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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식물 ; 꽃, 영원한 사랑의 테마 : 꽃과 나무에 깃든 신화와 전설
꽃은 민속이요 문화꽃을 인간 생활로 보면 가장 화려한 청춘기요, 꽃의 절정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향기로운 때이다. 꽃은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어서 아무리 무딘 감정을 가진 사람도 금방 시인으로 만드는 마술 같은 존재다. 입학과 졸업식 같이 즐거운 때는 밝은 빛깔의 꽃을 전하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흰색 국화를 전해 고인을 추모한다. 꽃은 부활이다. 효녀 심청도 연꽃을 타고 인당수에서 되살아났다. 내세관을 믿었던 옛 사람들은 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을 통해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었다.
꽃의 대명사가 된 장미역사 속에서는 특별한 의미로 기술돼 있는 꽃들이 많다. 동양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 했다거나 장미를 ‘요염한 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장미야말로 ‘꽃의 여왕’ 대접을 받는다.장미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색이 다양하고 모양도 여러 가지이며 게다가 향기까지 좋으니 이 보다 좋은 꽃이 어디 있겠는가. 장미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낙엽관목 또는 덩굴식물이다. 장미와 근연종 식물에는 월계화, 사계화, 해당화, 인가목, 생열귀나무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종은 꽃봉오리가 매우 크고 또 어떤 종은 향기가 아주 좋다.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종은 색깔이 아주 화려하다. 그래서 장미 육종가들은 이들 꽃의 장점을 모두 합한 새로운 꽃을 만들어냈다. 그 꽃은 탐스러운 꽃봉오리와 짙은 향기를 갖고 있으며 항상 꽃이 피고 매우 아름답다. 그 꽃이 바로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꽃이다.
아프로디테를 위해 피어난 장미아프로디테는 장미를 좋아했다. 그래서 정원의 곳곳에 장미를 심고 가꾸었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의 아들 큐피드가 정원의 장미 밭에서 놀고 있을 때 장미꽃이 하도 고와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으려 했다. 그 때 꽃 속에 숨어 있던 벌 한 마리가 큐피드의 콧등을 쏘았다.“앗! 따거!”큐피드는 너무나 아파 어머니 아프로디테에게 달려갔다. 아프로디테는 벌들을 모두 잡아 침을 뺏다. 어린 큐피드가 장미를 쉽게 만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벌들에게서 뽑은 침을 줄기에 하나씩 붙였다. 그 때부터 장미 줄기에 가시가 돋아나게 되었다.아프로디테에게는 미남 애인이 있었다. 사냥꾼인 아도니스는 씩씩하고 용감한 젊은이였다. 아도니스가 멧돼지 사냥에 나갔다가 멧돼지에게 받쳐 죽게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아프로디테는 너무 다급하게 달려갔으므로 자신이 심어 놓은 장미 가시를 스스로 밟아 버리고 말았다. 발바닥을 찔린 아프로디테는 피를 흘리며 흰 장미꽃 밭을 뛰어갔으므로 흰 장미가 붉은 핏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 때부터 장미는 붉은 색과 흰색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아프로디테의 남편인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아내가 장미만 좋아하고 젊은 사냥꾼 아도니스와 놀아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가꾼 장미를 뜨겁게 달군 대장간의 불구덩이 속에 던졌다. 이것을 알고 뛰어온 아프로디테는 타다 남은 장미 다발을 끄집어내어 물에 담가 놓았다. 이 장미가 다시 살아나 꽃이 피었는데 그 때부터는 황금색 꽃으로 바뀌어 피어났다.
