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조경의 경제학] 조경가의 경제학적 스타일 2
Economics of Landscape Architecture: Economic Style of Landscape Architects 2
  • 환경과조경 2016년 4월

GYEONG01-1.jpg

아파트가 식상한 도시인에게 그들이 막연하게 꿈꾸는 정원이 있는 집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한다면, 더 나아가 아파트에 충분히 만족하는 도시인조차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매력적인 정원이 있는 집을 제시한다면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경가가 추구하는 바와 시장균형의 변화

지난 호에서는 조경가의 예술적 스타일을 논할 수 있듯이 경제학적 스타일 또한 논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그 접근방법으로 부동산시장의 일반균형에 관한 경제 모형, 즉 DW모형을 살펴보았다. DW모형은 부동산시장을 크게 임대시장, 매매시장, 건설시장, 관리시장 등 네 부분으로 나눈다. 각 부분시장은 내부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한편 외부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부분시장 간 파급 효과는 임대시장 → 매매시장 → 건설시장 → 관리시장 → 임대시장의 순환 흐름을 가진다. 앞선 부분시장의 균형이 다음 부분시장에 영향을 미쳐 그 균형을 바꾸어 놓고, 같은 현상이 그 다음 부분시장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모든 부분시장이 더 이상 변화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일반균형’이라고 한다. <그림 1>은 부동산시장이 일반균형을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에 별다른 충격이 없다면 이 상태는 영원히 지속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시장에 어떤 충격이 왔는지에 따라 네 부분시장 중 하나 이상의 그래프가 바뀐다. 그러면 위에서 살펴본 쳇바퀴를 다시 반복하여 새로운 일반균형을 찾게 된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는 금리나 물가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도 있지만, 시장 참여자의 행태도 포함될 수 있다. 정원시장에서는 ‘조경가가 추구하는 바’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지난 호에서는 ‘정원이 있는 집’을 대상으로 조경가가 ‘고객’, ‘미래’, ‘대중화’,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경제학적 스타일의 예로 들었다. 이제 그 각각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 보자.


임대시장에 충격을 주는 고객 지향적 스타일

조경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조경가의 고객은 자신이 이용할 정원이 필요해서, 또는 자신의 고객이 이용할 정원이 필요해서 조경가를 찾는다. 둘 중 어느 경우든 정원의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발주처가 아닌 이용자가 조경가의 궁극적인 고객임을 알 수 있다. 정원의 이용자는 임대시장의 수요자다.

정원이 있는 집을 고객 지향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작가로서 만족스러운 정원을 디자인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고객 지향적 디자인은 마케팅에 충실한 디자인을 말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은 시장 분석, 그중에서도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소비자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market segmentation, 그 중에서 주된 공략의 대상을 선정하고target market, 동일한 대상을 표적 시장으로 하는 경쟁자와의 비교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도출하고market positioning, 마케팅의 핵심 요소인 4P, 즉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매 촉진promotion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마케팅의 전형적인 절차다. 여기서 조경가의 창의성은 제품, 즉 정원이 있는 집의 생산에 있어서 소비자의 니즈를 안성맞춤으로 만족시키거나, 더 나아가 소비자를 놀라움과 감동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1 아파트가 식상한 도시인에게 그들이 막연하게 꿈꾸는 정원이 있는 집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한 다면, 더 나아가 아파트에 충분히 만족하는 도시인조차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매력적인 정원이 있는 집을 제시한다면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객 지향적인 조경가의 스타일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그 결과는 우선 임대시장의 충격으로 나타난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요곡선이 위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수요자가 이전에 비해 같은 수량이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같은 가격이라면 더 많은 수량을 소비할 의사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정원이 있는 집의 수량은 늘어날 수 없으므로 임대시장의 변화는 임대료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충격은 다른 부분시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즉 매매가의 상승, 건설량의 증가, 재고량의 증가를 초래하는 것이다. 네 부분시장을 한 바퀴 돌아 증가한 재고량은 <그림 2>에서와 같이 임대시장의 단기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킨다. 이는 다시 임대료를 하락시키고, 쳇바퀴는 더 이상 재고량의 변화가 필요 없을 때까지 지속된다. <그림 2>는 이러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수요곡선이 이동하기 전(실선 사각형)과 후(점선 사각형)의 균형 상태만을 보여준다.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