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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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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거진 가격 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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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새해를 걸으며
해피 뉴 이어. 이미 두 달 전에 정해 둔 새해 첫 호 이 지면의 제목은 ‘한국 조경 50주년, 『환경과조경』 40주년을 맞으며’였다.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는다. 2022년, 한국조경학회 설립 50주년과 『환경과조경』 창간 40주년이 겹치는 해다. 8월 말에는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주제로 내걸고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린다. 한국 조경의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기록하는 일, 다음 50년을 예비하며 설계하는 일 모두가 중요한 2022년이다.” 이렇게 잔뜩 힘들여 한 문단 쓰고 나니 글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연말 강추위에 얼어붙은 거리를 걷다 돌아왔다. 걸으며 새해를 맞는다. 계속 붕 떠 있는 느낌, 토대가 무너진 허공에 서 있는 기분. 어디가 끝인지 모를 답답하고 막막한 코로나 시대의 긴 터널,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유도, 계기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감염된 도시의 어수선한 풍경 속을 목적 없이 걷는 취미 아닌 취미를 가지게 됐다. 몸을 일으키면 저절로 걷게 되고 그냥 걷다 보면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한 희망이 생긴다. 노을을 바라보며 무작정 걸으면 복잡하게 뒤엉킨 습한 생각들이 바람에 바싹 마른다. 두 발과 땅이 대화하는 느낌, 나 자신을 세상으로 여는 느낌. 이동이나 답사처럼 특별한 의도를 갖는 걷기와 달리 그냥 느릿느릿 걷다 어슬렁거리며 떠돌다 옆길로 새는, 우연에 내맡긴 걷기는 시간과 공간에 묶인 신체에 자유를 준다. 어쩌면 걷기보다 걷기에 관한 책에 더 재미를 붙인 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이론형 인간인지라 닥치는 대로 걷기 책을 모으고 빌리고 읽었다.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같은 책에서는 여러 철학자와 문인의 산책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통의 순간에 걷고 또 걸은 니체, 바람구두를 신고 세상을 누빈 랭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자본주의의 아케이드를 소요한 베냐민. 그들의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려가다 보면 움츠린 몸을 일으키고 운동화 끈을 묶지 않을 수 없다. 걷기와 사유가 교차하는 아름다운 책들을 읽다 보면 도시를 느리게 걸으며 섬세한 풍경을 누리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이 생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이나 크리스토프 라무르의 『걷기의 철학』이 경쾌한 산책이라면,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과 『길 잃기 안내서』는 긴 도보 여행이다.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서는 거리로 뛰쳐나온 전위적 발걸음을, 토르비에른 에켈룬의 『두 발의 고독: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에서는 공간과 시간을 제 것으로 장악한 자신감을 만날 수 있다. 급기야 지난 가을학기 대학원 ‘환경미학’ 시간에는 교실을 버리고 거리로 나섰다. ‘걷기의 미학, 도시에서 길을 잃다.’ 강의계획서 첫 줄에 허세 가득한 문장을 적었다. 익숙한 도시를 낯선 시선으로 걸으면 일상의 환경에 대한 미학적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수강생들을 설득했다. 시흥갯골생태공원과 배곧생명공원, 하늘공원과 메타세쿼이아길, 경의선숲길, 청계천, 후암동과 해방촌 골목길, 그리고 지도 바깥의 이름 없는 길들을 정처 없이 걸으며 두 발로 지도를 그렸다. 학기말쯤 우리는 하늘과 날씨에 대한 글을 적고 잡초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에 끌려 정지돈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집어 들었다. “산책은 거창한 의미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세련된 숍과 산책로가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다. 돈이 없고 친구가 없고 연인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걷는 것이다. 막차가 끊긴 서울 시내를 걷고, 가끔은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퇴근 후에 집에 가기 싫어 정처 없이 쏘다니기도 한다.……산책은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것이지만 멜랑콜리해지거나 심각해지지 않는다.……오로지 걸을 때만 진정으로 쾌활해진다.”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막막하고 답답할 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걸을 수는 있다는 점 아닐까. 걸으며 새해를 연다. 2022년을 여는 이번 호는 ‘제4회 젊은 조경가’의 수상자인 조용준(CA조경 소장) 특집호다. 에세이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에 담은 그의 설계 철학, ‘여섯 가지 이야기’로 편집한 그의 작업, 남기준 편집장의 인터뷰, 진양교와 제임스 코너의 추천 에세이로 구성한 특집 지면에서 조용준의 도전과 실험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호부터 두 편의 흥미로운 시리즈를 새로 올린다. 박희성(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이 집필을 이어갈 ‘모던스케이프’는 근대기의 그림, 엽서, 지도, 책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근대 도시의 풍경을 엿보는 기획물이다. ‘어떤 디자인 오피스’는 설계 작업과 설계사무소 경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는 지면인데, 첫 순서는 ‘조경하다 열음’ 편이다. 본지 창간 40주년(2022년 7월호)을 맞아 올해 ‘조경비평상’의 상금이 대폭 풍성해졌음을 꼭 확인하시기 바란다. 조경을 주어로 고민 중인 예비 조경비평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
[풍경 감각] 그린란드 상어의 바다