갈대밭에 묻어둔 왕의 비밀힘이 있는 자는 약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고 힘으로 빼앗아도 된다는 묵인 아래 신화는 시작된다. 꽃에 얽힌 신화를 듣고 자란 유럽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힘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무지함에서 깨우치게 한다는 구실로 대륙을 침략하여 잠재적으로 기독교를 포교하려고 한다. 기독교의 포교 방식이 공격적인 포교를 지향하는 것도 서양의 가치관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지를 이교도로부터 탈환하겠다는 구실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고, 미개한 이교도에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아메리카로 진출하고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식민지를 넓혀 갔다. 힘의 논리 앞에 굴복해야 한다는 전설과 신화를 굳게 믿었던 유럽인들은 아직도 약소국가를 함부로 생각하고 경제적 대국임을 내세워 자본주의적 침략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유럽의 신화가 언제나 폭력 앞에서 굴복으로 일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든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미다스왕의 갈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품고 있다. 미다스왕은 유난히 큰 귀를 갖고 있어서 늘 모자를 눌러 쓰고 다녔다. 그러나 왕도 이발을 할 때가 되면 큰 귀를 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왕은 전속 이발사에게 왕의 신체적 비밀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그러나 이발사는 혼자 고민하다가 강가의 갈대밭으로 나가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는 구덩이 속에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미다스왕의 귀는 당나귀 귀야! 미다스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구.”이렇게 말한 뒤 재빨리 구덩이를 메웠다. 그러나 비밀은 그렇게 굳게 지켜지는 법이 아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갈대밭에서는“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갈대밭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속삭인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도 절대 권력자에 저항하는 약자의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교감들이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오늘의 유럽을 만들고 또한 민주주의를 꽃 피웠는지 모른다. 유럽인들은 영웅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큰 능력을 가진 절대자를 내세워 그 속에서 무리를 지어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만들어 나가기를 좋아한다.
며느리의 서러운 애환이 깃든 꽃동양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는 꽃이 한 많은 삶을 누리다 떠난 외로운 영혼들로 표현되는 게 보통이다. 언제나 가신 자의 횡포로 사랑하는 님을 빼앗기고 눈물짓다 숨을 거두는 여인들로 새겨진다. 꽃이 대부분 여인들로 표현되는데 비해 남성은 나무에 비유하여 나타난다.동양에서는 운명에 대해 저항하며 헤쳐 나가기보다 그 운명에 순응하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국화에 얽힌 전설이다.옛날 중국에 항경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예언자가 말하기를 9월 9일 중구절에는 집을 비우고 들놀이라도 갔다 오기를 권했다. 그래서 항경은 가족들을 이끌고 들놀이를 즐긴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가축이 모두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 후부터 중구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들놀이를 하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를 다시 음미해 보면 언제나 약자는 변명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외부의 힘에 굴복하는 쪽으로 지쳐지고 있다. 서양에서 사뭇 침략적이며 공격적이고 미지를 향해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이는데 비해 동양은 그렇지 못하다. 순종적이고 사건을 내면에서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끝내 굴복 당하고 마는 슬픈 이야기로 전개된다. 동양과 서양이 꽃을 두고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의상대사와 관음송(觀音松)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달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죽어서 소나무 관에 누워 영면한다. 그만큼 소나무가 우리 정서 깊숙이 자라잡고 있기 때문이리라.낙산사에서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기도를 할 때였다. 원효대사도 관음보살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낙산사로 가던 중이었다.어느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게 되었다. 우물 옆 개울에서는 한 여인이 생리대를 빨고 있었다. 목이 마른 대사는 그 여인에게 물 한 바가지를 청했다. 여인은 아무 말도 없이 샘물을 퍼 주는 대신 피가 섞인 더러운 물을 퍼 주는 것이었다. 원효대사는 그 물을 마실 수 없어 버렸다.“원 고약한 인심도 다 있군.”그리고 스스로 샘물을 떠서 목을 축였다. 실로 상쾌한 물맛이었다. 그 때 옆에 서 있던 늙은 소나무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휴제호화상, 휴제호화상 (休醍?和尙. 休醍?和尙)”고운 목소리로 울더니 날아가 버렸다. 이상하게 여겨 소나무 곁으로 가까이 갔더니 그 곳에서는 여인의 고운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원효대사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갈 길이 바빴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낙산사에 이르렀다. 관세음 보살상을 찾았으나 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음상 연화 좌대 앞에는 소나무 밑에서 본 것과 같은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대사는 비로소 깨달았다. 