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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한국 조경 가치의 시각화, 아모레퍼시픽 본사
조경, 그게 뭐 하는 건데
조경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자주 듣던 말은 “나무 심는 일 아니야?” 혹은 “이 나무 이름이 뭐야?” 였다. 여러 공종이 늘 협업하는 건설사에서 조경직으로 근무하니 이제 조경이 나무 심는 일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안다. 하지만 여전히 건축 외 남은 공간을 담당하는 업무로 여겨지곤 한다. 그래서 늘 하는 고민은 1) 다른 공종과 협업하면서도 조경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구현 방법, 2) 조경이 건축 외관을 더욱 풍부해 보이게 만드는 배경이 되면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건물과 상생하게 하는 방법이다. 고민에 대한 답을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이하 아모레퍼시픽)에서 찾았다.
대청마루에서 보는 풍경
아모레퍼시픽 지상층 조경은 밖에선 건축을 보고 안에선 조경을 보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든다. 독특한 루버 디자인의 백색 건물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조경에 감탄하며 자연스럽게 이끌려 걸어가면 바깥과 건물을 연결하며 자연스러운 전이 공간 역할을 하는 지상층 숲을 만나게 된다. 숲을 지나 필로티 하부에 서면 방금까지 봤던 도시 풍경이 잊히고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듯하다.
이 풍경은 선조들이 휴식을 즐겼던 대청마루와 닮았다. 기둥들은 대들보가 되고 넓은 필로티 하부는 대청마루가 된다. 건물 하부에서 차가 달리는 도로가 바로 보였다면 이런 경험을 전혀 할 수 없고 그저 현대적 회랑으로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건물 내부에서도 할 수 있다. 건물의 모든 창에서 외부 조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통 조경의 개념인 차경을 떠올리게 한다. 창의 위치와 크기, 건물 내부에서 보이는 풍경과의 거리를 고려한 식재 디자인이 건물 안으로 조경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조경은 이용자와 건축물의 관계를 맺어주며 이 공간을 지속해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외부에서 본 숲이 건물과 외부를 분리시키며 자연 속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면, 내부의 창을 통해 보이는 조경은 나만을 위한 정원이 되며 이용자를 머무르게 하고 건축과 더 소통하게 하는 연결사 역할을 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백규리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졸업 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설계를 배웠다. 현재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디자인지니어(design+engineer)다. 조경인에게 감동과 경험을 주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추구한다. 조경이 발길 닿는 모든 공간을 만진다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데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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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식물과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제3자가 바라본 정영선의 이야기를 다룬 세션 1, 2가 끝나자 무대 위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 세 개가 놓였다. 이제 주인공이 직접 마이크를 쥘 시간. 세션 3 ‘정영선과의 대화’는 정영선과 두 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중앙 자리에는 정영선, 왼편에는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의 자리가 마련됐다. 대담 진행을 맡은 이지회 학예연구사(국립현대미술관)는 조경진이 이번 전시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는지 소개했다. “조경진 교수에게 이번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연보를 의뢰했다. 정영선의 삶과 작업의 역사, 한국 조경사, 그리고 세계 환경 관련 이슈의 연대기 작성을 이끌어주며 이번 전시회의 시공간적 맥락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오른편 자리에는 배형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가 앉았다. 배형민은 정영선의 작품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개관을 기념하며 출간한 『아모레퍼시픽의 건축』의 저자다. 그는 이지회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받은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준비한 바 있는데, 이지회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베니스비엔날레의 기억을 자주 떠올렸다. 오늘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대담의 시작을 알렸다. 세 사람 사이의 대화는 느릿하고 은은하게 오갔다. 조경 철학을 파헤치거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신, 오랜 세월 묵혀 둔 작업 뒤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는 식이었다. 대담 뒤에는 청중에게 질문을 받아 답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중 몇 가지를 뽑아 간단히 소개한다.
사우스케이프, 바위를 쪼아 만든 조경가의 조각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것은 식물도, 탁 트인 경관도 아닌 거대한 바위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단면이 돋보이는 이 바위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암각 동산이다. 이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사우스케이프 설계 의뢰를 받아 처음 클라이언트 내외를 만나러 가던 날, 마당에 있는 억새풀과 들풀을 뜯어 가지고 들어갔어요. 대상지가 본래의 경관이 아름다운 남해인 만큼 이런 우리의 풀들이 보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직접 뽑은 억새풀과 들풀을 보여주며 말하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대상지에 커다란 바위산이 있었는데, 숙박 시설과 주요 홀, 휴식 공간이 이 바위산을 빙 두르고 있었습니다. 건축 공사를 진행하며 이 바위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깨다 지쳤는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 바위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다듬어, 주변을 두른 건축물의 다른 고유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물과 꽃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절 믿어준 건지 알아서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날부터 한 제자와 함께 호미와 망치를 들고 몇 날 며칠에 걸쳐 바위를 손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바위는 조경가가 만든 조각인 셈입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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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
International Design Competition for Banpo-Hangang River Connection Park and Cultural Facilities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도시와 아주 가까이 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한강의 콘크리트 둔치가 물을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보게 만든다면, 한강을 크게 둘러 달리는 고속도로는 도시와 강을 나누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으로 작동한다. 한강과 신반포로 사이를 평행하게 달리는 올림픽대로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대로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88 서울올림픽과 관련을 맺고 있다. 올림픽경기장이 잠실벌에 위치한 서울종합운동장으로 확정되면서 경기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도로가 필요해졌고, 이는 단순한 도로 정비를 넘어 대도시 도로 정비 개념인 도시고속도로 건설 추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대로가 건설된 뒤 줄곧 단절되어 있던 신반포로와 한강이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공중 녹지로 연결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서울시는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2단계, 1단계 공모는 2월에 진행)를 공고했다. 대상지는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 재건축 사업의 기부채납 부지로, 동쪽에는 아크로리버타워를, 서쪽에는 반포주공1단지를 두고 있다. 신반포로에서 출발한 길고 가는 땅이 서래섬을 마주보고 있는 한강변에 도착하며 탁 트인 사각형으로 넓어져 말풍선 같은 형태를 띤다. 계획 범위는 문화공원 2와 그 내부의 문화시설, 근린공원 A, B로 구성되는데, 이때 문화공원 2의 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획 범위를 나타내는 지도 속 문화공원 2는 올림픽대로를 과감히 덮고 있다. 즉, 도로 위에 떠 있는 공중 공원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최초의 덮개공원’이라 표현하고 있다.
