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서울100’ 프로젝트1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시작됐다. 2014년 봄, 책 한 권을 같이 만들어 보자고 꾸렸던 모임이 회사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100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회와 마주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사무실 한켠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들어왔다. 2014년 9월, 서울연구원과 용역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인사업자가 필요했고 이 일을 계기로 모임이 회사(법인)가 됐다. 2014년에 우연히 생겼던 모임이 회사가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지면에 매끄럽게 적어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럴듯한 창업의 계기를 기대했던 독자를 위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서울100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 계획에 없던 일과 기회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가 된 것이 전부다. 명함 속 회사 로고 아래에 ‘Landscape 3.0’을 큼지막하게 넣었다. 모임이 시작되던 무렵 라펜트에 ‘한국 조경 3.0 시대’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조경을 당부하는 오휘영 명예교수(한양대학교)의 선언적인 글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막연하게 우리 세대(3.0)의 조경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은 우리가 배운 조경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와 맞닿아 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고민이며 나 또한 표류하며 답을 찾고 있다.
02 공동 창업자 3인은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선후배 사이로, 스무 살 무렵부터 10여 년간 가까이 지내왔다. 한 명은 네덜란드 유학길에 오르기 전 룸메이트이자 가장 좋아하는 형이고 또 다른 한 명은 현재의 룸메이트로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다. 이따금씩 만나 맥주 한 잔과 함께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가 매일 만나 함께 일을 하는 묘한 관계가 되면서 시너지와 한계점이 공존하게 됐다.
준비 없이 시작한 창업이기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많은 부족함과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좋은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에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따끔한 수업료(세금)를 내면서 사무실 살림을 야무지게 꾸려가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4대 보험을 올해가 되어서야 시작했다. 서울시 창업 지원 프로그램2으로 지원 받은 6평 남짓한 공간에 집기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며 사무실의 모습이 갖춰지고 있다.
정성빈은 1981년생으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에서 도시 건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4년 9월, 대학 동문인 이재원, 원광연과 함께 마이너스플러스백(Miners+100)을 설립했다. 이들은 조경 설계, 지역 계획, 도시 기획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 5월, 리서치 결과물인 『서울100 Vol.1 이태원』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