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수영장. 레인 한쪽 끝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코앞에 바닥의 타일이 보일 정도로 깊이 내려간다. 손발을 뒤로 크게 휘저어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레인의 절반쯤에 다다르면 숨이 찬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갔다 오면 속력이 줄어들 테니 ‘조금만, 조금만 더’를 되뇌며 손발을 재촉한다. 드디어 반대편 끝에 손이 닿는다. 수영장 바닥을 치고 올라와 참았던 숨을 몰아 마신다.
레인을 잠영으로 헤엄치고 나면 실력이 좀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초급반 때에는 키 판을 부여잡고 얼굴을 물 밖에 내놓고도 숨이 가빴는데…’하며 몇 번이고 자꾸만 잠영으로 수영장 바닥을 오간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일과를 시작한다. 메일을 확인하고 원고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져 좀처럼 집중하기가 어렵다. 참았던 숨을 하루 종일 나눠 쉬는 기분이다.
숨 가쁘지 않아요? 오랫동안 수영을 해온 분들이 숨을 쉬며 하라고 건네준 말이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해야 느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가볍게 들은 것이 뒤늦게 생각난다. 이제는 적당한 호흡법을 생각한다. 때때로 속력을 줄여 숨을 넉넉하게 쉴 것. ‘조금만 더’는 즐겁지만 이후 밀려오는 피곤함은 무거우니까. 내일도 수영장에 다녀오고 원고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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