그린란드 상어가 보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수명이 수백 년이나 되는 그린란드 상어는 대부분 어렸을 때 시력을 잃는다. 기생충이 눈을 파먹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아도 뛰어난 청각과 후각이 있어 먹잇감을 문제없이 사냥하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바다를 유영하는 그린란드 상어에게 풍경은 없는 존재일까. 아니면 어렸을 적 보았던 바닷속을 몇 백 년 동안 곱씹으며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길 한복판에서 끊어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점자 블록을 본다. 밝은 색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올록볼록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안내견이나 동행인이 없으면 길을 잃기 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머나먼 북극해 깊은 곳의 그린란드 상어를 떠올린다. 경험해보지 않아 상상하지 못하는 풍경, 상상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마음을 생각한다. 검고 차가운 밤하늘이 북극해 같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조경가 조용준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unflattening landscape는 조용준 소장의 설계 철학을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하지만 평평하지 않은 게 어디 땅뿐인가.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 면모를 갖고 있고, 조용준 소장 역시 그렇다. 그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처럼 다중의 얼굴을 갖고 있고, 그를 닮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광장처럼 포용력이 있는가 하면, 활기차게 솟는 분수의 물줄기 같은 재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기준의 인터뷰는 그 다채로운 작품이 꾸준한 관찰과 탐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기심 많은 그는 이리저리 손을 뻗어 관찰한다. 그에게 감동을 준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의 설계 세계를 끈질기게 탐구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서적, 다큐멘터리는 물론 일상의 사물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설계 세계를 확장하는 영감이 된다. 여섯 가지 이야기는 분절된 에피소드가 아니다. 플랫랜드에서 출발해 경계, 깊이, 표면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설계 어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흐르는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특집을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스승이자 동료로서 조용준의 작업을 목격해 온 이들이 발견한 그의 역량이 담겨 있다. 2021년 12월 초,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다. “사무소의 대표가 아닌 소장으로서 상을 받아 그 의미가 더 뜻깊다. 좋은 설계를 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꼭 회사를 차려야 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이 더 많은 젊은 조경가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진행 남기준, 김모아,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조용준
블랙스톤 뮤직 플러스 공원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블랙스톤Blackstone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하이 쉬후이Xuhui 구에 자리 잡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블랙스톤 아파트와 비좁은 골목길을 변화시키고 확장하여 음악을 주제로 한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공원을 통해 아파트의 유서 깊은 구조와 맥락을 보존하면서 참신한 디자인을 더해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고자 했다. 아파트가 가진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하나로 이어주는 오케스트라’라는 콘 셉트를 도출했다. 아파트 전면부, 맞은편의 M+ 호텔과 주동 사이의 공원에 다면적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자생 식물을 활용했다. 아파트가 가진 역사와 이에 따른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조경을 통해 표현되도록 했다. 단순한 개조의 수준을 넘어 아파트 전면부와 외벽, 소규모 공간을 재활용하고 새롭게 꾸며 다양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전통과 현대적 콘셉트를 결합해 만든 공공 공간으로 지역민과 방문객의 편안한 공동체 생활을 지원하고자 했다. 100년 역사를 지닌 아파트 1924년에 건립된 블랙스톤 아파트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크 양식 아파트 건물로 상하이 중심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웅장한 규모, 우아한 디자인, 역사적 배경은 상하이의 건축적 성격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 내외부의 모습은 낡아갔고, 맞은편에 있던 상하이 교향악단의 기숙사처럼 쓰이고 있었다. 현재 1층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도심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2층에서 6층까지는 주거와 사무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Lead Designers Li Zhongwei, Lin Nan, Zhu Yijia, Wu Jingyu Design Team Wei Chun, Shen Yijun, Zhang Qiran Construction Drawing DesignersZhou Jian(Construction drawing project management), Wu Jingyu(Stone wall design and construction administration), Xu Xuhui Waterscape Team Sushui Architecture Team Playze Architects Location Shanghai, China Area 5,0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y Lu Bing
엘 테레노 커뮤니티 정원과 교육 센터
엘 테레노El Terreno는 건축물에 쓰인 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커뮤니티 정원 겸 교육 센터다. 대상지는 토양과 광물, 돌이 풍부한 언덕이다. 이곳을 꽃과 향기 식물, 채소를 재배하는 도시 농원이자 환경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던 시기에 시작된 프로젝트이기에 인근 유치원의 원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힘썼다. 아이들이 식량 생산의 전 과정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삶에 한 단계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 건축 자재를 재활용해 독특한 파빌리온을 제작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독특한 재료와 모듈로 공간을 완성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엘 테레노에 들어설 때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데 힘썼는데, 다양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는 이 공간은 치유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머물 때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다목적 파빌리온은 언덕 사이에 삽입되듯 설치되어 정원을 향해 나아가며 입구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형태다. 