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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에디터의 설계공모 도전기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인용이 제법 길다. 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오피스 전체 미팅이 끝나고 회의실을 나가려는 사장님을 불러 세운다. MAC 공모전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MAC? 표정을 보아하니 맥도날드 빅맥을 생각하는 눈치다. 이메일로 온 공모전 초청에 대해서 설명하니 그제야 알아듣는다. … 전화할 곳이 있어 일어나야겠다는 사장님에게 회사 차원에서 공모전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업무 외 시간과 주말을 이용하여 작업을 할 테니 회사 일에는 지장을 주지않겠다. 그러니 양해해 달라. 바빠서 일어나야 한다는 사장님이 가만히 있는다. 이 자식, 따로 공모전을 한다면 회사 일에는 소홀해질 게 뻔한데, 그렇다고 개인 시간에 한다는 공모전을 못하게 할 명분도 없고. 말투를 들어보니 목숨 걸고 할 기세인데, 혹시라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공식적으로는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이니, 결과가 좋으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한데…. 표정을 보고 짧은 순간에 대강 이런 생각이 스쳐갔으리라고 짐작해 본다. 매우 심사숙고를 한 듯한 표정으로 사장님이 입을 연다. 너의 열정을 알겠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의미도 잘 알겠다. 그렇다면 SWA의 이름을 걸고 한번 나가보자. 대신 알다시피 다른 회사 프로젝트들도 바쁘고 큰 공모전을 치른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지원은 거의 못해준다. 너를 믿을 테니 이 공모전을 함께 치뤄보자. 아 참, 그리고 참가 등록할 때 내 이름으로 등록해야 하는 거 알지? … 말은 그럴싸하지만 너 혼자 잘해보라는 의미다. 물론업무 외 시간을 주로 이용해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일단 회사 이름을 걸고 참가한다는 것은 큰 성과다.” 『조·경·관』(임승빈 외 17인 공저, 나무도시, 2013)이란 책에 실린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의 ‘조경 경연 이야기 -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 설계공모 참가하기’의 한 대목이다. 이렇게 시작된 설계공모 참가기는 팀 구성, 작품 제출, 결과 발표(낙선), 그 이후의 에피소드까지 공모전의 전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 놓았다. 교정을 보면서 몇몇 대목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문제는 팀원이다. 그래픽 작업은 물론이고 디자인 개념을 만드는 단계에서도 한명 보다는 두 명이 낫다. 저녁 때 오피스 전체에 이메일을 보내본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시험해 볼 도전적인 공모전이 떴다. 한국에 센트럴 파크를 능가하는 규모의, 어쩌면 조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공원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우리 함께 하얗게 밤을 불살라보자꾸나. 다음날, 답 메일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일단은 나 혼자 해야겠다.” 그러다가 가끔은 이런 식으로 잡지에 공모전 이야기를 풀어내면 어떨까 하는 궁리를, 아주 잠깐 해보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맹랑한 상상을 발칙한 공상으로 발전시키게 된 건 카톡방이 발단이 되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가 막 발표된 때 였다. 9월 4일에 당선작이 발표되니 10월호에 지면을 잡아 놓아야겠다는 둥, 이런 공모는 제대로 된 그림보다 강력한 아이디어 한 방이 필요하다는 둥의 뻔한 이야기부터, 서울시에서 공모가 쏟아지는 배경에 대한 정치적 분석까지 흘러갔다가, 코엑스와 한전 부지를 중심으로 한 잠실 일대의 잠재력에 대한 난상토론을 거쳐, ‘설마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못 보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 같은 난데없는 취미 생활에 대한 걱정까지, 그야말로 두서없는 대화가 오고갔다. 그러다 누군가 ‘의외로 제출도서가 많지 않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러자 ‘공개 국제 아이디어 공모’란 공모 방식에서 ‘공개’와 ‘아이디어’란 두 단어가 유독 눈에 도드라졌다. 지나가는 농담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었던 ‘한 번 해볼까’란 멘트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건, 앞서 인용한 김영민 교수의 글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에디터의 자전거 출근기’의 뒤를 잇는 후속 기획으로 ‘에디터의 설계공모 도전기’를 한 번 해봐? 그래도 기본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경을 전공하고 지금은 부동산학과 교수가 된 A와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이른바 ‘공모의 여왕’ B를 섭외하는 것으로 팀 구성을 완료했다. 일단 김영민 교수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세팅된 것 이다. 물론 그 전에 단체 카톡방부터 만들었다. 카톡방 이름은 ‘Project C’로 정했다. 컴피티션Competition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챌린지Challenge의 의미도 담았다. 킥오프 미팅 날짜도 정하고, 각자의 미션도 느슨하게 나누기로 했다. 내가 맡은 건, 공모와는 하등 상관없는 잡지에서 어떤 점을 부각시킬 것인가였다. 그래서 우선 계약서를 먼저 작성하자고 했다. 파주출판도시의 건축주와 건축가들이 맺었던 ‘위대한 계약서’를 카피하여 ‘상징적인 계약서’라는 타이틀부터 뽑았다. 설계공모에서 컨소시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제대로 계약을 맺고 작업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에둘러 짚어보고자 한 것이다. 계약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1/n’을 바탕으로 하되, 합리적으로 기여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삼았다. 비용 역시 ‘1/n’의 원칙에 따라 부담하기로 했다. 만약 실제로 참가 등록을 하고 아이디어 공모안을 준비했다면, 이 글은 10월호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결과는? 과연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을 벗어났을까? 지금도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결국 참가 등록 마지막 날까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우리는 ‘Project C’를 없던 일로 되돌렸다. 만약 진행했다면, 에디터들에게 적지 않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고, 설계공모의 프로세스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한두 가지 유의미한 이슈를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싶지만, 설계공모 도전은 자전거 출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10월호에 한 꼭지가 펑크 났으니, 이제 정신 차리고 그걸 때울 생각이나 해야겠다. 상금을 받아서 북유럽으로 다 같이 답사를 가자던 어느 기자의 마음도 달래주고.
