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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에밀 졸라의 『쟁탈전』과 새로운 파리
  • 환경과조경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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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모습, 그것도 과거의 모습을 보려면 우선 역사책을 뒤적인다. 정설로 인정받은 사건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외전이 더 흥미롭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문학 작품을 본다면? 허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삶의 면면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나 사건은 강렬하되 문체는 건조한 19세기 프랑스 소설은 당대 사회 연구의 훌륭한 자료다.

 

가령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에서 자주 언급한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인간희극(La Comedie humaine)18307월혁명부터 18482월혁명까지의 시기를 다룬다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감정교육(L’Education Sentimentale』)2월혁명부터 제2제정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이어 에밀 졸라(Emile Zola)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는 제2제정 시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샅샅이 훑고, 마르셀프루스트(Marcel Proust)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는 벨 에포크 시기를 추억한다. 이 중 조경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에밀 졸라의 쟁탈전(La Curee)1을 소개한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이부형제에서 파생된 루공 집안과 마카르 집안 후손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에밀 졸라의 소설 모음집이다. 총서의 두 번째 작품인 쟁탈전은 루공 집안의 셋째 아들 아리스티드 사카르와 그의 가족을 다룬다.

 

오스만의 파리 재개발이 막 시작되던 무렵 아리스티드 루공은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일찌감치 정계에 발을 들인 형 외젠은 그를 파리 시청의 도로 담당 보좌관 자리에 앉히고, 성도 바꿔 형제임을 숨기게 한다. 사카르로 개명한 아리스티드는 한직에 불만을 품지만, 그 자리에서 도시 재개발과 관련된 고급 정보를 꿰찰 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카르가 투자 자본이 없어 전전긍긍하니, 가문도 좋고 지참금도 충분한데다가 젊고 아름답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급히 혼처를 찾는 르네가 나타난다. 때마침 부인도 병사한다. 사카르는 르네의 지참금과 상속 부동산을 바탕으로 투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일련의 토지 수용 보상을 통해 파리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시골에 맡겨둔 아들 막심을 파리로 불러들여 사카르와 르네, 막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 에밀 졸라, 조성애 역, 쟁탈전, 지만지, 2012. 2010년 지만지에서 출간된 축약본과 1996년 고려원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원서 정보는 다음과 같다. Emile Zola, La Curee, Livre de Poche, 1984.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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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이이세 2020-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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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라는 말 매우 개성 넘쳐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