바깥과의 경계에는 쇠막대를 구부려 만든 틀에 부지를 정지하는 과정에서 채굴한 돌을 채워 격납벽을 세웠다. 지붕은 오랜 시간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쓰인 목재 트러스를 활용해 만들었다. 지역 봉사자들이 서로 다르게 생긴 네 개의 목재 트러스 모듈을 조립해 파빌리온 지붕을 완성했다. 엄격하게 규정된 공간은 금방 낡고 뒤처지기 마련이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만들고자 했다. 정체를 알 수 없고 모호한 공간, 그 의미와 목적이 사용자로 인해 결정되고 변화하는 공간을 시각화한 결과물이 이 파빌리온이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and Construction Vertebral Sustainability Michelle Kalach Art Director Fortuna Kalach Structural Engineer Ricardo Gavira Location Mexico City, Mexico Completion 2020 Photographs Ricardo de la Concha 2016년 설립된 페르테브랄(Vertebral)은 복잡한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건축 및 조경 스튜디오다. 자연이 깃든 장소와 개방된 야외 공간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숲을 도시 내부로 가져오고자 하며, 멕시코시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장인 정신을 중요히 여기며 소소한 부분까지 디자인 역량을 투영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송파구 거마로와 만나는 지점, 그 중심에 위치한 광장은 사람들의 발길을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로 이끈다. 광장 안쪽에서 고개를 들면 입구가 올려다 보이는데, 계단을 따라 오르는 캐스케이드가 꼭대기의 말 조형물과 그 뒤를 병풍처럼 감싼 소나무와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형성해 단지의 시작을 알린다. 단지 내부의 큰 레벨 차는 캐스케이드와 같은 수직 동선으로 활용하거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곡선 보행로를 두어 경직되지 않은 숲 경관을 연출했다. 계단을 오르면 고요한 분위기의 거울연못이 나타난다. 단지 내부로 몇 발짝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역동적인 광장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잔잔한 수면 뒤편으로는 구름 모양의 조형석이 서있고, 거울연못 가장자리에서 바닥을 향해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물소리가 오히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강조한다. 계절을 품은 길 단지를 직선으로 크게 관통하는 대로 대신 모든 공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순환 동선을 계획했다. 동선이 형성한 틀 안에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잇는 공간으로 역할하도록 했다. 주요 동선을 따라서 송파구의 특성수이자 단지 대표 수종인 소나무를 심었다. 수고가 높고 수형이 아름다운 수목을 선별해 심어 울창한 숲이 연상되도록 했다. 소나무 아래에는 다양한 초화를 심어 계절정원을 조성했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의 다채로운 색과 모 양이 소나무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게 한다. 자연스럽게 굽은 소나무길을 따라가다 보면 단지에서 가장 높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 단지 내부를 가로지르며 높고 낮은 대지를 잇는 이 길은 단지를 딱딱하게 구획된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단지 외곽을 따라서는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을 조성했다. 전 단지를 순환하는 형태로 계획하고, 주요 동선 및 공간과의 연결로를 두어 드나들기 쉽도록 했다. 숲길처럼 울창한 수목 아래 다층 구조의 녹지와 육생 비오톱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뻗어나가는 산책로를 거닐며 다채로운 경관과 다양한 사람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조경설계 서안+유일종합조경 건설 롯데건설 시공 유일종합조경(식재), 경원필드(시설물)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청우펀스테이션 휴게 시설 데오스웍스 위치 서울시 송파구 거마로 56 규모 1,945세대 대지 면적 68,332.20m2 조경 면적 31,506.57m2 완공 2021. 12. 사진 롯데건설
긴자 소니 파크
1966년 긴자에 지은 지상 8층과 지하 5층의 소니 빌딩은 소니 제품을 전시하는 곳이자 판매하는 쇼룸이었다. 2013년 소니는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 빌딩을 세우기로 했다. ‘긴자 소니 파크Ginza Sony Park(이하 소니 파크)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 일반적으로는 헌건물을 해체하고 바로 새 건물을 세우지만, 소니는 건물을 허물고 빈 공간에 잠시 공원을 짓기로 한다. 2016년 건물을 해체하고 2018년 공원을 열었다. 건물이 사라진 긴자 스키야하시 교차로에는 면적 707m2의 지상 공원과 지하 4층 규모의 로우어 파크Lower Park가 생겼다. 지상에는 세계 각지의 특별한 식물이 모여 있다. 지하 1층에는 음식점이 들어섰고, 카페가 있는 지하 3층은 인근의 니시 긴자 주차장 지하 2층과 직접 연결된다. 지하 4층에는 크래프트 맥주 가게가 있고, 지하 2층은 이벤트나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쓰인다. 2018년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소니 파크,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도심 속 사적 공간인 소니 빌딩을 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추어 도쿄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임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사례였다. 처음 소니 파크를 방문한 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니 빌딩 일부를 소재로 한 한정판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 뒤에도 꾸준히 찾아가 소니 워크맨 40주년 기념행사 ‘워크맨 인 더 파크Walkman In The Park’를 소니 워크맨을 10년 넘게 애용한 세대로서 추억에 잠겨 둘러보고, 크리스마스에는 아이와 함께 ‘에르메스 징글 게임’을 관람하기도 했다. 소니 파크는 나와 가족에게 도심 속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 이후에는 직접 찾아가지 못했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니 파크에서 벌어지는 인터랙티브 전시와 이벤트를 확인했고 그 속에서 ‘소니다움’, 즉 예측 불가능한 혁신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긴자라는 보수적이면서도 럭셔리한 콘텍스트 안에서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혁신적 허브로 발돋움해 다양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소니 파크의 활기찬 모습이 큰 감명을 남겼다. 하지만 소니 파크는 기간 한정 공간이다. 2022년, 이곳은 새 빌딩을 들이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본래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맞춰서 2020년까지 소니 파크를 개방할 계획이었지만 1년 연장해 2021년 9월까지 공원을 운영했다. 2024년 완성될 뉴 소니 빌딩은 어퍼 파크Upper Park, 파크(지상 공원), 로우어 파크로 구성된다. 