “문학이나 사회 운동 측면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극히 드물거란 생각에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의외로 여성적인 관점에서 디자인을 연구한 논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조경에 관한 연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버지니아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마이어Elizabeth Meyer의 어느 글이 나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고 소회했다.

교량적 역할을 위한 관계 맺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가 김아연은 타분야와의 관계를 맺는 프로젝트나 개인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아연 교수는 여러 글을 통해 조경의 핵심은 관계성을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경은 사람과 자연, 인문학과 생태학, 미래와 과거의 창의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야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설계, 시공 등 세부적으로 분리되고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세부 분야의 관계적 측면을 활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
조경이 관계성의 학문이기 때문에 조경과 연계할 수 있는 실험적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또 조경 디자이너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관계성에 기반한 것인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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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자이너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니 사람들이 자신이 설계한 공간을 아껴줄 때라고 답하였다. 한 건축주는 바람에 날아온 잡초조차 디자이너의 의도인 줄 알고 없애지 못해 고민하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또 자신의 설계안과는 너무 다르게 시공된 어느 아파트 준공 현장에 우연히 들렀을 때, 스스로 실망스러운 그 공간에서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던 어린아이를 보면서도 부끄러움과 행복을 함께 느꼈단다.
사람들이 자신이 설계한 공간을 소중히 여길때,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기억을 만들고 싶어할 때, 조경가 김아연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동료들(나이의 위아래와 상관없이)과 스튜디오 테라의 식구들 덕분에 설계하는 일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한 우리동네숲 프로젝트, Art in Village, 철새협동조합 등 사람이야기를 담고자하는 프로젝트가 최근 눈에 띈다. 앞으로도 ‘이야기’가 담긴 조경가 김아연의 작품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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