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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 사례
  • 환경과조경 2006년 9월

독일은 장애인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 왔다. 이는 단지 시설적 측면에서의 노력이 아니라 현재 각종 법에 명시 되어 있어, 이에 의해 점차 발전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평등함을 주장하는 이러한 법 조항들은 결코 문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고스란히 적용되어 장애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처음에 독일에 유학을 와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독일내 장애인들과 정상인은 그 구분이 없이 그냥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자신들을 소홀히 하는 각종 편의 시설 및 제도들이나 혹은 너무 특별한 대접이나 시선 때문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독일의 장애인들은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 외에 어느 하나 정상인과 다르게 대접받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이러한 관심 속 무관심이 결국 장애인들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일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한국과 같이 국부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설치되어 있다. 장애인들 중, 특히 휠체어의 경우는 도심지내 어디든 다른이들의 도움 없이 갈 수 있다. 이는 독일에 사는 장애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모든 부분에서 해당된다. 필자는 이러한 독일내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을 짧으나마 입체적으로 소개하고자 직접 집앞에서부터 직장 및 학교, 쇼핑등의 하루 일과에 필요한 장소들을 답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특히 하노버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도시내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진과 같이 녹지대로 보도와 분리되어 있어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러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트램이용도 역시 램프를 이용해서 탑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트램에서 내려서 차도를 건너 시내 구역으로 들어섰다. 횡단 보도는 램프를 이용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가로분리대 역시 건널목 구역은 장애인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평탄화 되어 있다. 시내 전 구역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보호되어 있다. 이곳은 자전거를 소지한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고, 직접 손으로 끌고 가게 되어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목적들이 이 보행자 전용도로에 함축되어 있겠지만 장애자를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시내 중심가내에 위치한 상가 건물 (백화점, 쇼핑센터, 서점 등)의 입구를 살펴봤다. 어느 곳에도 입구에 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실내에도 램프를 두어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 모습이다.
혹시나 해서 다른 여러 건물들을 직접 들어가보고 또 입구 부분을 조사해봤다. 모든 건물에서 (심지어 2층짜리 건물까지)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었으며,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든 상점들은 입구에 턱이 없이 설계되어 있었다. 또한 입구에 계단이 필요한 건물의 경우 (그림12)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시설이 바로 옆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으며, 이 기계의 작동을 위한 안내자가 항상 대기중이었다.
실제로 보행자 구역내에서 장애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들과 이들의 다른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얼굴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들떠 있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게 그저 정상인과 똑같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도시는 중앙역을 중심으로 계획된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모든 철로와 도로는 중앙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유동인구도 도시내에서 가장 많다. 중앙역에는 한국과 다르지 않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 다른점은 그 수가 많았다는 점이고, 역사내의 엘리베이터의 경우엔 티켓자동판매기를 함께 설치해서 공간활용면에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가 많이 있지만 작동은 안되고 또 이를 도와주는 안내인조차 갖추어져있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약자나 유모차,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서 좀더 폭넓은 이용을 목적으로한 엘리베이터를 갖추는 것이 더 이용상의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중 또 하나의 배려가 바로 대중교통이다. 이 대중교통은 장애인들의 승하차의 편리함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각 교통편 내부에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의자는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의자를 접으면 휠체어를 이곳에 세워둘 수가 있고, 장애인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의자를 내려서 다른 이용자가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버스의 경우는 뒤쪽 출입구에 램프가 달려있어서 필요한 경우 운전자가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실제로 부탁해봤는데 상당히 빠른 시간내에 간단하게 조작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승차 후 바로 장애인석에 위치할 수 있도록 버스 내부가 설계되어 있었다.

독일의 사례라 함은, 사실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답사하여 좋은 사례를 제시함이 옳다.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여러 제약들로 인해 필자가 살고 있는 하노버지역만 소개하게 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뭔가 독일의 특별한 장애인 시설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러한 도시내 장애인을 위한 유기적인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소개해 보았다.
독일의 장애인들은 그들의 장애가 단지 신체의 불편함만을 호소할 뿐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일반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고 대중교통을 무리 없이 항상 이용할 수 있으며, 슈퍼에가서 직접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고, 도서관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2층 혹은 3층 높지 않은 건축물일지라도, 구석구석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의 설치와 편의 시설은 그들도 역시 이 나라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사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얼마전 독일에서 있었던 워크샵에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어도 그것이 법이나 제도적으로 한계를 지어주고 감싸주지 못하면 쓸모없는 연구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의 한국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도 우리 조경가들의 아이디어로만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의 확보를 통해 좀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길 희망한다.

김원현
독일 함부르크 공대 박사과정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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