새로운 빌딩 역시 거리에 공공 공간을 제공하는 공원이라는 소니 파크의 콘셉트를 계승한다. 소니답고 독특하고 장난기 있는 공간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1단계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그간 소니 파크가 도시건축적 관점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뉴 소니 빌딩은 어떤 모습으로 고객과 시민에게 다가갈지 궁금해졌다. 소니의 대표이사이자 소니 파크 프로젝트를 이끈 나가노 다이스케Nagano Daisuke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나가노 다이스케(Nagano Daisuke)는 소니 기업의 대표이자 치프 브랜딩 오피서(CBO)다. HQ 브랜드전략부 브랜드인큐베이션그룹에서는 제네럴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긴자 소니 파크 프로젝트 인솔자로서 2013년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긴자 소니 파크 시즌 1을 이끌었다. 2024년에 공개 예정인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소니 그룹의 새로운 브랜딩 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이원제는 도심 속 다양한 공간과 상호 작용하는 데 관심이 많다. 공간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를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읽고 해석해 ‘도심에서 풍요로운 삶의 질이란 무엇인 가’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이며, SPC그룹과 UDS 코리아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중앙일보 폴인에서 ‘밀레니얼의 도시’(2018) 콘퍼런스를 총괄·기획했고, 저서 및 번역서로는 『인간을 위한 도시 만들기』(2014),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2021) 등이 있다.
[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하다 열음
조경 ‘설계’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는 전문가 대학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었다. 비슷한 시기에 조경 공부를 시작한 이들 중 조경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경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공자로서 그동안 해온 고민의 공통분모는 조경일 것이다. 그 속에서 길을 찾은 사람 혹은 찾고 있는 사람은 아직 조경 제도권에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나 또한 수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아직 조경이라는 궤도 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연과 기회를 통해 떠올리게 된 새로운 화두가 동력이 되어주고 있을 따름이다. 조경 설계 도면만 그리는 사람이 조경가일까, 이 질문은 내게 기연機緣과도 같다. 답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헤맨다 해도 좋을만큼. ‘조경하다 열음’(이하 열음)을 꾸린 지 5년째다. 대학에서는 설계 중심 커리큘럼으로 조경을 배웠다. 졸업 후엔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니며 10년간 경력을 쌓았지만, 교육 과정이 조경의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실무를 하다 보니 사회에는 조경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걸 체감했다. 하지만 제도와 구조적 문제로 손을 뻗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의견을 제시하거나 활동 참여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 어느 분야나 회사에 속하지 않은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접근한다면 말이다. 지역의 자원이나 문제를 발굴하더라도 조경업의 측면 그리고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서는 공모에 참여하거나 설계 도면을 납품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설계를 위해 대상지를 조사하면 할수록 갑갑했다. 도면을 완성하는 일 외에도 조경학과에서 배운 역량으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눈을 감아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판을 만들기로. 조경가의 역할은 주어진 대상지에 대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장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디자인을 넘어 여기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조경 ‘설계’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는 전문가, 열음이 지향하는 조경가의 모습이다. 생활밀착형 조경 코로나19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공원 녹지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생활 공간 속으로 자연을 가져올 수 있도록 도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도시를 쾌적하게 하는 대형 공원과 녹지와 더불어 일상 속 생활밀착형 공간의 쾌적성을 높여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공간에는 선과 숫자 중심의 기존 엔지니어 방식을 넘어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한 솔루션 제시가 요구된다. 석수골 마을정원 조성(2018),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동네정원 코디네이터(2019, 2021)는 시민의 욕구를 듣고 때로는 디자이너, 때로는 전략가가 되어 현장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본 경험이다. 열음은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공간 조사,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교육과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현장 중심의 ‘생활밀착형 조경’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하다 열음의 대표 조경가 윤호준은 조경 설계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 학부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간 경력을 쌓은 뒤 제도권을 넘어 새로운 판을 만들자는 포부로 2017년 조민영과 함께 사무실을 열었다. 주민과 소통하고 공간의 조사,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교육과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조경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자연의 모습을 도시에 재현하는 편집자로서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직관보다 경험, 발주처보다 주민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인다. 예비 조경가를 발굴·육성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로 조경설계사무소를 키우고자 한다.