더러운 물을 퍼 주던 그 여인이 바로 관음보살이었다는 것을. 대사는 다시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토굴 속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풍랑이 일어 다시는 들어갈 수 없었다. 후세 사람들은 관음보살이 현신한 그 소나무를 관음송(觀音松)이라 불렀다.하필이면 소나무였을까. 예로부터 소나무는 불변의 상징처럼 돼 있다. 사철 푸른 잎을 하고 모진 풍상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 것에서 진리의 참 모습으로 비유되곤 했다.원효대사와 관련된 이 설화 속에서도 소나무는 진리의 불변을 설파하기 위함인지 모른다. 한 마리의 파랑새로 변신한 관음보살이야말로 언제 어디든 일반 대중과 불자들의 마음에 복음을 던져 줄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이리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법의 진리를 소나무로, 언제 어디든, 누구의 마음속에도 관음보살의 가피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제각기 민족의 성정을 간직한 꽃과 나무나무에서도 서양과 동양에서 보고 생각하는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에서는 노거수에 얽힌 전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마을마다 동신목이라 하여 신앙적 대상으로까지 나무를 받들어 모신다. 대게 그 마을의 인물과 함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글·그림 _ 오병훈 Oh, Byoung Hoon(한국식물연구회 회장)(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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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e-매거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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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광장개선 현상설계 당선작
서울역사박물관은 역사박물관 광장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광장으로 공간을 재창출하여 시민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역사·문화·관광자원의 열린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지난 2월 현상공고를 냈으며, 심사를 거쳐 3월 31일 우리앤디자인펌의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편집자주-The Design Competiton for Plaza at Seoul Museum of HistoryAn open competition of the improvement for the square at the Seoul Museum of History
자세한 내용은 본지 2008년 5월호(통권 241호) 158~163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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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공원 재정비 사업
위치 _ 서울특별시 동작구 신대방동 395번지면적 _ 417,575㎡발주 _ 서울특별시 녹지사업소시공 _ (주)건림원, 아이엠유건설(주)조경시설물 _ 영광조경
1986년 5월 5일, 옛 공군사관학교 터에 자리잡은 보라매공원은 사람들에게 주로 위엄있는 행사장이라는 인식을 주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노력중이다. 보라매공원은 도심에 위치해있고 부지 면적이 넓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시설의 노후로 인해 유지관리 비용이 커지고 많은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서울특별시 녹지사업소는 이곳에 새로운 생태ㆍ레저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서남권의 대표적인 공원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보라매공원 재정비 사업에 착수하였다.
재정비 사업은 총 3단계에 걸쳐 전체적으로 공원의 남북을 큰 축으로 하여 친환경적인 시공방법으로 조성되었다. 제 1ㆍ2단계 공사를 통해 엑스게임장, 암벽등반대, 장미원, 생태연못 등이 조성되었다. 제 3단계 공사에서는 공군사관학교 시절에 지은 16개 동 가운데 청소년회관·노인복지회관 등 4곳만 남기고 1~2층 건물을 대부분 철거하였다. 건물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보라매의 상징성을 이어갈 ‘에어파크’가 조성되었다. 공군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전투기와 대형 수송기 등 비행기 8대를 전시하였는데, 설계와 디자인 모두를 공군이 맡았다. 공군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충혼탑은 그 자리에 보존하였다.‘에어파크’의 옆으로는 ‘워터월드’를 조성하였다. 특색있는 수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주민들이 방문시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형차를 이용하여 사랑의 샘, 사랑의 계단, 메인분수를 차례대로 조성하여 상부의 샘에서 솟아오르는 물의 원천을 조성하여 샘에서 경사계류를 통하여 흐르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짧고 길게, 은은하고 거센 흐름을 타도록 하여 물의 높이와 모양이 다양하게 연출되도록 하여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였다. 여름철이 되면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문에 가까이 위치한 서울특별시 녹지사업소 보라매 공원관리사무소의 오폐수처리시스템이 갈대를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으로 시공됨으로써 환경파괴 및 악취발생을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또한 단순 처리될 오수를 친환경적인 계류 및 습지로 조성하여 공원 내 미관 향상, 악취저감 및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사업 목표에 따라 전체 건물이 지열과 태양열 에너지 이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건물의 옥상에 조성된 녹화공간은 직원들이 바쁜 업무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담소도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태연못, 목재 데크, 파고라와 의자 등의 휴게시설과 다양한 수목 및 숙근초, 섬백리향 등의 초화류를 식재하였다.