지침은 공모의 지향점을 다섯 개로 정리했다. 첫째, 자연과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남측 신반포로와 북측 한강 수변을 연결하는 보행 인프라를 제시하고, 한강과의 입체적인 연계를 꾀해야 한다. 더불어 생태 영역 간의 매개 공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한강변 도시고속화도로 상부에 설치되는 최초의 공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입체 공원,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평 공원, 대규모 공중 공원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제시됐다.
셋째, 반포지구 공동 주택 단지와의 조화와 상생을 꾀해야 한다. 인근 단지의 주민과 서울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공공 공간임을 염두에 두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넷째, 장소의 기억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침은 대상지의 문화시설에 한강변 주거사를 전시하는 공간이자 문화와 예술을 담도록 지시했다. 이때 대상지에는 존치된 반포주공1단지 108동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요구했으며, 보존 정도 및 철거 여부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섯째, 공원과 문화시설이 민간의 기부채납 시설임을 인식하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공공 공간의 완성도와 디자인 혁신을 꾀하며, 설계자·조합·공공 상호 협력과 조화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공모는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6개팀을 선정하고, 4월부터 선정된 6개팀을 대상으로 2단계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6월 4일, 200여 명의 시민과 전문 심사위원단이 참석한 2차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해 최종 순위를 가렸다.
당선작으로 건축사사무소 리옹 팀의 ‘다층의 문화 공원’이 선정됐다. 당선작은 자연 지반을 최대한 살려 너른 들판 같은 풍경을 만들고, 다층 구조의 정원과 오솔길, 산책로를 통해 한강까지 자연스럽게 걸어서 갈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맨발 걷기, 숲 놀이터, 목초지 등 다양한 생태 경험 공간과 풀, 들꽃, 나무의 섬세한 식재를 통해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공성과 안전성도 우수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좋은 안으로 평가됐다. 심사위원단은 “상부 공간을 생태 공원으로 확장한 형태로 향후 덮개공원의 모델이 될 수 있고, 실현 가능성과 설계 유연성에서 독창성이 돋보였”으며 “기존 주거 흔적을 상징적으로 재해석해 의미를 갖게 한 점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9월 개최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 총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조합 총회 의결 이후 당선팀은 기본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실시설계는 조합이 별도로 선정한 업체가 맡게 되는데, 당선 팀과 함께 디자인과 실무를 보완하며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다음은 심사위원이 중요시 여긴 다섯 가지 관점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도시와 한강과의 연결은 도시 구조의 개선을 수반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한강 덮개공원의 공간적 성격을 중요하게 봤는데, 자연을 닮은 공원과 활동 중심적인 공원을 두고 토론한 결과 전자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다. 다시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치에 대해 비교 토론한 바, 도시와 한강의 연결보다는 공원이 담고 있는 성격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단순히 한강과 도시가 연결됐다는 점보다 덮개공원의 공간적 성격에 더 집중해 평가했다.
세 번째, 문화시설은 이 프로젝트에서 특정한 기능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덮개공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공원을 활성화시키는 데 얼마만큼 기여하는가도 평가 기준이었다.