[모던스케이프] 도시 균열의 시작, 전차 노선이 만든 미완의 풍경
교통에 의한 도시 경관의 균열은 19세기 말 서울에 부설된 전차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전차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도시 경관에 전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느낀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 고종은 경운궁을 중심으로 제국의 격에 맞는 근대 도시로 전환을 시도했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도성 한양에 궁궐과 단묘壇廟, 성곽을 축성하여 새로운 국가의 출발을 알렸던 것처럼, 대한제국은 황제국으로의 표상을 도시 경관에 실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대한제국은 혁명에 의한 체제 전복으로 탄생한 국가가 아니었고, 중국에 대한 사대를 극복하려 하면서도 그들로부터 전승 받은 제도를 따르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대한제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대 도시로의 변혁을 이루어야 했기에, 전통적인 지배 구조로서의 황도皇都와 무역 등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근대 도시의 이중적 구조가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을 기준으로 재편된다. 경운궁 동쪽에 건설된 환구단과 황궁우가 황제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전차는 근대 도시로의 실천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서대문정거장(지금의 서대문역 일대)에서 시작해 황토현(지금의 광화문사거리)~종로~흥인지문을 지나 홍릉(천장 전 명성황후의 묫자리, 현재 안암동 고려대학교 부근)까지 가는 홍릉선이 먼저 개통되었다. 선로를 부설하여 전선을 놓고 발전기를 돌려 전차가 다니도록 개통한 것이 1899년 5월 4일이다. 우리보다 근대화를 먼저 시작한 일본에 견주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었다.1 홍릉선 외에 종로에서 용산까지 이어지는 용산선(1899년 12월 20일), 서대문정거장과 남대문정거장을 연결한 의주로선(1900년 7월 6일), 그리고 마포까지 연결된 마포선(1907년)까지 네 개의 전차 노선이 개통되었다.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 각주1.교토에서는 1895년 1월 31일, 도쿄에서는 1903년 8월 22일에 개통했다. 참고문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서울책방, 2019, pp.28~35. 신경진, “[뉴스 클립] 중국 도시 이야기<4> 황제의 도시 베이징 (하)”, 「중앙일보」 2011년 2월 9일. 그림 출처 그림 1. American Street Railway, “The Electric Railway in Corea”, Street Railway Review vol. IX, 1899, p.534. 그림 2. commons.wikimedia.org/wiki/File:Travelogues;_(1908)_(17).jpg 그림 3.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서울책방, 2019, p.16. 그림 4. 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39921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들을 하고 있다.
