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대구의 도시 문법, 조경 문화로 읽다] 편집부가 꽂은 대구 책갈피
  • 환경과조경 2023년 10월

이번 특집 의도 중 하나는 한 권의 잡지를 후루룩 훑어보는 것만으로 대구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다. 대구라는 도시의 역사와 특징을 완벽하게 읽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지게 만들고 여행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지면을 꾸리고자 했다. ‘편집부가 꽂은 대구 책갈피’는 『환경과조경』에 실렸던 대구와 관련한 기사를 정리해 소개한다(1982년~2020년). 모든 장면을 포착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구의 조경사에서 중요한 지점 몇몇을 이어 변화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글의 제목, 발행년월을 표기해 언제든 궁금해지면 책갈피가 꽂힌 책장을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환경과조경은 2014년 이전에 발행한 잡지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단, 가입은 필수.


지방도시의 녹지행정: 대구직할시의 녹지 행정

이재환, 1989년 3월호

산업화의 여파로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지방자치제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지방 도시의 바람직한 녹지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피는 특집을 기획했다. 서울특별시와 당시 직할시였던 대구, 인천, 광주를 다뤘다. 당시 대구직할시 도시계획국 녹지과장 이재환이 글을 썼다. 대구시 녹지 공간의 현황 및 이용 실태, 대구 공원 정책의 기조 및 공급 지표, 개발 계획의 문제점 및 개원방향, 녹지 공간 창출에 대한 의견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대구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라 도시의 과밀화를 겪고 있었다. 더불어 소득 증대에 따른 여가 선용 기회가 확대되며 시민들은 공원, 녹지 공간의 확충과 시설의 수준 향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부응해 대구는 1982년 ‘제1차 5개년 공원, 유원지 개발계획’(1982~1986)을 수립해 두류공원과 범어공원을 비롯해 8개소의 도시공원을 개발 조성했다. 이어 ‘2차 5개년 공원, 유원지 개발 계획’(1987~1991)을 수립해 팔공산 자연공원을 활용해 개발 광역관광권을 형성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녹지 공간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절대적인 녹지 공간이 부족해 유지·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그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gal01-1.png
대구시 녹지 현황도

 

 

캠퍼스 조경: 경북대학교

김용수, 1990년 11월호

전국 대학교의 캠퍼스 조경을 살펴보는 연재 꼭지에 경북대학교를 소개했다. 당시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 김용수가 글을 썼다. 경북대학교는 1946년 대구사범대학, 대구의과대학, 대구농과대학을 모체로 문리과대학과 법정대학을 신설해 1952년 국립종합대학교로 개편됐다. 당시에는 25만평 규모의 부지에 12개 단과대학 87개 학과와 6개 대학원의 154개 학과를 갖추고 있었다.

경북대학교 캠퍼스는 본래 산격동과 북현동 일대의 야산이었고, 지반 대부분은 청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극한 극서로 유명한 대구의 기후 특성으로 인해 식생 생육의 기반이 좋지 못했다. 교육 기능의 역할을 초월해 더 큰 스케일의 단지 혹은 도시로서의 질을 겸비한 활기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부적절한 식생 기반과 기후 악조건을 고려해 쾌적한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 꽃시계를 비롯해 일청담, 지도못, 야외 박물관, 교시탑과 시계탑, 야외 공연장, 장미원, 운동 공간, 학생회 관할 광장, 다목적 강당 앞 광장, 본관 앞 광장 등이 조성됐다.


태창철강 성서공장

1992년 12월호

1992년 도시환경문화상 조경부문 수상작 중 하나로, 설계·감리는 녹지환경연구소가 맡았다. 일반적으로 공장 조경은 공장의 본래 기능인 생산 기능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창철강 성서공장의 경우 토지이용계획단계에서부터 인공적이고 딱딱한 공장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나아가 종업원의 후생 복지, 지역 사회에서의 봉사 등 여러 측면에서 조경에 보다 많은 역할을 부여해 정원의 위치와 면적을 결정했다. 공장은 부지 안쪽으로 배치하고 길이 120m, 폭 40m의 정원을 과감하게 대로변에 접하도록 조성했다. 대로를 따라 높이 3m 정도로 계획했던 옹벽은 1m 이하로 낮춰 경사면으로 처리했다. 더불어 투시형 담장을 설치함으로써 외부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개방된 정원을 전개시킨 것이 핵심이다.