  • [편집자의 서재] 메이즈 러너
    미로에 얽힌 설화는 그리스 신화가 유명하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궁을 만들었다. 매년 7인의 소년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는데,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길을 헤매다 괴물에게 먹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이 미궁에 들어가 괴물을 처치하고 아리아드네의 실에 의지해 빠져나온다. 미로의 폐쇄적인 물리 구조는 공간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지각 능력을 차단함으로써 공포감을 일으키는 데, 이러한 미로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가 위의 미궁 이야기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성은 때로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다양한 공간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귀족들은 정원에 미로를 설치하고 밀회를 즐기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미로가 조성된다. 소설은 현실의 축소판이다. 더욱 극적인 표현을 위해 비현실의 세계를 끌어온다. 현실 세계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은유적으로 표현되는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스토리에 공감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몰입한다. 우연한 탐방의 여정을 미로의 개념으로 차용하거나, 탐사와 미로의 경계에 있는 상황, 미궁을 상징하는 미로의 형식이 두루 활용된다. 『메이즈 러너』는 기억이 삭제된 채 거대한 미로에 둘러싸인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년들의 생존기를 그린 소설이다. 지난해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다. 누군가에 의해 매달 한 명의 소년이 ‘박스’를 통해 미로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탈출기가 아니다. 이 작품 속 미로에는 자연이 형성되어 있다. 기존의 미로 이야기와 다른 구조로 전개될 수 있는 단서가 ‘숲’에 있다. 미로 속이 순환하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신체에 대한 구속력과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숲을 두어 그 감정을 완화하도록 했다. 생존의 여지를 둔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숲이 있고 물과 나무, 열매가 식욕과 잠, 안전의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준다. 이는 작품 말미에 드러나는 인류의 질병 치료를 위한 실험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감금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정신상태를 분석해 인류의 생존 열쇠를 찾는 것이 작품 속 미로의 목적이다. 숲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큐브’ 혹은 ‘빠삐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사람이 스스로를 중심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삶과 죽음,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등의 양극으로 정리하는 경향을 찾아냈다. 생존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타자에게 기대기도 한다. 『메이즈 러너』의 핵심 배경은 미로와 숲이라는 두 개의 대립 공간이다. 숲은 삶과 빛에 해당하고 미로는 죽음과 어둠이다.이 양극화된 공간에서 두려움에 맞서 소년들은 숲에 속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미로에 가장 먼저 들어온 알비는 무리를 이끌기 위해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토머스가 등장했을 때 규칙을 알려주는데, 미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가장 강하다. “룰이 세 개 있어. 첫째, 맡은 임무를 다할 것… 둘째, 다른 친구들을 해치지 말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절대 저 벽을 넘어가지 마!” 푸코의 눈으로 본다면 규율은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낸다. 미로는 감시와 통제의 장치다. 그 안에서 또 다시 규율을 만듦으로써 이중의 감금 장치가 채워지며 공간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진다. 자연은 사람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환경을 외경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데, 자신의 인지 능력이나 지식의 범위 밖에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소년들은 그들을 둘러싼 숲과 미로를 상반되게 인식한다. 숲은 통제되는 즐거운 공간이지만 미로는 파악할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소년들이 미로를 대하는 태도는 인간사 초기에 산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과거 사람들은 산을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숭앙의 대상이자 위험한 미지의 장소로 바라보았다. 소년들은 벗어나려고 갖은 시도를 했지만 벽에 부딪쳤고, 미로를 파헤치려 하면 괴물들이 징벌을 가한다. 이겨낼 수 없는 미로에 굴복하고 결국 숲에 적응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로는 올림포스와 같은 영산靈山이 되고 숲은 세속이 되는격이다. 환경에 대한 태도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외경의 대상이었던 자연의 원리를 알게 되자 위험 대처법도 찾아내었고, 자연스레 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토머스가 그 실마리를 던져준다. 처음부터 남다르게 미로에 관심을 가진 그는 부상당한 러너를 구하기 위해 미로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토머스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실재의 세계로 소년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미로의 전모를 알게 되었을 때, 치열했던 사투의 공간은 의외로 초라했다. 인간이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공간이, 규율이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 『메이즈 러너』는 미로라는 장치를 이용해 이를 잘 보여준다. 갇힌 소년들은 벽을 경계로 안에서는 자유롭다. 미로에 저항하지 않고 숲을 즐기면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도 없다. 미로는 현대 사회의 과잉 노동의 현장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저자는 생산과 소비의 굴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을 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로는 피로사회로 불리는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모습일 수 있고, 숲 또한 자본이 던져주는 ‘힐링’이라는 이름의 마취제일 수 있다. 『메이즈 러너』는 미로 속의 자유를 안주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 군상으로 비유된다.