네 번째, 프로젝트의 공사비의 제약과 한계가 예상되기에 규모가 축소됐을 경우, 원래의 안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시공성과 경제성도 함께 고려했고 공사비 때문에 규모가 축소될 상황을 상정했다. 그때 원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다섯 번째, 한강 덮개공원이 서울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올림픽대로의 상부가 공원으로 계속 확장되어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다. 이러한 점에서 당선작은 향후 덮개공원이 긍정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올림픽대로 상부가 공원으로 전환되는 데 시민의 호응이 따르고, 또한 그 사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당선작다층의 문화 공원_건축사사무소 리옹+로칼디자인(LOKALDESIGN)+신혜원(모나시대학교 교수)+스튜디오 풀칸 조경(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2등작 경계 없는 전시공원_조병수건축연구소+지 오터슨 스튜디오(Ji Otterson Studio)+트랜솔라 클리마 엔지니어링(Transsolar Klima Engineering)+휘트비 우드 밀스(Whitby Wood Mills)+에이치이에이(HEA)
3등작
반포 생태 놀이동산_스뇌헤타(Snøhetta)+슐라이히 베르게르만 파트너(Schlaich Bergermann Partner)+뷰로 하폴드(Buro Happold International Hong Kong)
한강의 풍경, 기억의 유산_건축공방건축사사무소+건축공방+스튜디오 아케위(Studio Akkerhuis)+로라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츠(LOLA Landscape Architects)
더 플로우(The Flow)_펜타토닉 LLC(Pentatonic LLC)+엠아이엔건축사사무소+조경설계해랑
패스트스케이프 앤드 슬로스케이프(Fastscape & Slowscape)_엠엠케이플러스건축사사무소+맹필수(서울대학교)+스트레인지 워크스 스튜디오(Strange Works Studio)+이머전트 스튜디오(Emergent Studio)+터레인 워크(Terrain Work)+CA조경기술사사무소+유신+센구조연구소+한정민(연세대학교)
주최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발주 반푸주공1단지(1‧2‧4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901번지 일원
공모 방식 2단계 국제설계공모
설계 범위 계획 및 기본설계
계획 범위 및 면적 문화공원2, 문화공원2 내 문화시설, 근린공원 A, B
A 한강연결공원: 신반포로에서 반포 한강지구까지 연결하는 공원으로 아래를 모두 포함
① 문화공원2(덮개공원 포함)
문화공원2 전체 구역 면적 45,209m2 중, 35,209m2 이하로 계획 제안
덮개공원은 구역 면적 20,000m2 중, 10,000m2 이하로 계획
② 한강과의 연결을 위해 필요한 주변 공원
근린공원 A: 3,452.2m2
근린공원 B: 1,401m2
B. 문화시설: 기준 연면적 3,300m2 이하로 계획
설계용역비 약 4,900백만원(부가세 별도)
덮개공원 및 문화시설 설계비: 약 47억(부가세 별도)
문화공원 2 외 기타공원: 약 2억(부가세 별도)
기부채납 설치비
덮개시설 및 문화시설 설치비: 108,622백만원(부가세 별도)
문화공원2 설치비: 약 5,000백만원
보상금
당선작(1점): 기본 및 중간설계 우선협상권
2등작(1점): 1억5천만원
3등작(4점): 1억원
운영위원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운영위원장)
김세진(지요건축)
윤혁경(에이엔유건축)
이상민(현대건설)
천장환(경희대학교 교수)
남정현(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
김창규(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이유국(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시설부장)
심사위원
김용미(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심사위원장)
김광수(건축사사무소 커튼홀 대표)
김세진(지요건축사사무소 대표)
남성택(한양대학교 교수)
마이클 스픽스(시러큐스대학교 교수)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은상준(현대건설)
이상은(국토연구원 건설·민간투자·자원연구센터장)
천장환(경희대학교 교수)
황경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정현태(뉴욕공과대학교 교수)
최영준(서울대학교 교수)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서울시, 수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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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다층의 문화 공원
당선작
긴 세월 동안 한강은 수많은 층위를 남겼다. 각각의 층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다가도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한강에서 한강공원, 올림픽대로, 반포주공1단지까지 연결되는 다양한 층위는 한강과 주거지 사이의 독특한 흐름을 만들었다. 새로 생기는 덮개공원과 공공 문화시설이라는 층위, 그리고 재개발될 아파트의 새로운 단층은 기존의 흐름을 연결하고 확장한다. 우리는 한강에 새로 생겨날 ‘다층의 땅을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도시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각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시대에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현시점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계획하고 대응해야 할지 자문하며 다섯 가지 지향점을 제안한다.
다섯 가지 지향점
도시와 자연의 복합: 반포지구는 다양한 자연 요소와 인공 사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유지와 공유지라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 공존하고 있고, 한강공원 같은 열린 시민 공간이 존재한다. 반포지구의 다양한 요소들을 공존하게 한다면 이곳을 자생력과 공존의 힘을 갖는 복합 서식지로 조성할 수 있다. 새로운 한강공원은 인간의 문화와 자연의 다양한 생물체를 연결하는 유연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다층적 땅, 생태: 땅의 본질인 자연 지반을 최대한 보존해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한강공원~들:판~내리:정원 108~수풀원~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자연 지반의 층위는 길과 자연 요소, 경관을 하나로 이어준다. 다층의 땅 위에서 자연 지반과 인공 지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생하고 공생하게 될 것이다.
통합: 덮개공원은 휴식과 레저 공간이자 새로운 한강의 경관을 제공해 준다. 빗물이 스며드는 정원과 더불어 자연 환기가 가능한 덮개공원과 완충 녹지는 도시와 자연을 매개하고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 숲이며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기반 시설로 기능한다.
협력하는 시민: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하는 프로젝트의 설계자는 계획뿐 아니라 조력자와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디자인 윤리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깊은 연결을 촉진하며 두 존재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단단한 구조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공생 관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접근했다. 땅을 존중하고 자연이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시각적 흥미와 더불어 자연에 잠재된 회복력을 이끌어내 지속가능한 생태계, 생물 다양성을 품은 경관을 만들고자 한다.