공원의 중앙에 위치한 대운동장은 주민들의 수요가 많음에도 모래로 인한 흙먼지 탓에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강우시에는 땅이 질퍽하여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였다. 재정비 사업을 수행하면서 잔디와 우레탄 조깅트랙이 깔린 잔디광장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삼아 조깅을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맞은편의 사면으로는 철쭉동산을 조성하여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공원의 남쪽으로는 0.9~1.2m 깊이의 연못과 음악분수를 조성하여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간에 음악분수와 일반분수를 차례로 시행함으로써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연못 주변으로는 자연토포장을 하여 주민들이 산책코스로 이용하고 있다.공원의 후문 쪽 약 800여평은 도심 속 논으로 조성하여 여름에는 습지를 이용한 논에 벼를 심어 논농사 체험 등 친환경 프로그램을 펼치고, 겨울에는 물을 가두어 얼음 썰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주민들의 여가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게이트볼장, 길거리농구장, 체력단련장, 배드민턴장, 어린이 놀이터가 위치하여 있다.
공원의 주요 수종으로는 상록수인 리기다 소나무, 소나무, 잣나무, 측백나무 등이 있고 낙엽수는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주요 녹음수 및 경관수는 상태가 양호하고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아 재정비시 그대로 존치하였다.
보라매공원 리모델링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소재를 다양하게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다른 공원의 리모델링에 비해 참신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공원을 찾는 세대가 다양함을 고려하여 각 세대에 맞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지역주민 및 방문자들에게 문화, 여가 선용이 용이한 지역적 요충지로 다시 태어난 만큼 앞으로의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이 더욱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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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식물 ; 정원속의 이끼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이끼가 정원을 구성하는 주요 식물로서 등장하는 예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원이 단순히 식물을 모아놓은 덩어리가 아니라 의미 맥락(meaning context) 속에서 구성되어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정원 속에 이끼가 주요대상으로 등장하지 않았음은 다른 식물에 비해 볼품이 없어 관상 가치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고, 습하고 그늘진 곳이라면 으레 생육하는 흔한 식물이었기 때문이거나, 백보를 양보하여 관상 가치를 가진 이끼가 있었어도 인위적으로 재배하기가 쉽지 않았음에서도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예로부터 그늘지고 습한 곳은 선호되는 공간이 아니었기에 이곳에 거주하는 생물들 역시 비호감(非好感)의 대상이기 십상이었고 경우에 따라 제거의 대상되기도 하였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 조상들과 현재의 우리들에게 이끼란 식물은 낯선 식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반면 이웃 일본 정원에서 이끼는 중요한 식물 소재로 아주 오래전부터, 의도적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오래된 궁이나 절, 숲에 가면 이끼가 지피식물로서 정원의 중요한 요소로서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어 왔다. 일본의 정원에서 이끼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까?
이끼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이끼를 보면서 ‘생명체의 근원’, ‘장수’, ‘변함없음’, ‘강인한 생명력’ 등의 의미를 유추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일본의 절이나 고궁에서 보는 이끼 정원은 이 곳 승려들이, 관리인들이 생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에 날아들어 온 각종 식물 종자들을 종교적 의식을 행하듯 동트는 새벽녘에 하나하나 뽑는 수고를 통해 유지된다. 무엇이든 의미 있는 것을 신성시 하는 일본사람들이 이끼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음은 물론이다.
