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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발간, 새로운 다짐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 월간 『환경과조경』의 통권 400호 발간, 새로운 역사를 시작합니다. 『환경과 조경』은 오휘영 초대 발행인(전 한양대 교수)이 초창기 주축 조경인들과 뜻과 힘을 모아 1982년 7월, 계간 『조경』으로 창간되었습니다. 1985년 6월(통권 9호)에는 『환경 그리고 조경』으로, 10호부터는 『환경 & 조경』으로 제호를 바꿨고, 1992년 1월(통권 45호)부터 『환경과조경』이라는 제호를 쓰면서 월간 잡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 뒤 2013년 7월호(통권 303호)에 이르기까지 한 번의 결호도 없이 31년간 계속 간행된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사의 살아있는 역사, 조경 분야 대표 언론으로서 국내외 조경 관련 정보와 조경인들의 소통을 위한 중추 역할을 했습니다.
2013년 8월호부터 발행인을 맡은 저는 배정한 편집주간(서울대 교수)과 함께 대대적인 리뉴얼을 준비했고, 2014년 1월호(통권 309호)를 기점으로 월간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조경』은 무엇보다 조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지향했습니다. 또한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 기지’라는 세 가지 비전을 좌표로 삼았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환경과조경』은 한국을 넘어 지구촌으로 그 위상을 넓히고자 영문 제호를 laK(landscape architecture Korea)로 변경하고 설계, 비평, 이론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며, 동시대 조경 담론의 소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월간 『환경과조경』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하는 ‘우수콘텐츠잡지’에 7년 연속 선정되었고, 자매 브랜드인 도서출판 한숲과 도서출판 조경이 출간한 서적들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세종도서(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성장 신화를 기록해 왔을 뿐만 아니라 조경의 새로운 영역과 쟁점을 발굴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왔습니다.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의 물결에 발맞춰 2016년 9월에는 공식 홈페이지 ‘e-환경과조경’을 리뉴얼 오픈했고, 전문적 깊이와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에서도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여 매체의 시간적 ‘동시화synchronization’를 이뤘습니다. 또한 조경, 건축, 도시 등 업역의 경계를 넘어 매체 접근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식혁명시대의 에너지원인 무한한 지식의 공급처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뉴스 플랫폼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포털에 조경 뉴스를 제공하고, 조경 매체로는 유일하게 국내 뉴스 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와 제휴에 성공함으로써 정부, 지자체, 공기업은 물론 국회의원실 등 입법 기관에 조경 분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환경과조경’ 뉴스는 지난해 1일 평균 방문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고 2020년 K-WEB이 인증하는 과학환경뉴스 분야 연간 1위를 기록하며 ‘Category TOP 연간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환경과조경은 2016년부터 ‘서울정원박람회’와 ‘LH가든쇼’ 등 국내 주요 정원박람회에 주관사로 참여하여 시민들의 일상적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과조경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의 꿈의 무대인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한국조경학회와 함께 주관하고 있으며, 조경 분야 발전에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의 조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조경가’를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제정된 ‘올해의 조경인’에는 지금까지 총 86명이 선정되었습니다. ‘젊은 조경가’는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할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 2018년에 새롭게 제정하여 현재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오늘의 한국 조경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대 속에서 조경의 위상과 역할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제도권의 조경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조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적 수요가 증가하고 일상 속의 조경 문화는 풍요로워졌는데도 정작 조경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조경을 정책적 어젠다로 만드는 대응이 없었고 구심점 없는 관련 단체들의 통합적 실천 부재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400호를 넘어 500호를 바라보는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역설적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조경의 미래 지향과 좌표를 설정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한국 조경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는 사명을 가지고 나아갈 것입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통권 400호를 발간할 수 있게 된 것은 『환경과조경』을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한국 조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한국 조경에 꼭 필요한 담론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깁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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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환경과조경, 500호 시대를 향해
400번째 『환경과조경』이다. 1982년 7월 창간한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의 성장사를 기록하고 저장해왔으며, 국내외 조경 설계와 이론의 쟁점을 발굴하고 그 지평을 확장해왔다. 39년의 긴 여정, 변함없이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지면 곳곳에 녹아든 여러 조경가, 필자, 편집자, 디자이너, 사진가, 번역자의 노력과 정성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는 다양한 기획 지면을 통해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396호(2021년 4월호)에는 그간의 표지와 책등을 한데 모아 특집 ‘표지 탐구, 책등 탐방’을 구성했다. 잡지의 얼굴 역할을 한 39년간의 표지와 책등을 넉넉한 리듬으로 훑어보면서 『환경과조경』이 그려온 지형의 주요 지점을 조감하고자 했다. 397호(5월호) 특집 ‘편집자들’에는 추억 속의 편집자 김정은, 백정희, 손석범, 양다빈, 조수연, 조한결을 초대했다. 그들은 “당신에게 『환경과조경』은 어떤 잡지였으며, 조경이란 무슨 의미였나요?”란 질문을 받고 그들이 엮었던 옛 기사와 꼭지들을 소환해 당시의 시각으로 다시 살폈다.
