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조경학 교육인증의 첫걸음을 떼다] 조경학 교육인증 논의를 시작하는 첫 질문
  • 김아연
  • 환경과조경 2023년 11월

조경학 교육인증이라는 화두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나는 반대”라고 단언한다. 인증 준비의 지난한 과정에 대한 부담, 인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교의 도태에 대한 걱정, 학교 다양성 저하와 획일화, 대학원 과정의 위축에 대한 우려, 개별 교수의 재량에 맡겨져 있던 수업 내용의 공개와 평가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등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인증은 융합 시대의 학제 간 협력을 저해하는 근대적 칸막이식 교육 제도라고도 비판할 것이다. 많은 사람은 건축학 교육인증이나 공학 교육인증의 폐해를 논거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이 모든 이유는 일면 합당하다. 그러나 “지금의 조경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 입시 인기 학과 리스트에서 조경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고, 학부제로 합쳐지면서 정원이 줄어들거나 학과 이름에서 조경을 폐기한 대학(원)도 등장했다. 학교별 커리큘럼의 차이는 특성화 혹은 차별화로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조경학의 정체성을 의심할 만큼 이질적이다. 얼핏 평화로워 보여도 학과 교수진 내 전공 간, 세대 간 불화가 없는 대학이 드물다.

 

2022년, 대한민국 조경 50년을 맞으며 지난 50년의 기록과 성찰, 앞으로 50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다양한 기획과 행사가 진행되었다. 교육은 한 분야의 전문가를 생산하는 근간이지만, 작년에 쏟아진 조경의 전/후 반세기에 대한 논의에서 교육과 관련한 진지한 반성과 새로운 비전을 보지 못했다. 첨단 학과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학회 내 교육 분과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식물과 자연과 생태와 공원이 좋아 조경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은 현장과 멀어진 교과목보다 오히려 각종 정원박람회 참여를 더 중요시 여기는 듯하다. 유튜브나 블로그, SNS에 교육 현장을 비판하는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발언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와도 이를 체계적으로 수렴해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역시 없는 상황이다. 대학 랭킹과 연구 업적에 대한 압박은 교수자의 시간과 노력을 교육보다 연구에 맞추도록 유도한다. 교육은 전적으로 교수 개인의 역량에 내맡겨져 있다. 타 교수의 수업은 불가침 영역이라, 수업 간 연계에 대한 학생들의 요청이 해마다 쇄도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몇 년 전 조경학과 교육이 “식빵 위에 얇게 잼 바르기” 같다고 토로한 학생이 있었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공감했다. 열악한 교육 환경, 낮은 국제적 경쟁력, 부족한 재교육 시스템도 오래된 문제들이다. 백년대계가 필요하다는 교육, 대한민국 조경 100년을 향한 반세기를 새로 시작하는 이 시점에 “나는 반대”라는 말로 일축하기 전에 고질적 교육 체계의 실태를 점검하고 반성적 논의와 성찰적 모색을 시작해야 할 절실함과 절박함을 느낀다.

 

2006~2008년, 한국조경학회는 교육인증제를 검토했으나 큰 진전없이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시 조경학회는 단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계획‧설계 관련 학과의 전문가들과 연합해 계획설계학교육인증 방안을 논의했다. 이론과 실천 혹은 학계와 현장의 괴리와 단절, 교육 방법의 미비, 범용 전문가(generalist)와 특수 전문가(specialist) 육성 교육의 미분화, 이론-실습 과목 편성 순서의 부정합, 특정 분야 편중, 교육 내용-방법의 불일치, 그리고 학교 교육 이외의 재교육 미비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1 이 문제들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생성형 인공 지능의 확산 등 사회적‧기술적 변화는 교육 현장의 도전과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경학 교육인증은 궁극적으로 조경의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증명하고 인정받는 동시에 그러한 인정의 대가로 품질의 보증과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공공의 약속이다. 2021년부터 조경 자격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의 세부 사업 중 하나로 조경사(造景士)(landscape architect) 제도 도입을 선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중이다.

 

 

환경과조경 427(2023년 1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홍윤순, “조경교육인증제 도입을 위한 커리큘럼의 방향(안)”, 한국조경학회 내부 세미나 자료, 2007.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및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 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경 교육에 대한 고민을 몇 개의 글로 발표해왔고,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한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