ASLA Best Books 2021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 지 벌써 2년, 조경가들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과거를 점검하고 미래를 그리는데 연말연시만큼 좋은 시기가 또 있을까.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는 매년 ‘올해의 책ASLA Best Books’을 선정한다. 앞으로 펼쳐질 조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21 올해의 책’ 11권을 소개한다. 1. 조경가가 알아야 할 250가지 B. Cannon Ivers, ed., 250 Things a Landscape Architect Should Know , Birkhäuser, 2021 2. 해안 적응을 위한 청사진: 설계, 경제, 정책의 통합 Carolyn Kousky, Billy Fleming, Alan M. Berger, eds., A Blueprint for Coastal Adaptation: Uniting Design, Economics and Policy, Island Press, 2021 3. 역동하는 지형들 Barbara Wilks, Dynamic Geographies , ORO Editions, 2021 4. 생태지역적 옥상 녹화: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서 찾은 이론과 사례들 Bruce Dvorak, ed., Ecoregional Green Roofs: Theory and Application in the Western USA and Canada , Springer, 2021 5. 코펜하겐: 도시 건축과 공공 공간 Sandra Hofmeister, København: Urban Architecture and Public Spaces , DETAIL, 2021 6. 재구성: 미국의 건축과 흑인 정책 Museum of Modern Art, Reconstructions: Architecture and Blackness in America , Museum of Modern Art, 2021 7. 회복탄력적 도시: 기후변화를 위한 조경 Elke Mertens, Resilient City: Landscape Architecture for Climate Change , Birkhäuser, 2021 8. 우리를 구원하기: 분열된 세계에서 희망과 치유를 위한 기후학자의 변 Katharine Hayhoe, Saving Us: A Climate Scientist’s Case for Hope and Healing in a Divided World , Atria/One Signal Publishers, 2021 9. 치유하는 학교들: 정신 건강을 고려한 설계 Claire Latané, Schools That Heal: Design with Mental Health in Mind , Island Press, 2021 10. 진지하게 즐거운: 클로드 코미에의 경관 Marc Treib, Susan Herrington, Serious Fun: The Landscapes of Claude Cormier, ORO Editions, 2021 11. 사회적 어바니즘: 공간 설계의 재구성–라틴 아메리카의 담론들 Maria Bellalta, Social Urbanism: Reframing Spatial Design–Discourses from Latin America , Applied Research+Design, ORO Editions, 2021 *환경과조경405호(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여행을 떠나기 전날 예약한 비행기나 호텔이 취소되는 꿈, 낯선 외국인에게 사기당하는 꿈을 종종 꾼다. 이런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영 찝찝하다. 괜히 불안해 애꿎은 예약 확인증을 몇 번이나 확인해본다. 대부분은 기우에 그친다. 불행하게도 한번 예외가 있었다. 몇 년 전 가족 여행으로 냐짱Nha Trang의 랜드마크인 빈펄랜드Vinpearl Land에 갔을 때다. 한국에서 미리 케이블카 표를 예매했다. 매표소에 도착해 표를 받으려고 했는데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꿈에서 본 장면이 재생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난감한 상황이다. 예약 페이지 화면을 보여주었지만, 직원은 자신은 잘 모르겠다며 어딘가로 전화해보겠다는 모호한 대답만 웅얼거렸다. 결국 한참의 시간을 허비한 후 현지에서 다시 돈을 지불하고 표를 구했다. 여행 전날 꾼 꿈의 데자뷰인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펼쳤을 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섯 개 층으로 이루어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옷, 음식, 잡화 등을 파는 곳이 아닌 꿈을 파는 백화점이다. 사람은 하루 중 4분의 1 이상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동안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 자주 등장하는 어떤 한 사람,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마주하기도 한다. 마치 생생한 영화처럼 말이다. 이게 바로 꿈이다. 꿈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인 걸까, 원하지 않는 꿈은 왜 꾸는 것인가. 늘 궁금했다.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무의식이 만들어낸 몽상에 불과하다고 하기에는 어떤 꿈은 지나치게 선명하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속에서만 갈 수 있는, 꾸고 싶은 꿈을 사고 그 꿈에 대한 감정을 돈 대신 지불하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책이다. 꿈 제작자, 꿈 백화점 같은 키워드만으로도 책을 펼치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침부터 재입대하는 꿈, 또다시 시험을 치는 꿈 등 악몽을 꾼 수십의 손님들이 어떻게 이런 꿈을 팔 수 있냐며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찾아왔다. “손님. 죄송하지만 그냥 악몽과는 다릅니다. … 정식 명칭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입니다.”1 주인장의 말에 꿈속에서 싫은 일을 다시 겪는 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아냐며 손님들은 불평불만을 가득 토로했다.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2 달러구트의 설명을 들은 손님 중 절반은 계약을 철회하고 절반은 비장하게 서로를 다독이며 잘 버텨보자며, 다신 이런 꿈을 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3 달러구트는 생각을 좋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향수를 뿌려주며 지상으로 올라가는 손님들을 배웅했다. 