  • 반 알랜 인스티튜트 설계공모 서베이 The Design Competition Survey
    지난 4월, 반 알랜 인스티튜트Van Alen Institute(VAI)1와 『아키텍처럴 레코드Architectural Record』는 그레이엄 재단Graham Foundation의 지원을 통해 진행한 ‘설계공모 서베이The Design Competition Survey’의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내용은 크게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의 공모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와 같이 진행되는 공모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23일, 24일 양일간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raduate School of Design(GSD)에서 진행된 ‘설계공모 컨퍼런스Design Competition Conference’의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전 세계 65개국의 건축·조경·도시 분야 디자이너 1,414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건축가의 비율이 79%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6%가 25~44세에 속했으며(평균 38세), 그 중 25~34세에 속하는 응답자가 전체 표본의 3분의 1을 넘었다. 조사 기관에서는 이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실무에 앞서 여러 공모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종 구성 비율은 백인이 69%,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이 8%, 히스패닉 및 라틴계가 5%, 흑인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이2%, 그리고 기타 및 응답 거부가 16%였다. 남녀 성비는 약 2대 1이었으며(66% : 34%), 평균 응답 시간은 55분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왜 공모전에 참여하는 걸까? 응답자의 57%는 일반적인 설계 실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실험의 기회’를 가장 큰 이유로 제시했다(이하 복수 응답 허용). 이어서 54.9%는 흥미로운 ‘공모 주제’를, 39%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꼽았다. 즉, 공모전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새로운 주제(대상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전형적인 결과물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설계안을 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VAI는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공모전에 참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참가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을까? 응답자의 78.6%는 공모전 준비 과정에 투여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으로 인해 공모전 참가 결정을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낮은 수상의 가능성(29.4%)’과 ‘향후 설계안구현의 불확실성(28.6%)’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67%가 공모전이 끝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나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응답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부분이 디자인 회사 경영 방법의 하나로 공모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거나 그럴 만한 재정적 구조가 아니라고 밝혔으며, 실제 응답자의 90% 이상이 공모전에서 얻는 수익은 전체 (회사) 수익의 5% 이하라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들은 설계공모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할까? 대다수의 응답자가 공모전을 진행하기에 앞서 언제 얼마만큼의 시간과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쓸지를 사전에 상당 부분 계획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참가 등록비부터 시작해 공모전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가―당선될 경우를 가정할 때―를 사전에 계획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61%는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에 이런 계산을 모두 끝낸다고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모전에 투여하는 시간이 총 업무 시간의 10%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9.4%에 달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59%는 주로 우승 상금이 2만 달러 이하인 공모전에 참여해왔다고 답했으며, 공모 준비 과정에 2만 달러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도 48.1%에 달했다. 하나의 공모전을 위해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6.5%에 불과했으며, 4.4%의 응답자만이 단일 공모전에 25만 달러 이상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실무에 비해 공모전의 매력은 인정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경영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협업을 (해야)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가? 많은 디자이너들이 유사 디자인 분야 간 협업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VAI의 설계공모 디렉터 제롬 추Jerome Chou는 “무려 47%에 달하는 디자이너들이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진행해보고자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마 그들 모두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비슷한 스타일과 성향을 가진 디자이너보다는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와의 작업을 훨씬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사) 분야 간 협업을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분의 1가량이 디자인 분야 전문가와는 절대 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6.5%는 웬만해선 다른 전문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공동 작업에 참여한다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예술(47.3%)에 이어 구조 및 엔지니어링(33.6%), 환경 과학(30.7)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실무를 하지 않는 학생들의 19% 정도가 디자인 분야 밖의 전문가와의 협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회사의 대표급 인사들 중 9%만이 그와 비슷한 의견을 공유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는 26%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동종 업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자주’ 혹은 ‘매우 자주’ 진행해왔다고 응답한 것이다. 실제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은 디자이너들의 바람만큼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합당한 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설문 조사 참여자들은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이 공모전에 쏟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각 설계안에 대한 피드백을 마땅히 제공해야 함을 의미했다. 이와 더불어 최종 결과물만큼 그들의 노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조명을 통해 공모전 자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더 나은 설계안의 제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VAI 상임 이사 데이빗 반 데 레이르David van der Leer는 “불가능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최자, 클라이언트, 디자이너가 생각을 모으면 모두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하는 제안들이다”라며 서베이를 통해 도출된 ‘더 나은 공모전을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어라Show the value of good design ②당선만이 문제가 아니다It’ not just about winning ③심사자가 이야기하게 하라Let the jury speak! ④디자이너가 디자인 공모전을 디자인하게 하라Let designers design competitions ⑤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야 한다Go beyond beautiful objects ⑥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고려하라Show clients the way ⑦협업을 통한 작업이 중시되어야 한다No more lonely nights ⑧공모전 과정 전체를 공론화해야 한다Make it public ⑨젊은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Give young designers what they want ⑩크게 생각하라Think BIG.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VAI 공식 홈페이지(https://vanalen.org/projects/architecturalrecord-van-alen-institte- ompetition-survey/)에서 확인할 수 있다. VAI는 이번 설문 결과와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바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설계공모 서베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 양다빈 / 2015년07월 / 327
  • 신의 정원에서 조선의 500년을 엿보다 본지 주최, 독자 40여 명과 함께 한 조선왕릉 답사