이끼는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대부분의 관속식물이 토양을 기반으로 뿌리를 내리고 이와 통도조직을 이용하여 수분과 양분을 이동시킴으로서 생명을 영위한다. 그러나 이끼는 토양층이 없는 콘크리트, 돌과 같은 무기물 표면에 붙어 생명을 영위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지구라는 환경에 던져진 생명체가 살기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모시켜 온 진화의 역사를 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4억 5천만 년 전 육지에 처음 출현한 이끼가 생육한 토양은 무기물만 있는 환경이었다. 이끼가 뿌리라는 기관을 발달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이용가능한 양분이 없는 토양에 발을 담그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끼는 부착기능만 갖는 가근(假根)만 발달시켰다. 뿌리가 없으면 신진대사에 필요한 수분과 양분을 어떻게 취했을까? 뿌리가 없으니 직접 몸을 통해 대기로부터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방편밖에 남은 게 없다. 그래서 몸으로 대기 중의 수분과 양분이 쉽게 직접 침투되도록 관속식물과 달리 표피에 큐티클(cuticle)층이 없다. 그러나 대기에서 취하는 수분과 양분이 일정하거나 충분하지 않기에 개체는 될 수 있는 한 작게, 또 서로 뭉치도록 함으로써(콜로니 형태 colony) 개체사이의 빈 공간에 수분을 최대로 저장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수분이 건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삼을 포장할 때 이끼로 감싸주는 이유는 이끼의 조직이 거대한 물 저장고처럼 생겨 수분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끼를 주목하는가?우리에게 낯선 이끼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고 관상가치가 낮음, 축축하고 어둠의 공간에 서식하는 식물, 재배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우리네 정원에서 다만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지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끼는 없었을 수가 없다. 전술하였듯 이끼는 다른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 고등 식물이 적응하기엔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해 온 식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끼를 정원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다. 정원의 소재로서 뿐 만 아니라 환경재(environmental medium)로 사용코자 하는 시도들이 일본을 중심으로 점점 늘고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생활하고 있는 도시는 콘크리트, 철, 유리 등 무기물 덩어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효율’과 ‘속도’로 우리를 몰아붙이는 도시를 보면서 아득한 옛날, 이끼가 출현한 그 시기를 떠올리는 것은 비약일까? 이럴수록 뒤 돌아 보자고, 느리게 가자고 외칠 수 있는 것 또한 우리가 가진 특권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끼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네 삶의 환경이 점점 생명체가 살기에 녹록치 않음을 예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머니의 품 같은 넉넉함을 잃어버린 우리네 삶에서 이끼를 통해 이를 보상받으려는 무의식의 발로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유야 어쩌든 보잘 것 없지만 이끼에서 유추되는 의미들을 되새김하면서 정원 한구석에 이끼로 정원을 만들어 관찰하는 것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편은 아닐런지….
글 _ 김용규 Kim, Yong Kyu (일송환경복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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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금호리조트
JEJU KUMHO RESORT
위치 _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2384-1면적 _ 23,900㎡조경면적 _ 9,350㎡발주 _ 금호리조트조경설계 _ 경원대 우정상 교수, 자연제주조경시공 _ 건화조경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는 섬이라는 독특한 지리환경과 옛 탐라국의 역사가 깃든 특이한 민속문화로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관광성을 자랑한다.섬 전체가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는데,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림과 계곡, 기암과 소연, 기생화산과 분화구, 동굴과 초원 등 오밀조밀한 자연경관이 천혜의 아름다움을 빚어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섬의 4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어서 바닷가의 기암과 폭포, 백사장과 도서 등의 해안 일대가 천연미의 절경을 이룬다.특히 지난 2007년 6월, 화산활동에 기인한 다양한 화산지형과 구조들로 인해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제주에서도 다양한 식물과 기암괴석, 깎아지른 듯한 절벽 등이 최고의 해안경관으로 꼽히는 남원지구에 자연경관을 이용해 자리잡은 금호리조트가 시선을 끌고 있다.입지적인 장점을 그대로 살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아름다운 해안절벽을 리조트 단지로 차용하였으며, 리조트 뒤편으로는 제주의 끝없는 옥빛바다를 담았다. 가벼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 시설인 아쿠아나와 그 주변부는 탁트인 경관에 제주 해안의 경승을 감상하며 정적·동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고, 이벤트 행사를 위한 소규모 야외무대도 조성되었다.별장형 리조트 건물과 연계한 데크에는 야외호프와 휴식공간을 설치하였는데, 아쿠아나의 물놀이시설과 바닥분수의 조명은 심야에 색다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조깅을 할 수 있는 2km에 달하는 산책로도 제주리조트의 자랑.