398호(6월호) 특집 ‘읽는 행위를 설계하는 법’에서는 『환경과조경』의 편집 디자인 변천사를 다뤘다. 40년 가까운 긴 세월, 잡지의 콘텐츠뿐 아니라 그것을 담는 형식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판형, 글꼴, 줄 간격, 글줄의 길이, 여백, 그림과 사진 배치, 머리말.꼬리말과 쪽수 위치 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촘촘히 되돌아봤다. 399호(7월호) 지면은 추억의 연재물들로 채웠다. 지난 3월과 4월에 진행한 독자 대상 설문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의 결과에 편집부의 기획을 보태 옛 연재 여덟 꼭지를 재구성한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꾸렸고, 열다섯 명의 필자가 기꺼이 참여해주었다.
1월(393호)부터 지난달(399호)에 걸쳐 실은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특집은 편집자 김모아, 남기준, 배정한, 윤정훈과 편집위원 박승진, 박희성, 최영준, 최혜영이 옛 『환경과조경』을 50권씩 나눠맡아 재독하고 재조명한 연속 기획물이다. 이달 400호에는 이 특집 원고 여덟 편을 다시 묶어 싣는다.
이번 호에는 『환경과조경』 400권의 목차를 모두 모았다. 『환경과조경』 39년 역사를 세로지르는 총목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 조경의 궤적을 담은 아카이브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잡지 400권의 목차 모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마치 국어사전을 ㄱ에서 시작해 ㅎ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처럼 지루하겠지만, 마음먹고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한다. 한국 조경 50년사의 큰 줄기를 따라 걷는 유장한 산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산책길 곳곳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보석들이 박혀 있을 것이다.
400호 교정본을 넘기다가 문득 500호가 발간될 시점이 궁금해졌다. 연필로 끄적여 따져보니, 2029년 12월이다. 400호를 낸다는 것, 그것은 멀지 않은 500호 시대를 준비하며 조경 저널리즘의 새좌표를 찾는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이번 400호 발간과 내년 7월 창간 40주년을 계기로 편집부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500호 시대의 『환경과조경』을, 2030년대 한국조경 저널리즘의 지향을 질문하고 그 답을 구해볼 작정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늘 경계해야 할 점은 『환경과조경』이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라는 사실이다. 경쟁이 없으면 지향을 잃기 쉽다. 실험과 창의를 스스로 막거나 늦춘다. 안주하기 마련이다. 100m 달리기이든 42.195km 마라톤이든 혼자서 뛰면 자기 기록을 깨기 어렵다. 힘든 조건을 감내하며 분야 유일의 전문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 『환경과조경』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유일하다는 조건 때문에 자칫하면 『환경과조경』은 제도권 조경계만을 대변하는 유사 기관지 혹은 지향점 없이 모든 걸 쓸어 담는 백화점식 잡지로 흐르기 쉽다.
