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한 서울,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2016년 늦여름, 다시 마주한 서울을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는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도시사회 분야의 전문 학술 용어를 대중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흥미로웠던 건 젠트리피케이션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이었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 문제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실은 젠틀(gentle)하지 못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정부의 간섭이 종종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경제적 약자의 ‘비자발적 이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부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쇠퇴한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기존 주민보다 부유한 주민이 유입되어 침체됐던 지역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활기가 넘치게 되는 재생 효과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서구의 도시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도시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가 사실상 어렵다. 노후화된 주거 지역의 고급화 현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과 사회 계층의 변화가 주로 나타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에는 주거 시설이 카페나 레스토랑 또는 부티크 같은 상업 시설로 건축물의 용도가 바뀌는 주거 지역의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대부분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주거지의 환경 개선이 대부분 정부에 의한 대규모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통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서
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의 핫플레이스(hot place)들은 대부분 후미진 골목길의 낡은 주택을 상업 시설로 개조한 곳이다. 경제적 자본이 제한된 소상공인들에게 단독 주택 또는 다세대 주택의 1층이나 반지하층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곳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이며 개개인이 충분히 상업 시설로 개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의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주택이 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소상공인들에 의해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강북의 후미진 골목길은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에서 찾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탐색의 장소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4호(2020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경신원은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다. 15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주택 및 도시(재)개발 분야의 교육자, 연구자로 활동해왔다. 버밍엄 대학 도시 및 지역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10년에는 미국 워싱턴 D.C. 도시 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 겸 컨설턴트로, 2014년에는 MIT의 SPURS(Special Program for Urban and Regional Studies) 연구원 겸 케임브리지 연구원(Cambridge fellow)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MIT의 RCHI(Resilient Cities and Housing Initiative) 연구팀의 일원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및 주택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와 ‘오마이뉴스’에 도시 및 주택 문제를 다루는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