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대에 호스만 612를 장착한 채 어깨에 올렸다. 등 뒤에는 다른 카메라와 노출계 장비들을 잔뜩 넣은 가방을 짊어졌다. 가방과 카메라 무게를 합치면 10kg은 족히 넘었을 듯하다. 주말이면 늘 남한산성에 올랐다. 20대의 젊은 나는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고 있었고, 카메라와 남한산성은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는 소중한 물건과 장소였다. 꽤나 오랜 시간이었다. 남한산성의 모든 장소를 다니고 또 다녔다. 남들이 모르는 암문을 찾아 사람 발길이 드문 곳으로 다녔고, 산성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던 장소가 있다.
동문을 거쳐 장경사를 지나면 다섯 개 옹성 중 하나인 신지옹성이 보인다. 앞만 보고 산을 오르다 보면,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 너머의 옹성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오른쪽 아래의 작은 암문을 지나야 마주칠 수 있는 신지옹성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방어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곡선의 유려함은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김상윤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 전문사 과정을 중퇴했다. 스튜디오 테라와 프로젝트팀 O3scope를 거쳐 현재 에이트리 정원 디자인 & 시공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자연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식물과 관련한 컨설팅과 설계 및 시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