빈펄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예약 사이트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예약 내용이 사이트 오류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다소 맥 빠지는 답을 들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잊고 있던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케이블카 예매 오류의 원인을 직원이 알아보는 동안,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았던 곳에서의 시간들. 예매 오류가 없었다면 가보지 못했을 장소, 그곳에서 먹은 기막히게 맛있었던 아이스크림.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캐리어를 꾸릴 일도 예약이 취소되는 꿈을 꿀 일도 없지만, 다시 한 번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좀 다르게 대처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틀어진 계획 덕에 하게 될 새로운 경험을 은근히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잡지 에디터 2개월 차인데, 원고가 펑크 나는 악몽은 아직 꾸지 않았다. 오늘 밤에는 원고가 뚝딱 써지는 꿈을 사러 달러구트를 찾아가볼까. - 각주1.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2020, p.141. 각주2.같은 책, p.144. 각주3.같은 책, p.146.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눈물 금지
아마도 1960년대 즈음, 잡지가 주요 미디어였던 시기의 이야기다. 아서 하위처 주니어Arthur Howitzer, Jr.는 미국의 여행 잡지 『피크닉』을 인수해 프랑스의 앙뉘 쉬르 블라제(가상 도시)로 떠난다.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을 모아 도시와 예술, 사회, 음식, 대중 문화를 깊게 들여다보는 지면을 구상하고 그에 걸맞게 제호를 바꾼다. 그렇게 『프렌치 디스패치』는 세계적 매거진으로 발돋움한다. 보통은 이 변혁의 과정을 조명할 테지만, ‘프렌치 디스패치’는 영화 시작 5분 만에 편집장의 부고를 알린다. 편집장의 유언은 직원과 기자들에게 후한 퇴직금을 주고, 『프렌치 디스패치』를 폐간하는 것. 동료의 죽음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잔인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누구도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대신 편집장의 사무실에 모인 기자들은 종간호를 위한 마지막 편집 회의를 시작한다. 뒤편으로 벽에 새겨진 문장 하나가 보인다. No Crying눈물 금지. 동화적 색감, 강박적 대칭 구도, 숨 쉬는 박자마저 계획했을 것 같은 치밀한 연출, 웨스 앤더슨 특유의 탐미적 감각은 잡지 구성을 플롯으로 삼은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평면적 구도의 미장센은 화면을 더욱 지면답게 만들고, 이야기와 그 속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도드라지게 한다. 에디터의 입장에서 바라본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감 풍경은 너무나 이상적이라서 도리어 끔찍하다. 온몸으로 체험하느라 터무니없이 긴 시간을 취재에 매달려 마감을 지키는 기자가 없다. 그뿐인가, 기획 의도에서 벗어난 내용을 써오는가 하면 약속된 분량의 다섯 배나 되는 원고를 떡하니 내어놓기까지 한다. 그래도 아서는 우선 읽는다. 기사의 취지를 다시 묻고 쳐낼 곳은 없는지 혹은 중요한데 버려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게시판에 붙은 수많은 교정지를 한참 들여다보던 그는 소리친다. “난 아무도, 그 어떤 기사도 안 잘라. 인쇄 종이를 더 확보하고 페이지를 늘려!” 겪어본 적 없는 저 풍경에 묘한 그리움을 그리는 까닭은, 시대가 저물며 사라지고 있는 가치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웨스 앤더슨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 즐겨 읽은 『뉴요커New Yorker』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107분에 달하는 긴 영상은 마치 숭고한 저널리즘과 그 속에 담긴 낭만을 향한 찬사 같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기자들은 단순히 기삿거리를 쫓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사건에 몸을 던져 그 속에 얼마나 복잡한 진실이 엉켜 있는지, 사람들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인지 파헤친다. 도시, 아트, 정치‧시사‧국제, 음식 생활, 꼭지의 이름은 다르지만 네 편의 기사의 종착지는 결국 보편적인 인간사다(에피소드는 실제 뉴요커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한다. 검색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짧은 문 장, 영상으로 세상을 소비하는 시대, 잡지를 비롯한 여러 인쇄 매체는 올드 미디어가 되었다. 그러니 편집장의 방에 적힌 ‘눈물 금지’는 ‘네가 뭘 잘했다고 우냐’며 직원을 닦달하는 말이 아닌, 시대를 통과하며 변화를 맞이하는 매체를 향해 보내는 위로, 저물며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도의 인사일 것이다. 직업 때문일까, 에피소드 사이사이 취재 노트처럼 삽입된 장면들에 유독 마음이 갔다. 편집장과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기자들은 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어린 혁명가들과 엉켜 각양각색의 낯을 띄우던 기자는 타자기를 두드리는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요리사를 취재하러 갔다가 납치된 경찰청장의 아들을 추적하게 된 기자는 마감에 지쳐 누워 있는지 침대 위로 뻗은 다리만이 화면에 담길 뿐이다. 그게 꼭 이야기의 주역과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처럼 느껴져 괜히 쓸쓸했다. 아서와 기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2021년 내내 잘려나간 수많은 문장을 생각했다. 지면의 특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자리를 잃은 글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사람 이야기를 담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은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자 환경이고, 이를 완성시키는 건 결국 사람일 테니 말이다. 2월호의 서두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꼭지가 등장한다. 슬쩍 흘린 이 예고가 독자 여러분의 흥미를 자극하기를 기대한다.