기억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 반포주공1단지의 108동은 수많은 사람의 기억을 담고 있다. 홀로 남은 108동은 서울 미래 유산으로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108동은 반포지구의 정체성으로서 미래와 현재가 상호작용하는 시민의 장소가 되어 문화와 자연을 연결시킨다.
사이:정원
높이가 다른 아크로리버파크(동쪽)와 디에이치클래스트(서쪽) 사이에 사이:정원을 만들어 두 단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공원 경계부 양쪽에 밀도 높은 숲을 조성해 외부로부터 시야를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정원 중심부는 주민 텃밭으로 활용되는 작은 텃밭을 품고 있는데, 이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 장소 역할을 한다. 빗물을 모으는 빗물 저금통은 마을 텃밭 이용자와 시민정원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 농막의 역할을하는 파빌리온은 휴식 공간이자 농기구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사이:정원을 지나 신반포로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향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각 단지의 진입구와 이어진 주요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며 숲 라운지를 만들어낸다. 오솔길은 포켓 녹지와 텃밭, 주변 공공 단지를 연결한다.
사이:텃밭
기존 근린공원A의 일부분을 텃밭 정원으로 활용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다층의 자연 친화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다. 빗물을 담는 물 그릇인 텃밭 정원은 생명력 있는 토양 환경을 되살려 미생물과 농작물이 자라나는 건강한 땅을 만들어낸다.
숲:정원
숲:정원은 올림픽대로변에 있는 기존 완충 녹지 흐름을 이어간다. 공원 동쪽에 위치한 숲:정원은 가장자리에 식재가 밀집되어 있고 중앙으로 갈수록 나무의 밀도가 낮아져 분위기가 밝아진다. 빽빽하게 나무가 심긴 이곳은 도심의 피난처다. 정원에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작은 산책로가 있다. 황토길은 맨발로 걸으며 주민들이 편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산책로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다른 정원들과 연결된다.
신반포로에서 사이:정원으로 이어지는 주요 공원 산책로는 숲속으로 스며들며, 장애인도 다닐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곡선 길은 아크로리버파크 단지로 이어진다. 나무가 우거진 숲:정원은 물리적인 개입이 아닌 친환경적 요소로, 언덕과 나무를 통해 올림픽대로의 소음과 먼지를 차단한다. 숲:정원의 중심부이자 가장 높은 곳에는 108동 건물과 내리:정원의 입구가 위치하며, 한강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진입 역할을 한다.
내리:정원 108
뼈대만 남은 108동을 공원 일부로 활용한다. 부분적으로 남겨진 108동은 3개의 서로 다른 층을 이어주는 수직 축의 중심이 된다. 신반포로에서 이어지는 공원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를 통해 1층에 도달하며, 이는 아파트 단지의 진출입로와 같은 높이다. 산책로와 단지 출입로가 만나는 위치에 숲 광장을 조성한다.
108동 둘레의 폭을 3m 더 넓혀 선큰 정원을 조성한다. 정원은 문화시설이 위치한 지하층에 채광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하층에는 주거 역사 전시장과 108 카페, 화장실 등 이용객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든다. 108동의 기존 계단을 이용해 지하층과 연결하고, 동쪽에는 108동 외벽 입면과 5층까지의 주요 구조를 존치해 엘리베이터를 통해 공원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지하층과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108동 수직 동선인 엘리베이터와 브리지는 한강으로 접근하는 최단 거리를 만든다.
덮개공원, 들:판
올림픽대로 상부에는 덮개공원, 들:판을 조성한다. 한강 전망을 가리지 않도록 낮은 높이의 그라스 정원을 계획했다. 들:판의 가장자리에는 안전을 위해 나무를 식재하고 이를 위해 토심을 상대적으로 깊게 확보했다. 들판의 중심부는 목초지로 구성하고, 나무와 바위로 그늘이 드리우는 쉼터로 조성한다.
덮개공원은 건조 지역과 습한 지역, 탁 트인 초지와 조밀한 관목 등 대비되는 특성을 가진다. 공원 산책로는 들:판 위 브리지로 연결되며, 들:판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보조 동선으로 마련된 자갈길은 목초지 중심을 지난다. 비가 올 때 오목한 지형을 따라 가운데로 빗물이 모이면서 건천을 만들어 낸다. 이 지점에 북쪽의 한강과 남쪽의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쉼터와 휴식 플랫폼들을 배치한다. 엘리베이터, 계단, 경사로의 세 가지 방법으로 덮개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덮개공원과 한강공원을 엮는다.
들:판 나들목
반포한강공원과 사래섬, 들:판의 교차점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들:판의 주요 수직 동선과 연결되고 한강과의 높이 차를 극복한다. 한강 진입 공간이자 한강변, 서래섬, 들:판 세 녹지대의 중간 지점인 나들목은 다양한 이용자와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차량 통행로에 접한 개방형 광장은 바닥 포장으로 주변과 구분하고, 들:판의 도착 지점이 자연스럽게 반포한강공원의 일부로 편입되도록 한다. 기존 올림픽대로 하부를 통과하는 반포안내센터 나들목, 서래섬 나들목 사이에 위치한 들:판 나들목은 녹지를 통해 한강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나들목 유형을 제시한다.