    ‘각 왕릉별 순례 형식으로 서술하여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추천사다. 그러나 공간을 배경으로 두고 저자의 목소리와 손짓·발짓을 통해 직접적인 해설을 듣는 것만큼 현장감이 있을까. 책에는 서술하지 못한 연구와 저술 과정의 뒷이야기와 흥미로운 조선 왕들의 사랑과 야망을 담은 ‘야사’는 답사에 딸려오는 덤이다. 지난 5월 30일, ‘환경과조경’은 『테마가 있는 정원 식물』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춘천의 제이드 가든으로 정원 산책(2014.10.25)을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을 떠났다. 이번 저자와의 산책은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의 저자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교)와 독자 40여 명이 함께했다. 『세계문화유산, 신의 정원 조선왕릉』은 환경과조경의 출판 브랜드인 ‘한숲’에서 펴낸 단행본으로 27대에 걸쳐 만들어진 조선시대 40기 능원의 조영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번 ‘저자와 함께 떠나는 문화 산책’은 이미 출간일로부터 1년 정도 흐른 시점이었음에도, 조선왕릉의 역사적 중요성과 더불어 지난 가을 진행된 제1회 저자와의 산책 이후 꾸준하게 이어진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추진되었다. 조선시대로의 시간 여행 이번 답사는 ‘조선의 시작부터 끝까지’라는 테마로 ‘동구릉(경기도 구리시)’, ‘사릉(경기도 남양주시)’, ‘홍·유릉(경기도 남양주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왕릉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조선시대의 처음(건원릉)부터 끝(유릉)까지 돌아볼 수 있는 탐방 코스를 정했다”는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짧은 일정 속에서도 왕릉의 시기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날 동구릉 답사는 추존황제 문조와 신정왕후의 합장릉인 ‘수릉’에서 시작되어, 문종(제5대)과 현덕왕후의 ‘현릉’, 동구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선조(제14대)와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의 ‘목릉’, 현종(제18대)과 원비 명성왕후의 ‘숭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구릉에서 자리를 옮겨 홍유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단종비 정순왕후의 ‘사릉’을 거쳐, 고종황제(제26대)와 명성황후의 ‘홍릉’, 그리고 조선 제27대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2대 황제인 순종황제와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의 ‘유릉’까지 이어지며 마무리되었다. 비하인드 스토리와 왕실 제례 체험 이날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갖는 조영적 특성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같은 전문적 내용은 물론 책에는 담지 못했거나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기도 했다. 2009년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잠정목록 신청 당시의 급박한 상황(광해군의 폐위로 인한 왕릉과 왕의 수 불일치가 문서 오류로 오해됨),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한·중·일 역사 전문가들의 눈치 싸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유럽 국가 간의 ‘물밑 작업’ 등의 경험담을 통해 세계문화유산등재의 이슈와 조선왕릉이 갖는 중요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창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는 국가적 영향력과도 관계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답사에서는 이러한 숨겨진 이야기와 더불어 조선왕릉에서 이루어졌던 왕실 제례도 체험할 수 있었다. 2009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조선왕릉이 갖는 건축과 조경의 독특한 가치와 더불어 지금까지 600여 년을 이어온 제례 문화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창환 교수는 “책을 열 번 읽는 것보다 오늘 한 번 체험하는 게 훨씬 기억에 잘 남을 것”이라며 대표적 제례인 기신제 체험시간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조선왕릉의 제향 공간은 홍전문부터 정자각 우(서북)측 뒷편의 예감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 공간에는 제례를 위한 홍살문, 판위, 정자각, 향어로, 수복청, 수라청 등이 배치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말에 따라, 판위에서 두 번 선절을 하고 향어로의 오른쪽(진입 방향)의 길인 어도御道를 따라 걸어 정자각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시작으로 어계御階를 올라정전을 마주했다. 이렇게 제례 체험이 제향 공간으로의 진입 방향 및 이동시 자세, 선절의 횟수 등 간소화되어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은 “제례 체험을 통해 조선시대의 왕실 문화를 한결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왕의 시점’에서 바라본 조선왕릉 조선왕릉의 능역에는 봉분과 능원, 정자각, 홍살문, 지당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봉분과 능원이 제향 공간 너머의 능침 공간을 구성한다. 몇몇 왕릉에서는 이 모든 공간 요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훼손을 막기 위해 봉분과 능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답사를 진행한 동구릉과 홍·유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답사에 참여한 독자들은 이들 왕릉의 능역 전체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으며, ‘왕의 시점’에서 안산과 능역 전체를 내려다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봉분과 안산, 그리고 능역 전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 글과 도면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행사에는 조경 실무자나 조경학과 학생은 물론 건축가, 토목엔지니어,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조경에 관심 있는 40여 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환경과 조경 블로그와 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했다. 이날 ‘왕릉답사’를 마치면서 한 건축가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하루였다”며 “내년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어 더욱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창환 교수는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음에도 관련 전문가들의 역량 부족, 소홀한 관리 체계, 서비스 시설 부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 김휘림 / 2015년07월 / 327
  • 하버드 GSD 설계공모 컨퍼런스 The Design Competition Conference
    설계공모,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지난 4월 23~24일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SD(이하 GSD)에서는 ‘설계공모Design Competition’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공모전은 과연 건축과 조경의 창조성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향상시킬까? 공모전이 정말 디자인 기술을 진보시키는가? 대중이 그 과정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공모전이 더 나은 경제적 이윤과 좋은 공간을 창출해내는가?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 방법일까? 공모전을 통해 과연 새로운 건축가나 조경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일련의 질문에 대해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모전 참가 경험, 사례 연구 및 토론을 통해 답하는 방식이었다. 기회이자 선물이었던 과거의 공모전 컨퍼런스의 시작은 과거의 공모전 사례와 이를 직접 경험했던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GSD의 학장이자 건축 이론가인 모스헨 모스타파비Moshen Mostafavi의 기조 발표로 진행되었다. 노르웨이의 건축설계사무소인 스노헤타SNØHETTA의 창립자 크라이그 뒤세르Craig Dyker는 회사 창립 초기에 600여 개 출품작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노르웨이 오페라 하우스Norway Opera House와 1,300여 개의 출품작 사이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Alexandria Library 공모전 출품 패널과 실제 지어진 건물의 모습을 비교하며 건축가로서 공모전에 임했던 자세 그리고 당선을 위해 고뇌했던 일화를 풀어냈다. 공모전에 출품된 안이 실제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중요한 아이디어는 끝까지 남아 있었다며,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시작 단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만의 건축적·철학적 실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는 만병통치약이 없으며 건축가는 항상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공모전은 이러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내는 디자인 실험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건축가는 공모전이든 일반적인 프로젝트이든 건축적 실험을 해야 하며, 또 그에 따른 위험 역시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모스헨 모스타파비에 따르면 공모전은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제도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맞춰가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모전은 건축가나 조경가가 클라이언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한 실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요른 웃존Jø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퐁피두 센터와 같은 걸작들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라빌레트 파크 공모전은 현대 조경에 있어 도시 공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이후 있었던 많은 공모전―다운스뷰 파크, 하이라인 공모전 등― 역시 오늘날 조경 분야의 급진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의 뉴욕 센트럴 파크 또한 공모전 당선 안이었음을 떠올린다면 시대별로 이루어졌던 공모전의 유산들이 동시대 조경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경쟁과 변화 양상 그러나 오늘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공모전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건축가 마샬 브라운Marshal Brown은 시카고 네이비 피어Chicago Navy Pier 공모전 이후 아키텍츠 뉴스페이퍼Architects’Newspaper라는 블로그를 통해 설계공모가 디자인이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건축가를 지적으로 소모시켜 시간과 재정 낭비를 이끄는 제도라 비판했던 편지를 낭송했다. 공모전을 통해 다수의 팀이 경쟁을 하지만 오직 한 팀만이 금전적으로나 대중의 관심으로 보상 받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이 쏟아낸 지적 성과물은 그저 시간의 소모와 금전적 피해로 변하게 되며 이는 젊은 건축가나 인턴들을 공모전에 이용, 착취하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 실험적인 의미도 많이 퇴색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의미 없이 대상지만 바꾸어 제출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고, 당선을 위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건축가들이 난무하게 된 현 시대의 공모전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자들이나 기관들은 공모전이라는 광적인 경연을 통해 훌륭한 공공적 이득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가져간다. 과연 현재의 공모전은 무의미한 아이디어와 인력 착취의 표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박태형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피스박김과 West 8에서 다수의 국제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4년 뉴욕의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하여 현재 맨해튼 웨스트센트럴 플라자(Manhattan West Central Plaza)의 설계를 맡고 있다.
