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조경, 정원이라는 키워드를 불러낼 시점
Landscape와 Garden, 요즘 조경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뜨거운 이슈들이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조경’분야에서 Landscape라는 단어가 뜨겁게 다루어지는 이슈라니? 사전에 명시된 Landscape는 명사로 풍경, 눈에 띄는 모든 요소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동사로는 ‘조경을 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단어가 뜨겁게 다루어진다는 것은 즉, Landscape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 조경분야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음이다.
그동안 조경은 분야를 대표할 만한 모母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조경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인접분야의 간섭이 가속화되었다. ‘도시숲 조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 ‘산업디자인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오히려 조경분야를 침범하고 들어왔다. 도시 내 녹지 조성을 산림사업으로 산입시키려 하고, “조경”을 법적으로 건축서비스업에, “정원”을 수목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환경·생태 디자인이 조경과는 또 다른 분야로 인식되며, 환경복원업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심지어 조경분야에서 경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며 조경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며 지난 몇 년 간 조경분야는 심한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3월 22일 강남 예인스페이스 세미나실에서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홍광표, 이하 전통조경학회)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홍광표 회장(동국대 교수)은 “건설경기의 악화로 조경 산업 자체가 위축되어 있다. 특히나 전통조경이라는 것은 한정된 분야를 다룬다는 오해로 인해 다른 학문분야보다 침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통조경학회가 실천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통조경학회가 앞으로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할지 논의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특히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사안은 ‘학회명칭 변경’에 대한 내용이다. 전통조경이라는 명칭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개칭해야 할지, 만약 개칭한다면 어떠한 명칭이 적합할지 다양한 논의들이 오고 갔다. 전통조경학회는 1980년에 설립되었다. 이후 1989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정원학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왔고, 학회의 외연 확대를 위해 ‘한국전통조경학회’라는 이름으로 개칭한 이후 외부에는 정원과 무관한 학회로 비춰져 왔다. 오히려 타 분야로부터 왜 ‘전통조경학회’가 정원을 다루려고 하느냐는 항의까지 듣는 실정이다. 정원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