- 건축사사무소 리옹+LOKALDESIGN+신혜원(모나시대학교)+ studio Vulkan Landschaftsarchitekt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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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경계 없는 전시 공원
2등작
덮개공원의 환경 설계적 측면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의 덮개공원은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는 올림픽대로 상부에 조성되는 공원이다. 바람이 센 강변 환경과 극한의 날씨에 대한 대비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계절 내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야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원 테두리에 스크린을 제안한다. 바람과 환경 시뮬레이션 자료를 기반으로 스크린의 각도와 통기성을 조절했다. 이는 강한 겨울 바람과 뜨거운 태양, 비와 눈으로부터 방문객을 보호한다. 동시에 스크린은 하부 고속도로의 통행을 고려한 안전 장치의 기능을 겸한다. 공원 방문객들의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하부 고속도로에 위험한 파편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또한 스크린에 의해 차단되어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과 한강이 조화롭게 경험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지속가능한 공원으로써의 잠재성
지속가능성과 기후 회복탄력성은 중요한 설계 지향점이다. 궁극적으로 태양 에너지 발전, 지열 에너지, 풍력 분석을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쾌적한 야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쿨링 플라자(증발 냉각 광장), 차양 구조물 등을 설계했다. 미술관 건물과 공원에는 태양광 패널과 녹화 지붕과 같이 환경적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했다. 이러한 디자인 원칙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지속가능한 공원으로써의 잠재력을 탐구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조병수건축연구소+Ji Otterso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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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반포 생태 놀이동산
3등작
한강변 모래 범람원의 메아리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와 한강의 관계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땅과 물의 경계를 형성했던 모래 범람원은 가족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며 재미와 놀이의 추억을 키우는 동시에 생태계가 번성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이 문지방(threshold)은 사라졌다. 더불어 고속화도로가 건설되면서 수변과는 더욱 단절되며 서식지는 파편화됐다.
우리는 물리적 환경을 다시 연결할 뿐만 아니라 현재 휴면 중인 땅의 활기를 되살리는 구상을 제안한다. 물을 땅으로, 숲을 바깥으로 이끌어낸다. 이로써 조성된 도시 생활과 주변 환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경관은 자연이 도시의 활기와 함께 번성하는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역동적인 한강공원을 따라 우아하게 놓여, 번화한 올림픽대로 위에 펼쳐진 공원은 주변 지역과 강변을 하나로 통합하고 반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명선이 될 것이다.
생태와 문화
두 가지 차원에서 대상지의 본질에 기여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생태학적 차원에서 홍수에 대응할 수 있고 자정 능력을 갖춘 생태계를 조성해 회복탄력성을 높이고자 했다. 대상지의 여러 요소와 조화롭게 공존하며 번성하는 서식지는 모든 형태의 생명체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이곳의 온도, 습도, 바람, 소리, 일사량 등의 미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생 식물이 다시 자라게 한다. 이렇게 형성된 미기후의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을 만들고, 더욱 풍부한 경험을 위한 교육 요소로도 작동한다.
‘놀이동산’은 최초의 인공 공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 풍요로움을 위한 촉매라는 뜻을 담은 표현이다. 놀이를 장려함으로써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시간을 공유하며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곤충, 야생 동물, 심지어 로봇을 포함한 비인간 거주자도 포용하는 공동체를 조성한다. 놀이동산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다목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한 다층 구조를 통해 매혹적인 자연, 매력적인 광장, 원형 극장, 놀이 구역, 교육 요소 및 실내 문화 시설 등 다양한 공간 경험의조화로운 혼합을 보여준다. 계절에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이 설계안은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Snøhetta+ Schlaich Bergermann Partner+ Buro Happold International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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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한강의 풍경, 기억의 유산
3등작
우리는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다
흐릿하게 남아 있는 1960년대 한강의 흑백 사진은 옛 경관을 그리워하게 한다. 우리의 계획은 한강의 풍경을 단절의 풍경이 아닌 치유의 풍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과 같이 유연하게 잔잔히 흐르면서 수평적으로 퍼지는 덮개의 모습은 하늘과 산, 주변의 도시를 차별 없이 끌어안는 도시의 배경이 되어준다. 치수와 교통에만 집중했던 계획을 넘어 물을 품는 삶에 대한 계획을 제안한다. 이는 잊힌 풍경을 되살리고 생태적 회복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이루어가는 첫 여정이 될 것이다. 인위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한강의 풍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대동여지도를 통해 서울에서 산과 물의 중요성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오늘날 한강은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서울을 둘러싼 산들은 자연적 방벽이자 도시의 경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산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만들고, 이러한 자연 요소는 도시설계와 조경의 핵심 고려 사항이 되었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도시 계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새로운 연결
한강공원은 한강과의 단절을 완화하고, 시민에게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로 인한 물리적 단절은 남아있어 한강과 도시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어렵다. 이는 도시 개발과 자연 보존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한강의 풍경, 기억의 유산’은 활기찬 공공 공간과 서울한강공원의 새로운 연결성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기존 지역의 마스터플랜에 통합될 수 있는 이상적인 볼륨과 레이아웃을 연구했다. 수차례의 스터디를 통해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이 높고, 탄소 집약도가 낮으며, 공간적으로 흥미로운 부드러운 덮개를 구상했다. 이 덮개는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도시 매트릭스를 대지까지 확장하며 배치되어, 반포지구와 한강공원의 중심축에 완벽하게 들어선다. 이러한 중심적 위치는 보행 방향에서 오는 모든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로 정의된다. 덮개는 3면에서 도시를 자유롭게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상하부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스터플랜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기존 도시와 한강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차원의 도시 경험을 제공하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
덮개공원
덮개공원은 잊힌 한강 풍경을 담은 조경 공간으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릉은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한강으로 이끄는 동선 역할을 해 공원을 더욱 매력적이고 탐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덮개는 반포로쪽 경사로와 한강공원쪽 경사로를 주축으로 큰 축을 형성한다. 또한 동측과 서측 지하 통로와 연결되는 가로를 형성해 보행 친화적 환경을 제공하며, 도시와 한강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보행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동선을 만들어낸다. 덮개공원으로 진입하는 두 개의 주요 동선을 완만한 경사로로 설계해 유모차 사용자, 노약자 등 다양한 이용자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보행자의 안전과 쾌적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올림픽대로 인접 부분에 식재 마운딩을 적용해 차량 소음을 차단한다. 식재 마운딩에 심은 다양한 나무와 관목은 소음 차단 효과를 극대화할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든다. 더불어 안전 난간을 설치해 보행자와 도로 사이에 물리적 경계를 만들었다. 덕분에 보행자들은 안전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다.