이러한 난맥을 스스로 경계하면서 『환경과조경』이 500호 시대를 향해 묻고 답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는 한국 조경의 전문성(professionality)과 수월성(excellence)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그것은 곧 영역을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과 넓혀야 한다는 강박에 이중으로 피로한 한국 조경계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둘째는 조경 저널리즘의 역할을 기록과 비평을 넘어 이슈 생산과 소통으로 확장하는 과제다. 셋째는 젊은 세대 조경가와 미래 세대 비평가를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한국 조경의 2030년대를 기획하는 일이다. 세 가지 과제를 다각도로 풀어갈 도전적 노정에 독자 여러분도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박명권 발행인과 남기준 편집장을 도와 편집주간 이름표를 달고 『환경과조경』에 동승한 게 309호(2014년 1월호)부터다. 400호에도 참여하게 된다면 독자 400명을 초대해 심포지엄과 파티를 결합한 환상의 이벤트를 열겠다는 구상이 코로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합리화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무한 공급 맥주와 함께 펼쳐질 신나는 향연을 약속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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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1982. 07.
창간에 즈음하여 오휘영
조경수상: 전통적인 환경과 오늘 박용숙
나무 그리고 인간: 만수원 김명원
정원기행: 성북동 B 화백 외
보여주고 싶은 경관: 보길도
특집: 조경이란 무엇인가
조경이라는 것 유병림
좌담: 대학의 조경 교육 그 밖의 문제점 권상준 외 5인
조경 분야로서의 사회적 인식 정충식 외 3인
조경,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조경과 도시설계, 터전을 가꾸는 두 일손 황기원
건축과 조경의 해후 윤승중
원예와 조경의 협력 염도의
명작 속에 나타나는 경관 천승세
옥외 환경 조각의 기능과 역할 엄태정
도시벽화
환경적 커뮤니케이션 김정헌
도시 환경의 발전을 위한 슈퍼그래픽 노려
해외 조경, 중동 조경
중동 조경의 진출과 그 전망 고성하 외 3인
중동 지역의 조경 심우창
중동 지역의 식물별 특성
전통 조경 양식의 탐구
한국인의 얼이 담긴 장소에 관한 고찰, 마당론 이규목
인간·자연, 교섭과 융화의 장소, 정자 정영선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시작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1983. 02.
조경수상: 소쇄원, 그 품격 있고 남루한 이조거인? 조동화
정원기행: 제주도 동감녕리 정원 외
나무 그리고 인간: 한림농원 한태현
보여주고 싶은 경관: 충남 예산군 고택 이재근
특집: 관광지 조경 실태와 현황
관광 개발의 허실과 과제 김사헌
수도권 국민 관광 개발의 방향 이장춘
관광지 조경의 실태와 개선방향 이영희
국립공원 종합개발계획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제주도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강운구
세계의 조경: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파리 이대우
나무시장의 실태: 조경 산업의 증가와 조경 수목 재배 붐 라성숙
세계 조경가 시리즈: 밀러의 작품 세계
프로젝트: 서울대공원 조경 / 금호도 개발 기본계획
주거 환경과 실내 조경 조성열
실내원예 송순이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윤국병
환경과 조각 유근준
옥외 공간속에서의 조각 최민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1983. 06.
조경칼럼: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성장을 정영선
정원기행: 삼선동 우씨 정원 외
특집: 올림픽을 위한 조경
동경올림픽, 뮌헨올림픽, 몬트리올올림픽, LA올림픽
올림픽과 달라질 환경, 달라져야 할 디자인 황기원
’88서울올림픽 준비 상황 류동주
좌담: 올림픽을 전후한 서울의 도시 구조 개편 강병기 외 5인
특별기획: 우리들의 도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사진에 나타나는 도시 경관 정동석
도시 환경–대단히 둔감한 서울 시민 홍사중
회색화된 도시, 그 위협으로부터 해방 안봉원
우리는 싫건 좋건 간에 시각 환경의 홍수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대일
도시화에 따른 환경 녹지 문제 김장수
나무 그리고 인간: 나무할아버지 김이만
명화로 본 경관: 몽유도원도 원동석
’83프로젝트: 춘천호반 관광지 개발계획
보여주고 싶은 경관: 성낙원을 찾아서 박문호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한국담장의 문양 임영주
세계 조경가 시리즈: 버얼 막스의 작품 세계 이춘홍
스스로 꾸미는 가든아이디어: 여름철의 수경
(이하 후략)
*환경과조경400호(2021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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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그 편지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거느리고 풍경과 사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버리지 못했다.
