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 박원순?’ 전시 제목을 보자마자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그 박원순이 맞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작가로 데뷔했다. 무려 그 이름 세 글자를 전면에 내세운 개인전이다. 시장은 어떻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을까. 전시를 기획한 예술가들 덕분이다. ‘서울-사람’은 서울시의 개발 담론에 문제의식을 느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본인들을 ‘박원순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규정하고, 박원순 시장을 60대 중견 작가로 ‘가정’했다. 그렇다, 이번 전시는 박 시장 본인이 기획한 것이 아니다.
3월 8일부터 3월 24일까지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진행된 ‘박원순 개인전’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 중 일어난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통해 현대 한국 도시 정책의 현주소를 돌아본다. 을지로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자 심승욱, 오세린, 일상의실천(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정용택, 차지량, 최황, 한정림, CMYK 총 8팀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전시의 코디네이터를 맡은 차지량 작가는 기획 의도의 첫머리에 이렇게 서술했다. “서울의 어떤 풍경이 사라지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모이던 날, … 2019년 1월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들의 문제가 또다시 가시화되던 시기였고, 그러한 현상에 반응한 예술가들이 을지로에 모였다.”
청계전-을지로 일대는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동서 약 40만㎡의 땅은 8개 구역으로 나뉘어 전면 철거 대상이 됐다. 박원순 시장 재임 후인 2014년, 기존의 8개 구역은 점진적 정비라는 명목하에 171개 구역으로 쪼개졌고, 곧 오피스텔과 주상 복합 아파트 등이 빼곡하게 세워진 조감도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메이커 시티’로 만들겠다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 세운상가와 주변의 수많은 제조업 점포가 일군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조치였다. 2018년 10월, 각종 공구상과 금속 가공 공장이 밀집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중 3-1, 4, 5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되어 작년 말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전시 기획 팀은 철거가 예정된 세운3구역 인근 화랑에서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장은 조명 상가 사이에 끼워진 듯 놓인 건물의 3층이다. 약 1m 폭의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의 을지로 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지나한 층 더 오르면 대형 화환이 관람자를 맞이한다. 시장의 첫 개인전을 축하하는 의미로 전시 기획 팀이 보낸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