덮개공원 도입부의 얇은 띠 모양의 대지를 숲공원으로 조성한다. 숲공원은 세 개의 주거 단지와 맞닿아 있다. 이때 반포주공1단지와 접하는 부분에 충분한 완충 녹지를 조성해 주거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시민들의 이동로는 주거 단지 레벨(21m)보다 7m 낮은 14m 레벨에 위치해 시각적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한다. 또한 주거 유닛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덮개
의 최대 높이와 거리를 설정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건축공방건축사사무소+건축공방+ Studio Akkerhuis+ LOLA Landscape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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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더 플로우
3등작
오랜 세월 퇴적과 침식을 통해 형성된 한강의 물줄기에서 영감을 받아 강과 도시, 사람들의 흐름이 융합되는 역동적인 서사를 만드는 것을 설계 목표로 삼았다. 한강연결공원은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닌, 한강과 서울의 다양한 흐름을 엮어내는 살아 숨 쉬는 합류점이어야 한다. 새로운 연결공원을 통해 올림픽대로로 인해 단절된 강과 도시의 관계를 회복하여 강이 도시로 부드럽게 흘러오도록 돕고자 했다. 이 흐름 속에 자연과 도시 경관이 자연스럽게 혼합되며 지속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방문객과 자연을 연결한다.
상승하는 표면과 새로운 강의 흐름
단순히 강으로 확장된 도시공원을 만드는 걸 넘어서 강부터 도시까지 이르는 레벨이 서서히 높아지는 하나의 연속적인 표면을 만들고자 했다. 연결과 흐름을 주안점으로 두며 자연과 도시 경관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하고, 강과 도시 사이의 이동과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전이 공간을 계획했다. 또한 강과 도시의 조화를 중심으로 디자인적 통일성을 만들고자 했다.
도시는 깔때기를 연상시키는 도로와 다리를 통해 물길을 가로지르며 한강이란 자연에 침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침범을 역전시켜 강이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게 하고자 했다. 기존의 한강과 신반포로를 잇는 좁은 도로에 놓은 전형적인 브리지 디자인에서 벗어난 깔때기 형태의 연결공원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강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과 도시를 잇는 삼각주
강의 축과 도시의 축이 수직으로 충돌하고 있기에 서로 방해 받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어야 했다. 강과 도시의 축을 자연스레 잇는 삼각주 형태의 연결공원은 지형, 수경 시설, 포장, 계절의 변화 등 여러 켜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삼각형의 양변을 구부린 형태의 삼각주 디자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경사로를 만들고 시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단절의 상징이었던 반포주공1단지 108동은 철거 후 수경 공간으로 조성해 연결과 화합의 상징으로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도시 인프라로 단절되었던 강의 흐름을 조경 공간과 엮어 주변 환경과의 연결을 꾀했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Pentatonic LLC+ 엠아이엔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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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패스트스케이프 앤드 슬로스케이프
3등작
과거의 한강은 서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자연 하천으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서울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시작된 여의도, 이촌 등 택지 개발과 수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방, 올림픽대로 등 서울을 동서로 연결하는 간선도로의 건설이 한강변을 따라 진행되며 도시와 단절됐다. 이러한 단절을 극복하고 서울과 한강을 연결하기 위해 지하 또는 공중에 설치된 나들목, 한강 다리 엘리베이터/계단, 보행교 등은 도로와 제방을 수직으로 통과한다. 한강으로 향하는 이 선형의 장치들은 이동을 제외한 특별한 행위나 경험을 수용하기 어렵다.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은 도시와 한강을 선형으로 연결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평면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평면적 연결에 더해 한강을 향해 빠르게 종적으로 연결되는 보행로 ‘패스트스케이프(fastscape)’와 한강과 횡적으로 마주한 다양한 장소를 담아 느리게 연결되는 공원 ‘슬로스케이프(slowscape)’를 입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한강의 다양한 레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순환하는 새로운 입체 네트워크 공원을 제안한다.