    • 박태형 / 2015년07월 / 327
  • 모듈 박스로 남북 보행축 연결한다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발표
    지난 6월 16일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국제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전에는 국외 44개 작품과 국내 38개 작품을 포함해 총 82개 작품이 제출되어 높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종 심사 결과 당선작으로는 이_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택빈) 외 2인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이 선정됐다. 2등작으로는 건축사사무소 메타(대표 우의정) 외 1인이 제출한 ‘누워있는 거인의 저속 촬영Time-lapse of Lying Enormous’이 선정되었으며, 이소우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현수) 외 4인의 ‘도시의 필터Urban Filter’가 3등작으로 뽑혔다. 가작으로는 ‘플랫폼크레프팅Platform Crafting’(김주현 건축사사무소(대표 김주현) 외 1인), ‘세운상가의 영혼Spirit of Seunsangga’(lokaldesign(대표 신혜원) 외 3인), ‘골목길 너머 오솔길Golmokgil Ner-mer Osolgil’(건축사사무소 M.A.R.U.(대표 정일교) 외 4인), ‘숲 산책Forest Walk’(건축사사무소 아크바디(대표 김성한) 외 3인), ‘낡음에서 만든 새로움New from Old’(오다건축사사무소(대표 김승욱) 외 1인)이 선정됐다. 심사에는 승효상(이로재 대표, 서울시 총괄건축가, 심사위원장), 김준성(건국대학교 교수), 온영태(경희대학교 교수), 로저 리붸Roger Riewe(그라츠 공과대학교 건축학부 학장),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West 8 대표), 임재용(O.C.A 대표) 등 국내·외 건축, 조경, 도시설계 분야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주변과 연계된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구축하는 것과 동서 방향으로 단절된 주변 도시 조직과의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심사의 주안점을 두었다. 당선작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지며, 2등과 3등팀에는 각각 상금 5,000만 원과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된다. 가작을 수상한 5팀은 각각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발표 이후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8개 수상작이 신청사 1층 로비에 전시됐다. 세운상가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는 ‘플랫폼 셀’ 당선작은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에 골목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집들과 삶의 방식을 기존 도시 조직인 ‘토속’으로 정의했다. 이를 현대에 속하는 세운상가 데크와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확산시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현대적 토속’ 도시 구조로 재현했다. 이를 위해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남북으로는 끊어진 보행 데크의 축을 복원하고, 종로에서 동대문을 잇는 동서 방향은 역사적으로 지속해온 길을 찾아내 공간적·시각적으로 연결했다. 위·아래로는 중간 레벨의 데크를 추가해 데크 상하부를 입체적인 그물망처럼 연결하면서 기존 도시 조직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하듯이 연결해나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남북을 잇는 보행 데 크는 높이가 너무 높아 한 번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플랫폼 셀Platform Cell이라고 부르는 모듈화된 박스를 데크 위·아래에 끼워 넣어 지상층(기존 도시 조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이 플랫폼 셀 안에는 전시실 등의 공공 편의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으며, 3층 보행 데크와 2층을 수직으로 오갈 수 있어 활용도면에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종묘와 연결되는 횡단보도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광장으로 계획했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수용할 수 있게 했으며, 앉아서 종묘 쪽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약 96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조성되었는데, 이곳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보행 네트워크 계획과 관련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용도를 정해나가는 과정이라 기존 예산 투입의 효과를 누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조성 예정인 선형의 경관 녹지와 주변 도로가 늦게 조성되거나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자체적으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가졌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단계적인 개발이 가능하고 주어진 공기와 예산 안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2등작은 세운상가와 새로 개발될 주변 건물군 사이에 놓인 경관 녹지와 데크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접근했다. 지상층에서 데크로 접근하는 수직 동선을 경관녹지 내에 조성해 주변과 데크의 관계를 잘 설정한 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종묘 앞 진입 광장이나 데크를 연결하는 전략은 간결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나, 경관 녹지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단계적 개발 전략이 부족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수직 동선의 위치나 지상층의 계획이 세운상가 동서 방향에 조성 예정인 경관 녹지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당선안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3등작은 건축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세운상가 기존 데크 위로 신설 데크를 추가해 혼잡한 도심에 존재하기 힘든 넓은 수평 공간을 확보해 다양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주변과의 소통과 연결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어 3등에 머물렀다. 한강부터 백두산까지 잇는 생태축의 거점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공모’는 이 일대 7개의 건물 총 1km 구간을 연결해 도심 문화·관광·산업 거점으로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세운상가군의 데크와 주변의 공공 공간을 재정비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해 서울 역사 도심의 중심인 북악산~종묘~세운상가군~남산을 잇는남북 보행 중심축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운상가는 1968년에 만들어진 거대 구조물로 건축가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에 따르면, 세운상가는 미완의 설계로 시공이 되어 설계의 본질이 잘 구현되지 못했음에도 당시 세계적으로 앞선 건축물이었다. 세운상가 건립 당시 전통적 도시에 거대구조물을 세우는 계획들이 발표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에 세운상가가 세워진 일은 세계 건축사에 남는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 강남 개발로 세운상가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근대적 유산으로서 가치가 조명되면서 보존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승효상 총괄건축가는 세운상가 활성화 프로젝트가 서울의 역사적인 공간 조직을 되살린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도로는 동서 방향으로 발달된 망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남북으로 연결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세운상가의 보행 데크를 복원하면 남북으로 가장 강한 보행축을 형성해 남산에서 북악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 “북악산은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남산과 한강이 연결되어, 백두산까지 생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축을 세운상가가 잇는 셈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가 복원되면 을지로 지하 공간과 청계천의 물길, 종로의 보행로와도 연결되어 한양도성 구도심의 공간 조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행 친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통해 성 밖과 안을 잇고, 세운상가 활성화를 통해 남북 축을 이음으로써 도시의 중심 영역을 보행 공간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사업은 2단계로 구분해 추진된다. 1단계는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으로 기존의 노후화된 3층 높이 보행 데크를 보수·보강하고, 단절된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의 공중 보행교를 복원해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2단계 구간인 삼풍상가~진양상가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수렴한 이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당선안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 및 분야별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예정이며, 당선팀과 설계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 후 6월 중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 The Hive 밀라노의 꿀벌과 생태적 상상력