[COMPANY] 스페이스톡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은 개척자. 조경 시설 분야에서 스페이스톡을 일컫는 말이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톡은 사람과 환경을 위한 토털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 그룹으로 출발해 조경 시설, 놀이 시설, 환경 조형물, 야외 운동 시설을 만들어왔다. 개척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늘 혁신을 꾀해왔는데, 업계 최초로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우레탄 바닥 놀이터를 제안하고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차 없는 아파트의 모습을 제안한 이력이 그 예다. 2017년 스페이스톡은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사물인터넷IoT과 AR 및 VR 기술을 접목해 다음 세대를 위한 시설물을 개발하고자 한 것이다. 수년간의 기획과 개발을 통해 2021년 12월 공간 솔루션인 ‘넥스트톡Nexttalk’을 선보였다. 넥스트톡은 좀 더 다채로운 삶을 위해 우리가 누리는 환경을 휴게, 운동, 놀이 공간으로 정의한다. 각 공간을 스마트 기술과 융합해 라잇플Life+(휴게 공간), 핏플Fit+(운동 공간), 플레잇플Play+(놀이 공간)을 완성했다. 김필주 대표는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회 변화를 감지해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어, 디지털 기술을 탑재한 시설물이 분야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것이라 예감했다”고 넥스트톡의 출시 배경을 밝혔다. 편안한 휴식 생활을 지원하는 라잇플은 스마트 티하우스, 스마트 퍼걸러, 스마트 버스 정거장, 스마트 키즈맘 스테이션으로 구성된다. 공기 청정 기능과 냉난방 시스템, 유해 화학물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하는 그린월이 있어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전력 공급에 따라 투명도가 달라지는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해 영상이나 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핏플은 야외 피트니스를 위한 공간이다. 유산소 운동 기구, 스트레칭 기구, 근력 운동 기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운동 기록 저장과 운동 기구별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 운동 기구와 연동할 수 있는 게임도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해 재미를 더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고안된 플레잇플은 현실과 가상을 연결한 신개념 놀이 공간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AR 놀이터에서 가상의 공룡 및 동물과 놀 수 있다. 버추얼 스포츠 리그Virtual Sports League는 학습과 운동,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가상 현실 플랫폼이다. 공이나 화살 등 물체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3D 비전 센서를 이용해 VR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초등학교 교과서와 연계된 콘텐츠를 설치하면 학습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필주 대표는 스마트 시설물의 핵심은 ‘스마트’라는 단어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하게 작동하는지,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IoT 기반 시설물의 차별화 지점이다. 넥스트톡은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해 그에 맞추어 작동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모든 시설물을 원격으로 운영 및 제어할 수 있고, 고장이 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AS 신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개발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시대가 요구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또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마트 시설을 원하는 이들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했다. 하지만 2021년 ‘부산 에코텔타시티 스마트 공원시설물 공모’에 당선되며 우려가 해소되었고, 시장과 제품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넥스트톡은 더 나은 공간을 창조해가는 진행형 브랜드다. 한층 더 진화한 넥스트톡을 위해 스페이스톡은 AR 가든, AR 탐조대, AR 안내 지도 등 이제껏 다른 회사가 시도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늘 사람과 공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더 나은 삶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온 스페이스톡의 철학을 담은 포부다. 마지막으로 김필주 대표는 “스페이스톡은 독보적 디자인 노하우와 IoT, AR, VR 기술을 융합한 넥스트톡을 통해 시설물 분야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자 한다. 기술 기반의 시설물 분야를 이끄는 선구자로서 나아갈 것이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글 김모아 사진 스페이스톡 TEL. 02-525-3274 WEB. spacetalk.co.kr
[PRODUCT] 리비오스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부정형 블록은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연출할 때 쓰기 좋다. 블록 사이의 틈새로 잔디와 작은 초화가 자라게 할 수도 있고, 별도의 경계석을 설치하지 않아도 주변 부지와 위화감 없이 연결된다. 하지만 블록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배치 방법과 시공 숙련도에 따라 공간의 완성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2021년 12월 출시된 리비오에코디자인의 ‘리비오스톤’은 부정형 판석을 모티브로 한 투수 콘크리트 블록이다. 모듈은 길이 290mm, 너비 390mm, 높이 60mm로 하나지만, 표면 디자인과 질감이 달라 다섯 가지 종류처럼 쓸 수 있다. 이를 조합하면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크기가 각기 다른 블록을 사용한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표면에 섬세한 요철을 만들고, 블록 가장자리를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천연 석재의 형태와 질감을 재현했다. 색상은 스톤그레이와 골드옐로우 두 가지인데, 한 가지 색상에 여러 안료를 혼합해 그러데이션 효과를 내는 블렌딩 기술을 사용해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기층에 투수 기능이 가미되어 있어 보도, 광장, 공원 산책로에 적용하면 장마철에도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TEL. 02-6928-5588 WEB. www.liviobl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