도시와 한강을 잇는 공공 보행 네트워크
새로운 공원은 도시의 모든 방향에서 편안한 경사로로 연결되는 열린 공원이 된다. 한강과 서울을 다양한 레벨에서 종과 횡으로 다채롭게 경험하는 장소로서 산책, 휴식, 놀이, 옥외 행사와 같은 다양한 경험과 행위를 제공한다. 반포주공1단지 108동을 부분적으로 보존해 한국 주거 역사 전시관으로 치환하는 문화센터는 외부 공간과 다양한 방향과 레벨에서 연결되어 공원으로 통합되며 공원의 커뮤니티 문화 활동의 중심이 된다.
기존 반포주공1단지에 존재하던 도시의 맥락을 계승 및 발전시킬 수 있는 공공 보행로를 계획했다. 대상지에 접하는 두 개의 공공 보행로를 다양한 속도(fast&slow), 방식(램프, 계단, 엘리베이터), 레벨(공중, 나들목)을 통해 한강으로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동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입체적인 공공 보행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또한 사람의 흐름뿐 아니라 녹지의 흐름, 물의 흐름을 잇고 한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공중에 담아낸다. 이를 통해 한강의 장소성을 확장해 도시로 연결하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 낸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엠엠케이플러스건축사사무소+맹필수(서울대학교)+ Strange Works Studio+Emergent Studio+Terrain Work+ CA조경기술사사무소+유신+센구조연구소+한정민(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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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숲 깊은 자연과의 조우
The Origin of Forest
씨앗숲 정원은 청주시가 개최한 2024 청주 가드닝페스티벌의 기업참여정원으로 조성된 공공 정원이다. 후원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시민단체 생명의숲과 진행 중인 도시숲운동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 정원이 조성되길 희망했다. 이는 정원의 개념과 방향 설정에 있어 기본 배경이 됐다.
혼재된 시간의 감흥, 동부창고
대상지인 청주의 동부창고는 2014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옛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 창고를 다양한 문화 및 예술 이벤트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시민 참여 거점 공간으로 변화시킨 포스트-인더스트리얼 공간이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기존 창고 건물들이 간직한 시간의 흔적과 그 안을 새롭게 채운 다양한 예술적·문화적 체험, 혼재된 시간의 감흥이 주는 장소의 감동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내 아쉬움을 느꼈다.
남겨진 창고의 흔적은 이 대지에 쌓인 엄청난 시간의 켜 중 지극히 단편적인 인간의 흔적이 아닌가. 그저 몇 십 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 땅은 우암산 자락의 숲과 계곡이 무심천까지 연결되었던 깊은 자연이 숨 쉬던 곳이었다.
숲의 관점에서 이 대상지가 가장 빛난 시절은 오히려 창고가 지어지기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원생의 숲이 울창하던 때가 아니었을까. 혹시 이곳 어딘가 콘크리트 포장 아래 깊은 자연의 씨앗이 유적처럼 남아 있진 않을까. 보도블록 틈새에서 블록을 들썩하고 들어 올리며 자라나는 잡초처럼, 인간의 손이 닿기 전 원형의 자연이었을 도시 표면 아래 어딘가에 숲의 씨앗이 움틀 날만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씨앗숲은 이러한 상상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가드닝페스티벌의 취지를 담아 정원 문화 및 도시숲이 동부창고를 시작으로 더 많은 도시로 확산되어 그 싹을 틔우길 바라는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다.
시간이 융합된 비밀의 정원
콘크리트로 뒤덮인 대상지 아래 깊은 곳에 숨죽이고 있던, 원생의 자연을 간직한 숲의 씨앗이 작은 물줄기를 만나 커다란 콘크리트 바닥을 툭하고 깨고 나오는 상상적 연출을 통해, 작지만 커다란 자연의 힘을 표현했다. 동부창고 자체가 간직한 시간의 층위에 창고가 들어서기 전 우암산 자락의 계곡 숲이었던 깊은 자연의 기억을 더하고자 했다. 다양한 습지 및 초지 식재,넓은 콘크리트 패널, 창고와 배수로 등 숲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경관 요소들은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경관이 된다.
공간은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정원의 입구부는 도시의 콘크리트를 깨고 나온 씨앗숲이 오래 간직해 온 원형의 깊은 자연을 표현한 공간이다. 오래된 숲을 상징하는 키 큰 메타세쿼이아와 원초적 습지 경관을 통해 나이 든 깊은 숲의 경관을 연출하고, 미스트로 자연의 경외적 신비감을 더했다. 땅 아래로부터 솟아난 깊은 자연에 의해 대지를 덮고 있었던 커다란 콘크리트 패널들이 들썩인 모습으로 자연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정원의 상징적 조형물을 표현했다. 안쪽 계수나무와 신나무로 만든 낮은 숲 공간은 리노베이션된 동부창고의 외부 공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간의 층위의 요소들이 자연을 통해 하나의 경관으로 융합되며 성장하는 숲의 정원이다. 포근하게 위요된 숲 안에 스툴 벤치를 배치해 편안한 휴게 및 산책 공간을 계획했다. 씨앗숲의 근원이 되는 샘물 바위와 좁은 계류는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드는 자연의 숨겨진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정원의 명상 요소가 된다.