    지난 5월 1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2015 밀라노 엑스포Milano Expo 2015’가 열리고 있다. 140여 개국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안전한 음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공하며, 그와 동시에 보다 회복탄력적인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찾고자 기획되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전 세계적 공통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박람회장 한 편에 이러한 주제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공간이 하나 있다. 이 공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내부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와 예고 없이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는 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이례적 공간은 지속가능성, 구체적으로는 식량과 자원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벌통, 그 이상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국가 중 상당수가 기술적·공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및 자원 공급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에 반해, 영국 팀은 노팅험Nottingham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볼프강 버트리스Wolfgang Buttress의 주도하에 ‘하이브The Hive’라 불리는 거대한 ‘벌통beehive’을 선보였다. 우리가 먹는 곡물과 과일의 3분의 1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보더라도 무려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사과, 딸기, 양파, 호박, 당근은 90%를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며, 아몬드의 꿀벌 수분률은 무려 100%에 달한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전 세계 꿀벌의 노동 가치를 373조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꿀벌이 수분 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꿀벌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우리 먹거리의 상당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이 하이브의 모티브가 되었다. 생산자(식물)의 생산자(꿀벌)를 살려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계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박람회장에서 이와 같은 수치적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버트리스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꿀벌의 수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경험이 생태계의 상호 관계성과 꿀벌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하이브에는 숫자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단지 사람들이 꿀벌의 하루를 체험하도록 할 뿐이다. 꿀벌의 일상을 경험하다 벌통으로의 여행은 과수원에서 시작된다. 과일향이 가득한 과수원을 지나고 나면, 야생화로 가득한 초지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눈높이만큼 높게 자란 야생화가 가득한 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꽃 속에서 꿀을 채취하는 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직선 구역을 지나면 ‘벌들의 춤’ 구역이 나온다. 사람들은 직선으로 날지 않는 벌꿀처럼 잠시나마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벌통(하이브)에 도달하게 된다. 3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하이브에는 총 169,300개의 부품이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부품이 철골 구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철골 구조의 거대함에 이끌려 내부로 들어온다. 그러나 버트리스는 이런 물리적 요소보다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청각 신호와 볼 수 있는 시각적 신호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내부를 향해 소리와 진동을 전달하는 다수의 스피커는 노팅험의 한 벌통에 설치된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 꿀벌들의 신호 체계에 대한 분석과 진동 정보가 혼합된 정보가 밀라노의 하이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변환되어 전달된다. 내부는 물론 외부를 밝히는 수천 개의 LED 전구 또한 노팅험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진동에 반응한다. 전구 하나하나가 꿀벌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전달하여 발광하는 것이다. 사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정말 꿀벌과 대화하는 것이냐”며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가 간지럽다며 서둘러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다. 자꾸 깜빡거리는 전등을 보고 “고장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버트리스는 “이렇게 생물의 생명력을 과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하려는 시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 저 멀리 수천 마일 떨어진 노팅험의 벌꿀이 모두 멸종된다면, 이곳 밀라노(의 하이브)에도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없을 것”이라며 하이브가 꿀벌의 존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바랐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하게 될 것이다”라며 꿀벌이 전 지구적 환경과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의 수가 20~40% 감소하고 등 세계 도처에서 벌꿀의 밀도가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관련분야의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품종 개발 등의 기술 개발에서 찾고 있지만, 여러 환경 단체는 기후 변화, 농약 중독, 밀집 사육 등 꿀벌의 생장 및 활력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분명 원인은 복잡하고 해결책은 불분명하다. 영국 팀은 하이브를 통해 공기알만한 크기에 불과한 꿀벌이 전 지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하이브를 경험한 수많은 ‘인간 꿀벌’들의 크고 작은 생태적 상상력이 전 지구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양다빈 / 2015년07월 / 327
  • [시네마 스케이프] 말하는 건축 시티:홀 말하지 않는 경관
