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공간, 특히 조경 공간을 설계할 때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사람의 이용을 전제하는 것이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예측하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절대 설계가가 의도한 패턴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또 다른 어려움 중 하나는 방향, 길의 흐름을 잡는 일이다. 사람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으며 필요한 길의 폭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본이 되는 기능적인 큰 흐름을 먼저 만들고 작은 흐름을 덧붙여 공간과 공간의 연결을 도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공간을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핏줄에 비유하면, 큰 동맥(큰 선)에서 뻗어나간 수만 갈래의 작은 실핏줄이 신체 기관(공간)을 연결하고 분리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본디 길이란 연결하기 위한 것이지 분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길이 전체 공간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공간 활용에 부담을 주는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아야 하기에 길 만드는 일은 몹시 예민한 작업이다 공간을 계획하는 디자이너라면 늘 전체 공간을 적절하게 배분해 쓰임이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온 신경을 곧추 세울 것이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길의 부피를 줄여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간 활용이 쉬우려면 길은 단순히 연결 기능만 수행해야 한다. 디딤돌로 길을 만든다. 이 길은 많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연결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 길이 부피를 적게 차지하기 위해서는 면이 아닌 점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듬성듬성 놓아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연결의 기능을 수행하는 디딤돌은 최고의 효과를 가진 재료다. 견고하며 필요에 따라 쉽게 제거하고 변경할 수 있어 가변적인 재료이기도 하다. 재료의 선정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도 할 수 있다. 재료 선택의 폭이 이처럼 넓은 설계 언어가 또 있을까.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