식재 계획
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을 표현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이 작은 정원을 공간에 내재된 시간의 켜와 연결하고 원초성을 표현하는 것은 씨앗숲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우암산의 능선이 보이는 씨앗숲이 터져나온 지점의 바닥에는 자연의 욕망을, 적벽돌의 학교를 배경 삼아 단정한 계수나무 수관을 이루는 심장저心臟底의 잎사귀의 나부낌을, 생명에 무감각한 도시로부터는 숲을 보호하는 망토군락林緣을 담아냈다.
식재의 외관은 크게 네 개로 나뉜다. ① 크고 작은 나무 무리와 여러 질감의 양치류, 숲 숙근초, ② 큰 나무의 얼기설기한 골격과 수로 사이의 드문 하층, ③ 목본-덤불형 관목-아관목-키 큰 숙근초-낮은 숙근초의 명확한 층위, ④ 1번과 3번의 식재 구조를 연결하는 열식과 매스형 초본층. 우선 들썩들썩한 콘크리트 패널부에는 큰 어른 같은 메타세쿼이아가 자리한다. 바늘잎같이 섬세하게 갈라진 잎이며 솔방울을 매단 그러나 낙엽이 지는, 침엽수와 활엽수의 진화 사이에 탄생한 것 같은 이 나무의 기근이 나와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어린 물철쭉은 갈라진 콘크리트 패널 틈에서 줄기를 뻗는다. 패널 하부에 숨겨진 공간에는 홍지네고사리, 관중 등 양치류, 천남성을 심었다. 오목한 지형 측면 돌무더기 사이로 돌단풍, 바닥에는 양탄자를 만들어 줄 미나리아재비 군락, 산뚝사초, 긴 덩굴로 무리를 만드는 구와산바위취, 육지(건조지)로 올라오면서 등장하는 중간 볼륨의 키 작은 노루오줌, 털머위, 조금 늦은 봄의 레오코줌 ‘그레이브타이 자이언트’, 자란, 섬노루귀와 같은 자생숙근초를 혼식했다. 실제 숲과는 다르지만 숲의 욕망과 생명의 조각을 단편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충분한 공중 습도와 유기질의 부재를 보완하고자 토양 개량을 병행했다.
콘크리트 바닥을 가로지르는 선명한 수로에는 이테아 ‘헨리스 가닛’, 꼬랑사초 등을 드문드문 배치했다. 정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순백의 단정한 한라백당, 중간 키의 노루오줌, 적당한 군거를 이룰 무늬둥굴레, 호스타 등과 함께 그 사이로 잔잔한 초봄의 군무를 만드는 매화헐떡이풀 ‘닌자’를 계획했다.
병풍처럼 늘어선 좁고 길쭉한 녹지에는 계수나무와 신나무의 열식, 그 하부에 몰리니아 ‘무어헥세’, 무늬북사초, 개맥문동 매스 사이로 라일락 ‘아그네스 스미스’, 알구타조팝나무를 점점이 배치했다. 수평적 매스 사이로 돌출되는 숙근초, 쥐오줌풀 무리, 참나리 등을 심어 자연 발생적 느낌을 강조했다. 씨앗숲의 계절은 봄과 여름에 잔잔하게 개화하는 화관목과 숙근초, 단풍의 그라데이션이 기대되는 목본으로 구성된다. 화려한 꽃은 없지만 잎의 형태가, 식물의 생활형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공 정원이다. 임의의 군락이 본래의 습성대로 살아가는 과정을 이 정원에서 지켜보며 동부창고의 하나의 외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완성도를 위한 협업
몇년 전부터 봄이면 수많은 지역별 정원박람회뿐 아니라 지자체별로 집중된 정원 공사로 인해 정원 전문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게 됐다. 정원의 주 상징 요소인 기울어진 대형 콘크리트 패널들은 공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게다가 디자인 2주, 실시설계 2주, 공사 기간 4주로 처음부터 짧게 잡힌 일정은 치명적이었다. 공사는 힘든 과정이었고 공사비마저 상당히 초과되었다. 하지만 안기수 대표(공간시공 에이원)의 시공과 이양희 대표(스튜디오 천변만화)의 식재 등 다양한 협업과 도움 덕분에 높은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 함께 일하는 내내 그들의 추진력과 직업 의식에 감탄했다.
글 김현민 스튜디오일공일 대표
이양희 스튜디오 천변만화 대표
정원설계 및 디자인 감리 스튜디오일공일(김현민, 이현옥, 이세희, 김선우, 박지원, 김아현)
정원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식재 계획 및 시공 스튜디오 천변만화(이양희)
콘크리트 시공 아름다운길
미스트 분수 및 수경 시설 시공 그린비스(주형재)
후원 현대백화점그룹, 생명의숲
위치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덕벌로 30 동부창고 일원
면적 약 250m2
완공 2024. 5.
사진 안상순, 스튜디오일공일
스튜디오일공일(STUDIO101)의 ‘101’은 100 다음의 새롭게 시작하는 ‘1’을 의미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곧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통해 실험성, 심미성, 실현성을 바탕으로 작업하고 있는 실천적 조경설계사무소다. 정원, 오피스, 공원, 주거 특화설계, 리조트 및 테마파크 등 실제 시공으로 이어지는 공공과 민간 영역의 다양한 외부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