    9회 말 동점, 2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 하나로 경기가 끝나면 누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까?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패배의 원흉으로 비난을 받는다. 사실은 3시간이 넘는 경기의 고비 고비에 수많은 요인이 차곡차곡 쌓여 승부가 결정된 것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한 경기의 승패에는 선수의 컨디션, 수많은 작전, 순간적인 판단, 크고 작은 실수가 숨어 있다. 준공된 지 2년이 넘은 서울시청사는 건립 과정부터 완공된 이후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우호적인 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 눈이 간사해서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측면의 사선 디자인은 여전히 거칠게 느껴지고 정면의 유리 곡면은 낯설기만 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비슷한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된다면,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까? 최근 서울시는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2년 만에 다시 보았다. 서울시청사는 이명박 시장에 의해 현재의 부지에 건립이 결정되었고, 3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2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준공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당시 시공 현장에서 벌어진 리얼한 상황과 지난 7년간 서울시청사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복잡다기한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정재은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에서 서울의 주변부이면서도 어디로든 출발할 수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탁월하게 투영한 바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도시와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은 영화 속 주요 공간인 월미도, 차이나타운, 여객터미널, 폐철도 등을 답사하고 연구하기도 했다. 서울시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전 작으로는 건축가 정기용의 삶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2011)도 있다.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개정을 위한 공청회 저조한 합격률의 조경기사 자격시험, 해법을 모색하다
    지난해,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의 필기 합격률이 역대 최저 기록인 6.1%로 집계돼 조경계에서 조경기사자격제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조경기사 시험의 저조한 합격률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6월 18일 한국조경사회(회장 황용득)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험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자격증의 실효성, 교육과 시험 문제 간의 괴리, 자격 인증 방식 등 자격시험과 관련해 산업과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제기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개진된 내용은 한국조경사회에서 취합·정리해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본지는 문제의식을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이번 공청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기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발제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한국조경사회 부회장 자격증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다. 현재 조경기사 국가자격시험 제도는 맨 밑에 기능사, 그 위에 (산업)기사, 기술사 순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세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 직능을 상호 보완하는 구조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기능사와 기술사 중간에 위치하는 조경기사의 자격시험 접수 및 응시자 현황을 살펴보면, 응시자 수가 2010년을 정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2014년의 응시자 수는 2008년도의 수준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앞으로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응시자 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경기사 자격시험 합격률도 마찬가지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작년도 필기 합격률 6.1%에 실기합격률(최대 40%)을 적용하면, 2014년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자의 약 2.44%만 최종적으로 조경기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107개의 국가기술자격시험 평균 필기 합격률이 36.4%인 것과 비교하면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필기 합격률은 현저하게 낮다. 게다가 2014년도 조경기사 응시자의 최종 합격률은 사법고시 합격률(2.74%, 총 7,428명 지원, 205명 합격, 출처: 법무부), 외교관후보자 합격률(5.90%, 총 559명 지원, 33명 임용, 출처: 정책브리핑), 행정고시 합격률(3.13%, 총 13,700명 지원, 430명 합격, 출처: 안전행정부)과 비교해도 가장 저조하다. 이 현상을 종합해서 보면, 응시자가 자격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보니 합격률이 낮아지고, 이로인해 또 다시 조경기사 자격시험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타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시험에 비해 유독 조경기사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크게 시험의 난이도와 시험의 출제범위 두 가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자격시험의 난이도는 조경 내부의 문제이므로 다른 분야와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시험 출제 범위는 인접 분야와 비교해 형평성을 가려볼 수 있다. 자연생태복원기사, 산림기사 등을 포함해 조경과 인접한 38개 분야는 필기시험으로 대부분 5개 과목을 보고 있다. 조경처럼 필기시험에 6과목을 치르고 있는 분야는 전체 107개의 국가기술자격 중 6개 밖에 없는데다가 조경기사의 필기 합격률 또한 평균(36.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조경사회는 학생, 실무 종사자, 교수 등 총 403명을 대상으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조경기사 시험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필기과목 조정 필요성, 적정 필기과목수, 필기과목의 실무적합도 등을 질문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필기과목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조경 계획, 조경 설계, 조경 식재 등의 과목이 실무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조경사, 조경 관리 등의 과목이 실무와 관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기타 의견으로는 ‘필기시험의 난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실무와 관련성이 높은 과목 위주로 필기과목을 선정해야 한다’, ‘유사 과목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시험 출제 범위가 넓은 것에 비해 너무 세분화된 문제가 나오고 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이해와 발전 방안 발표 김규섭 한국산업인력공단 선임연구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실무에서 요구하는 업무 능력은 차이가 많다.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교육과 현장, 양쪽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과 현장의 극심한 괴리 때문에 국가기술자격의 의미와 필요성이 퇴색하고 있다. 최근 조경기사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80% 이상의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기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자격제도의 취지와 실제 활용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국가기술자격시험이 출제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다함께 출제하는 방식으로 치뤄진다면 출제자들이 실무와 관련성이 적거나 지엽적이라고 공감하는 문제는 필기시험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자격시험은 문제 은행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임의로 추출되어 출제된다. 기본적으로 모든 필기 문제의 난이도나 출제 경향을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인증하고 있는 국가자격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급자(수험자) 위주의 형태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산업현장에서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표준화한 것)1과 신자격 제도(과정평과형 자격제도2, 일학습병행제도3)가 도입되면서 국가기술자격은 최근 4~5년 전부터 수요자(현장 활용자)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 현장성 및 통용성을 갖춘 인력을 선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검정형 자격은 실무 능력을 실제로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처럼 산업 현장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검정형 시험을 전면 폐지하고 NCS에 따른신자격 제도를 바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유예 기간을 두고 공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앞으로 5년 안에 실무 능력과 관련성이 부족한 검정형 시험 문제는 점점 퇴출되고 모든 실무 현장에서 표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될 것이다.
