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시네마 스케이프] 라이언
집으로 가는 길
  • 환경과조경 2017년 5월

lak349(2017년5월호)_웹용.jpg

 

구글 어스로 고향 집을 찾은 실화를 그린 ‘라이언’을 보고나면 새삼 어릴 적 동네가 궁금해진다. 로드뷰로 찾아보니 초등학교 때 살던 동네가 아파트 단지로 변해 있다. 작은 마당이 있던 우리 집은 큰 대문 집 옆으로 난 골목의 네 번째 집이었다.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거나 연탄재를 눈에 굴려 이글루를 만들며 놀았다. 술래잡기, 배드민턴, 고무공으로 하는 미니 야구, 골목에서 놀 거리는 늘 풍성했다. 셔틀콕이나 고무공이 큰 대문 집 담장을 넘어가면 가슴 졸이며 벨을 눌렀다. 커다란 개가 컹컹 짖어댔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나와 남동생은 늘 함께 놀던 두 번째, 세 번째 집 남매들과 술래잡기를 했다. 캄캄할 때까지 놀다가 우리 집 남매가 서로 충돌해 동생 이마가 찢어지고 내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옆집 오빠는 훗날 공군 사관생도가 되었는데, 어른이 된 한참 후까지 내 가짜 앞니를 놀렸다. 그 모든 추억이 ‘래미안’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봉인되어 있었다. 영화 ‘라이언’의 주인공은 들판과 골목과 집이 25년 후에도 예전 그대로 남아있어서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구글어스로 주인공이 예전 기억을 확인하는 장면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나의 작은 골목을 떠오르게 만든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또 다른 실화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의 불법 개인 정보 수집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이야기다. 이메일이나 문자뿐 아니라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노출되는 사생활이 정보 수집의 유용한 소스가 된다는 사실, 공포 영화보다 더 오싹하다. 스노든을 보고나면 당신은 반드 시 노트북 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이게 될 것이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