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결심
디자이너로서 설계사무소를 열어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펼치고자 하는 꿈은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소를 열기 전, 충분한 경험을 통해 설계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설계는 개인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의 최종 결정자가 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설계에는 정확한 답이 없기에 나의 설계안이 유지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최종 결정자의 의견보다 나의 의견이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창업할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계사무소를 차리는 것은 디자인의 최종 결정을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꾸리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된 것 역시 창업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업을 결심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지의 여부였다. 우리는 ‘같이 일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공유한 지 1년 만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함께 설계사무소를 열었다.
차별화
한국에서 창업을 했지만 과거에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학 중에 하버드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AECOM, 파퓰러스POPULOUS, 오피스 maoffice ma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홍콩,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디자이너나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업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피스 ma와 한국, 중국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고 현재 진행중인 국제 설계도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소규모 설계사무소가 단독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국제 프로젝트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 운영에 있어 꼭 지키고 싶은 원칙 중 하나는 모든 구성원이 회사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역할을 고루 나눠 갖는 것이다. 설계에 참여하지 않고 프로젝트 관리만 하는 사람, 디테일 설계는 잘 하지만 콘셉트 설계는 못하는 사람, 설계는 잘 하지만 발표는 전혀 못하는 사람 등이 생기면 작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이호영은 1977년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조경설계 서안에서 5년간 실무 경험을 쌓고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지역 계획 및 조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미국 AECOM과 오피스 ma(office ma)에서 6년간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1982년생으로,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이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AECOM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약 5년간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자하 하디드의 프로젝트 팀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건축 감리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