    • 조한결 / 2015년07월 / 327
  • [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세 도시 이야기
    #51 독인가 약인가 - 이상 도시 쇼Chaux 원로 건축가가 하루아침에 감옥에 던져진 신세가 되었다면, 그리고 감옥에서 종이와 펜을 소지하는 것이 금지되었다면,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살아나갈 궁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머릿속에서 세상을 다시 설계할 것이다. 프랑스의 건축가 클로드 니콜라 르두Claude-Nicolas Ledoux(1736~1806)의 이야기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그는 왕실 전속 건축가였다. 루이 15세와 16세의 신임을 얻어 중요한 프로젝트를 여러 건 의뢰받았다. 다만, 당시 프랑스 왕실의 재정이 파산 상태였기 때문에 으리으리한 궁전 등을 지을 형편은 못 되었고 중요한 국가시설들이 그에게 맡겨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파리의 새로운 성벽, 세관 건물, 왕립 제염소다. 여기서 파리의 성벽이란 중세에 축조된 방어용 성벽이 아니라 1785년에서 1788년 사이, 즉 혁명 전야에 세워진 새로운 성벽을 말한다. 표면상으로는 밀수품을 통제하기 위해서 새로 축조했다고 하지만 실은 파리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통관세를 걷기위 해서였다. 새 성벽은 총 연장 24km에 총 60개의 관문을 세워 물샐 틈이 없었다. 그 60개의 관문 중 42개를 르두가 설계했다. 르두의 주요 프로젝트인 세관 건물과 제염소는 서로 판이한 운명을 맞게 된다. 세관 건물은 혁명의 날분노한 파리 시민들에게 파괴당했다. 그 반면 제염소는 파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덕에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뿐만 아니라 1920년 프랑스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8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얻었다. 18세기, 소금은 왕실 전매품으로서 왕가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프랑스의 아르케스낭Arc-et-Senans이라는 곳에 중요한 제염소가 하나 있었는데 시설이 몹시 낙후되어 다시 지을 필요가 있었다. 이 지역은 지하수에 염분이 섞여 있어 고대 로마 시대부터 내륙 소금 생산지로 유명했다. 소금이 엄청 비쌌던 시절이었으므로 소금 도둑이 많아 철통같은담장을 둘러 지켰는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점점 비좁아지니 위생 문제와 더불어 화재의 위험도 커졌다. 게다가 오랜 세월 동안 주변의 숲을 모조리 벌목하여 불을 땠으므로, 땔감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르두는 구 제염소를 개조하는 것보다는 숲이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경우 제염소 전체를 새로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는 새 제염소의 기본 틀을 반원형으로 잡고 건물과 동선을 방사형으로 배치하여 향후 사업이 확장되더라도 외곽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르두가 설계한 아르케스낭의 소금 마을 배치도 참조). 이 반원형의 구조를 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외곽에는 높은 담장이 둘러쳐져 있고 정원과 건물이 번갈아가며 배치되어 있다. 가장 남쪽에 반원형을 그리며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는 건물군은 기숙사다. 정중앙의 캐노피가 입구 겸 경비실이며 양쪽으로 각각 재판소와 유치장이 배치되어 있다. 북쪽의 일직선을 보면 중앙에 소장의 관사가 우뚝 서 있다. 여기가 바로 컨트롤 타워이며 힘이 집중되는 구심점이다. 이곳에는 예배당도 마련되어 소장의 감시 하에 모두 함께 미사를 드렸다. 소장의 관사를 양 옆에서 호위하고 있는 건물들이 바로 생산 공장이다. 이 제염 마을의 배치도에는 르두의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계몽 왕조였다. 즉, 왕정과 신분 사회를 유지하여 계급 사이에 선을 분명히 긋되, 계몽 정신에 의거하여 각 신분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몽 정신보다 더 우위에 둔 것은 건축이었다. 이 사실은 그의 건물 설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건물의 창을 아주 작게 만들었고, 공장의 굴뚝도 생략했다. 자신의 건축 미학을 훼손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장 내부는 통풍이 잘 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만성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고 일찍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느 모로 보나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었다. 바스티유 감옥에서 13개월을 보내는 동안 르두는 소금 마을을 이상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종이와 연필이 없으니 일단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종이에 옮겼다. 우선 그는 반원을 확장시켜 완전한 원으로 만들고 개별 건물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의 이름을 따서 이상 도시쇼1라고 이름 붙였다(118쪽 아래 그림 참조). 이상 도시 쇼의 설계도는 마치 백설 공주의 계모가 내민 사과와 같다. 반쪽에는 독이 들어있고 나머지 반쪽에는 독이 없는 사과처럼 쇼 마을의 반은 참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북쪽의 새로운 반원 마을이 이상 도시에 해당된다. 이곳은 ‘도덕적인 이상에 따라 사는 곳’2이었다. 18세기 계몽 시대에 정원이나 건물을 지을 때 항상 ‘도덕성’을 내세우는 이유는 그동안 신의 계율에 따라 살았으나 이제는 인간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스스로를 지켜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신의 계율이 아닌 인간의 도덕성이 관건이 되었다. 루소나 조지프 에디슨 등이 정원에서 도덕성을 찾았다면 르두는 공동 생활체 개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숲 속에 세노비Cénobie라는 공동 주택을 설계했다. 총 16가구가 모여 사는 주택이다. 르두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이와 교류를 통해 좋은 사람으로 다듬어지기도 하고 방종하게도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즐거운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만 행복해진다. 고요한 숲 속에 지어진 세노비에서 현인들의 지도 아래 단순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활하면서 전설 속의 황금기를 구현하고자 한 곳이 바로 이상 도시 쇼다. 혁명 이후, 아무도 전 왕실 건축가에게 일을 주려 하지 않았으므로 르두는 나머지 생을 건축 이론을 완성하는 데 바친다. 그 결과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책3을 집필했고 총 364장의 도판을 삽입했다. 이상 도시 쇼는 1권에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제목 『예술과 관습과 법의 맥락에서 고찰한 건축』에서 나타나듯, 그는 세상의 모든 이치에 답을 주는 것이 건축이라고 주장했다. 건축가는 공간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한다며 혁명 와중에 공석이 되어 버린 종교와 왕의 자리에 건축을 슬며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건축가는 신과 경쟁하는 자다. 모든 것이 그의 영향권 안에 있다”라고 비약하기에 이른다. 르두의 이상 도시는 그의 사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20세기 초, 경제 대공황을 겪으며 다시금 격변의 시대가 왔을 때, 일거리가 별로 없는 건축가들이 이상 도시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르두의 작품들이 재조명되었다. 르 코르뷔지에4가 르두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독일에서도 한 젊은 건축가가 르두의 작품에 깊이 심취하게 된다. 히틀러의 전속 건축가가 되는 알베르트 슈페어였다.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를 비롯 총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고정희[email protected] /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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