 

gal02.png
태창철강 성서공장 마스터플랜

 

 

대구광역권 녹색플랜과 환경보전전략

이석희, 1996년 5월호

특집 ‘지방자치단체 녹색플랜과 환경보전’의 두 번째 시리즈에 수록된 글이다. 당시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개발실장 이석희가 글을 썼다. 주요 내용은 대구의 입지 특성과 개발 여건, 환경 오염 실태, 녹지자연도, 환경 보전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등이 다. 당시 대구는 ‘지방의제 21’의 제정과 환경도시 선포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대기, 수질, 생활환경의 오염을 적극 예방하고,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각종 환경 사업과 연계해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1차, 1996~2006)을 진행했다. 11년간 천만 그루의 나무 심기를 목표로 추진해 1,093만 그루를 심었으며, 그 성과로 한국조경학회가 주관하는 2001년 제1회 한국조경대상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

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기초단체, 연구 기관 등에서 110회에 걸쳐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2차 사업(2007~2011)은 담장 없는 열린 문화 실현,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권 녹지 및 공원 확대 조성, 시민과 함께하는 쾌적한 숲의 도시 실현을 목표로, 3차 사업(2012~2016)은 양적 목표 달성을 넘어서 디자인 질을 높이는 녹화 사업으로 추진됐다. 2017년부터는 미세 먼지 절감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를 목표로 4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험적 도시가로 테마공원: 들샘공원

1999년 2월호

대구시 북구 동북로 229에 위치한 공원으로,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가 설계했다. 대상지는 예부터 맑은 샘물이 솟아나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해서 ‘물새미’라 불리던 곳이다. 북구의 ‘휴먼도시 북구 창조’ 발전 계획에 따라 테니스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부지를 도시가로형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바꾸었다. 공원법상으로는 어린이 공원에 해당하지만, 지역의 상징성을 지녔으며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 이용 중심의 단편적인 기능을 위주로 하기보다 지역 주민의 정서와 문화 행사를 담는 복합 용도의 공동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공간감과 인지성을 높인 주진입광장, 중앙수변광장, 휴게광장, 조형벽체, 놀이 공간과 가로 공간으로 구성된다.

 

gal03-1.png

gal03-2.png
중앙수변광장과 조형벽체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사옥

1999년 9월호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사옥의 조경은 조경과 박수미가 설계하고 감독했다. 토목 공사 일정이 늦어지며 식재 공사 물량의 80%를 식재 부적기인 혹서기(6~7월)에 시공하게 되었는데, 여러 노력을 기울여 하자 발생률을 최소화한 과정을 담은 기사다.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생육 기반 조성 공종을 조경 공사 설계 단계부터 적극 반영해야 한다. 둘째, 조경용 보조 약품의 국산화 및 사용 기준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셋째, 수목의 대형 용기(컨테이너) 재배가 정착되어야 한다. 넷째, 식재 공사에 유지·관리비를 적극 반영해 철저한 사후 관리를 꾀한다. 다섯째, 부적기 시공의 경우, 적기 시공과 시공 단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장감독 박수미와 함께 확장 구간을 감독한 이흡 과장(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조경과)은 “조경 관리는 사후 관리만이 아닌 공사의 시작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하며 공사의 엄연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암지 수변공원

1999년 10월호

대구시 북구 구암동 349에 위치한 공원으로,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가 설계했다. 당시 대구의 여러 저수지는 도시개발로 인한 농지 감소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대상지 역시 농지가 택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매립될 저수지였으나, 조경가의 강력한 권유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으로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완성된 공원에 많은 시민이 찾아와 대구 경실련이 실시하는 도시환경문화상에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설계 주안점은 자연성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였다. 기존 저수지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저수지 동쪽 일부 밭으로 이용되고 있는 평지를 집약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동쪽에 전망데크, 계류, 놀이 시설, 체력 단련 시설을 설치했다. 전망데크 주변에 무대 개념을 도입해 친수 공간의 이용성을 함께 도모했다. 반면 자연학습장으로의 기능을 위해 수변에는 목재 데크를 조성해 저수지와 사람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켰다.

 

gal04-2.png
수련, 가래 등을 식재해 생태 학습 공간으로 활용한 목재 데크

 

gal04-1.png
저수지의 물과 지하수를 끌어올려 조성한 야외무대 겸용 도섭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1단계 완공

1999년 10월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1단계 구역이 완성됐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대구에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고자 49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계획했다. 1만3천여 평 중 1단계 구역에 해당하는 2천 7백여 평에 종각과 광장, 진입로, 조형 분수, 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광장에는 달구벌대종이 설치된 종각이 들어섰는데, 종각 후면부에 조성될 잔디밭과 함께 대규모의 행사장으로 쓰이도록 계획했다. 광장의 바닥 포장에는 종의 울림을 상징하는 곡선을 반영했다. 진입부에서 시작하는 산책로에는 단풍나무를 열식하고, 그 아래 아이비와 옥잠화, 맥문동, 원추리를 군식해 숲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원의 일부를 완성해 개장했음에도 하루 1천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특히 동성로와 가까워 젊은 층의 유입이 활발했다.

 

환경과조경 426(2023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