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개관한 지앤아트스페이스Zien Art Space는 도자 예술을 기반으로 한 복합 문화 시설이다. 대개 복합 문화 시설이라는 용어는 랜드마크적 건축물과 다소요란한 사이트 플랜, 대형 환경 조형물, 그리고 수많은 인파 등을 연상시키기 마련이다. 문화와 소비의 결합을 축제적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복합 문화 시설은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판타지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곳일 것이다. 그런데 이곳 지앤아트스페이스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크게 튀지 않는다. 자연녹지 지역의 건폐율 제한 때문에도 그러했겠지만, 슬쩍 둘러보았을 때 강하게 감지되는 형태적 잔상이 크지 않다. 오히려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길 건너편의 백남준아트센터로 몰리기 십상이다. 심지어는 가로와 접하는 면에 자작나무 숲을 조성하여 대상지를 조금 더 가리고자 하는 시도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는 꽤 큰 규모의 시설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에서는 분절된 몇 동의 건축물을 보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선큰 방식의 구성을 통해서 얻는 또 하나의 이익은 바깥으로 보이는 산만한 경관을 레벨 차이를 통해 차단함으로써 대상지 내의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