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조경』이 토포텍 1TOPOTEK 1(이하 토포텍)을 밀어주는 이유가 뭐죠”
토포텍 특집이 장장 100여 쪽에 걸쳐 수록되었기 때문에 나온 물음은 아니다. 2월호 잡지가 막 서점에 깔리기 시작한 1월 29일 열린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자회견장에서 공식 발표된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탓이다. 지명 초청된 일곱 명의 작가 중 토포텍의 수장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가 포함되었는데, 누가 봐도 시기가 참 공교로웠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첫 번째, ‘저의가 뭐냐’는 의심의 눈초리파. 잡지 리뉴얼 이후는 물론이고 그 전에도 이 정도 분량으로 특정 오피스를 다룬 적이 없는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역 고가의 초청 작가가 발표된 시기에 맞춰서 이렇게 상세하게 토포텍을 다룬 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두 번째, ‘안 그래도 궁금했다’는 호기심 해소파. 국내 작가 3인(조민석, 조성룡, 진양교)과 MVRDV의 비니 마스Winy Maas는 알겠는데, 장영호Chang Yung Ho(Atelier FCJZ)나 후안 헤레로스Juan Herreros(estudio Herreros), 마르틴 라인-카노의 작품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 어떤 성향의 작가인지 궁금했는데, 그중 한 명이 특집으로 다루어져서 궁금증이 일부 풀렸다고 했다. 이외에 ‘서울역 고가와 토포텍이 무슨 관계가 있죠’라고 되묻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2월호의 코다CODA 지면을 통해 김정은 팀장이 밝혀놓았듯, 토포텍 특집은 다섯 달 전부터 이른바 겨울 춘궁기용으로 저장해 놓은 아이템일 뿐이다.
“사진은 가을 풍경인데,
왜 대담에서는 겨울철에 방문했다는 대목이 나오는 거죠”
디자인 엘의 작품과 박준서·오형석 소장의 대담이 편집된 교정지를 본 어떤 이가 물었다. 조경 잡지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국내 작품 춘궁기에 해당한다. 한겨울 풍경을 선호하는 이들도 일부 있겠지만, 아무래도 겨울철 외부 공간 촬영은 여러 이유로 꺼려진다. 국내 작품 촬영은 이 시기에는 올스톱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9월부터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궁리와 섭외가 시작된다. 토포텍 특집은 단행본 출간 제의가 특집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겨울로 미뤄둔 경우이고, 이번호에 실린 디자인 엘의 한국동서발전 신사옥과 엔씨소프트R&D 센터는 미리 섭외와 촬영을 해놓은 케이스다.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는 작년 10월 15일에, 울산에 위치한 한국동서발전은 10월 28일에 촬영해 놓았다가 이제야 소개한다. 하지만 대담은 본격적으로 3월호 작업에 돌입하기 시작한 1월 30일에 이루어졌기에, 가을 사진임에도 겨울 이야기가 등장했다.
“뭐, 재미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형식이 전에도 있었나요”
대담자로 모신 오형석 소장(디자인로직)이 섭외에 응하며 던진 질문이다. 최소한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라고 답했다. 작품을 소개하며, 그 작품을 주제로 설계자와 또 다른 조경가가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경우는…. 가장 비슷했던 경우는, 작년 2월에 실린 김이식 소장(이화원)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힐 가든’과 그에 대한 허대영 소장(스튜디오 테라)의 비평인 ‘가장 보통의 미술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우리는 허소장을 섭외하며, 이른바 ‘동료 비평’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같이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만 할 수 있는 코멘트가 분명히 있지 않겠느냐고 꼬드기면서…. 박준서·오형석 소장의 대담과 마찬가지로 김이식·허대영 소장도 한 테이블에 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허소장이 이야기를 듣고 별도로 에세이를 써 내려간 것과 달리, 이번 대담은 그 자체가 고스란히 지면에 옮겨졌다.
“이번호는 왜 유난히 마감 일정이 빠른 건가요”
어느 필자의 하소연이다. 하소연은 정말이지 우리가 하고 싶다. 하필, 설 명절이 마감이 절정으로 치닫는 2월 중순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다. 빼도 박도 못할 일정이다. 더구나 5일 연휴다. 엎친 데 덮친 까닭은 2월 달이 28일까지밖에 없다는 슬픈 사실이다. 게다가 올해는 28일이 토요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27일에는 잡지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보다 5일 빨리 마감을 시작했지만, 일정을 맞추기가 녹록치 않다. 결국 편집주간부터 막내인 양다빈 기자까지 모두가 연휴 마지막 날인 일요일 출근부에 도장을 찍었다. 10년 넘게 잡지를 만드는 동안 2월이 되면 늘 누구에게랄 것 없이 하소연을 쏟아냈다. “도대체 누가 2월 달은 28일로 달력을 만든 거야”
“편집주간이 일요일에도 나오세요”
지면에 담기에 적절한 소재는 아니지만, 은근히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작년 1월호부터 에디토리얼을 쓰며 등장한 ‘편집주간’이란 직함을 갖고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잡지 제작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지를…. 구구절절 써놓으면 교정 단계에서 이 대목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으니, 특집 기획, 필자 섭외, (간헐적으로) 국내 작품취재, 수록되는 모든 원고의 교정 정도를 하고 계시다고, 짧게 답해 둔다. 제목인 ‘오답’은 5문 5답에서 ‘5문’을 생략한 의미이기도 하지만 오답誤答, 즉 잘 못된 대답이란 뜻도 있다. 독자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런 시시콜콜하고 시답잖은 뒷이야기가 분명 아닐 터이니 말이다. 언젠가 정색하고, 한 번 답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