―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중에서
올해 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였던 고정희 대표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3.SPACE MAGAZINE: 꼭 하고 싶은데 질문을 안 해서 못한 말이 있으면 지금 해 달라. / 남기준: 대중적인 종이 잡지들도 휴간과 폐간의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경 전문 잡지인 『환경과조경』이 올해 8월에 통권 400호를 맞이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 호 한 호 어렵게 펴내고 있다. 2013년에 환경과조경에 다시 복귀하면서 “한국 조경 분야에 월간 『환경과조경』 같은 전문 잡지가 하나쯤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후원하시는 마음으로 정기구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운 적이 있다. 내게는 호소력 있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구나, 라고 한탄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독자가 구독하고 싶은 잡지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따위의 원론적인 다짐을 하기도 했다. / 3.SPACE MAGAZINE: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위의 그 편지를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쓰면 안 될까? / 남기준: 그 편지는 올해 400호를 맞아서 한번 써보려 한다(https://plants-ingarden- history.com).
인터뷰를 했던 때가 1월인데 7개월 동안 ‘그 편지’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400호 마감일이 다가왔다. 그 사이에 400호를 돌아보는 여러 특집과 연속 기획이 진행되었고, 1월에는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가든 플랜트 콤비네이션』(이병철 지음)이 출간되었다. 2월에는 『기억의 장소,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상석 지음), 『한국 조경의 새로운 지평』(성종상 엮음), 『그리는, 조경』(이명준 지음), 『꽃보다 꽃나무, 조경수에 반하다』(강철기 지음) 등 한 달에 네 권의 단행본을 펴냈다. 뜻하지 않게 마감이 겹친 탓이지만, 동시에 네 권을 펴낸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달에는 비매품 책자 두 권도 마무리된다. 그 와중에 작년 봄부터 진행했던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5월로 연기되어 개최되었고, 제3회 LH가든쇼 운영관리 용역 제안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2월부터는 내년 8월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제58차세계조경가대회 사무국을 맡게 되어, 로고 디자인부터 메인 포스터 디자인, 개소식 행사, 홈페이지 구축, 홍보 영상 제작, 학생 서포터즈 운영, 공공기관 협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주최·주관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3월에 ‘건강 도시와 조경’을 주제로 공고되었고 다음 달에 작품 접수가 진행된다. e-환경과조경은 어제도 오늘도 매일 9건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400호를 기념하여 진행한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이란 설문조사와 한국 조경 50년을 기념하는 ‘한국 현대 조경 대표작’ 설문조사도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 편지’는 마무리하지 못했다.
400호를 맞아 축하광고를 여러 단체, 기관, 업체, 학교 등에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200여 곳에서 축하 인사와 함께 광고를 해주셨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 까닭은 예전에 비해 일은 대폭 늘었지만 잡지사의 경영 상태는 여전히 빨간불이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빨간불이 더 크고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고,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일들도 적지 않다.리뉴얼을 단행한 2014년 이후의 누적 적자는 차마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민망한 수치다. 물론 광고와 구독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다. 잡지사나 출판사도 하나의 기업일 뿐이니까. 그래서 ‘그 편지’를 쓰지 못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문사든 잡지사든 출판사든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새로 창간하는 독립 잡지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잡지의 폐간 소식이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온다. 모색하고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한 채, 결국 ‘그 편지’ 대신 400호 축하광고를 부탁드리며, 이런 인사말을 준비했다.
“1982년 창간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 권의 결호도 없이 무사히 통권 400호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한국 조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번쯤 일간지면의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비단 『환경과조경』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핀터레스트만 검색해도 잡지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유용한 이미지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잡지가 먼저 한국 조경 분야에 꼭 필요한 담론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다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 약간은 긴 호흡으로 “한국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새로운 조경 문화를 설계하는” 종이 잡지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권 400호’라는 의미 있는 결실을 앞둔 지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무엇보다 『환경과조경』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 조경 발전을 위해 전문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늘 항상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그 편지’라는 파일명을 붙여 놓은 한글문서를 열어놓고 딜리트와 백스페이스 키를 부지런히 누르다가, 더 이상 삭제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면 책을 읽었다. 그러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제 401호를 준비한다. ‘그 편지’는 잠시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우선 400호를 축하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떠올리며, 단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