인근에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제주민속촌, 성산일출봉 등 풍부한 관광지들이 입지하고 있는 제주금호리조트는 문화형 관광지이자 명실상부한 제주의 ‘Seaside Resort’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_ 백승인 (금호건설 상품개발실)(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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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 쏠비치 호텔 & 리조트
Daemyung Sol Beach Hotel & Resort
위치 _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산2-1면적 _ 85,000㎡규모 _ 콘도 229실, 호텔 214실단지계획 및 설계 _ (주)벽송엔지니어링워터파크설계 _ (주)인디자인시공 _ (주)대명건설조경식재 _ (주)성림조경시설물 _ (주)청솔조경
옥빛 동해바다와 병풍처럼 이어진 설악산과 오대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양양에 문을 연 대명 쏠비치 호텔 & 리조트는 해안이 바로 연결된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로 소수만을 위한 노블레스(Nobleness) 휴양리조트이다.
테라스에 나서는 순간 넘실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 해외 유명 휴양지에나 있을 법한 리조트가 동해에 들어섰다. 강원도 양양군 오산리 해변에 들어선 대명 솔비치 호텔&리조트가 바로 그 주인공.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바다에 인접한 고급리조트로 대명리조트가 세계 명품리조트 시장 진입을 꿈꾸며 최근 개장한 야심작이다.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전용 해변을 가진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로 소수만을 위한 노블레스(Nobleness) 휴양리조트라는 점이다. 군사보호구역이던 오산리 해변을 통째로 리조트로 끌어들여 마치 동남아 리조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쏠비치는 스페인어로 태양을 뜻하는 쏠(Sol)과 해변을 뜻하는 영문 비치(Beach)를 합쳐 ‘태양의 해변’이란 뜻으로 ‘밝은 태양’을 뜻하는 양양의 지명과도 잘 부합된다. 고급리조트를 표방한 쏠비치는 콘도일색의 다른 리조트와 달리 호텔인 ‘라오텔’과 콘도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06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돼 호텔도 회원모집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대명리조트가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쏠비치의 외관 양식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해변에 있는 건축 양식을 주된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스페인 남부 지방의 건축 양식이 적색의 벽돌 지붕과 흰색 외벽 및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넓은 창가와 테라스가 특색인 점에 착안하여, 테라스하우스 개념이 도입되었다. 특히 별장을 뜻하는 ‘노블리(Noble)’와 귀족을 뜻하는 ‘빨라시오(Palacio)’에서는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기며 와인파티도 즐길 수 있는 등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대시설로는 해수사우나·해양스파존·레저존·마르테라피 등 4개의 존으로 구성된 워터파크인 ‘아쿠아월드’를 꼽을 수 있다. 아쿠아월드에서는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데, 이 중 워터슬라이드와 동굴폭포, 노천탕, 데크, 풀장으로 구성된 레저존은 건축가 가우디의 구엘공원에서 모티브를 따와 파도모양의 곡선을 형상화해서 조성한 점이 특징. 또한 곧바로 오산리 해변과 연결되어 워터파크와 해수욕장을 오가면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점도 쏠비치만의 장점이다.
본격 해양리조트로 개발된 쏠비치는 앞으로 요트와 함께 바다낚시 등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양양군에서는 리조트 앞 오산포구에 요트 및 어선을 정박할 수 있는 방파제의 시설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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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공사 _ 설계 현상공모
대구광역시는 지난 1월 도심 교통혼잡 완화와 보행경관 및 경관개선을 도모하고 친인간ㆍ친환경적인 대구대표 상징거리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공사」를 위한 설계 현상공모를 공고하고, 3월 19일까지 작품을 접수한 후 3월 25일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최종발표하였다. (주)씨토포스 작품이 최우수작(당선작)으로, 우디포탈환경디자인과 (주)한백종합기술공사 작품이 각각 우수작과 입선작으로 선정되었다.- 편집자주 -A public subscription of a public transportation in Jungang-ro, Daegu자세한 내용은 본지 2008년 5월호(통권 241호) 164~169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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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식물 ; Being itself : 식물과 디자인
식물과 디자인이라는 테마는 두 개의 독립된 주제들의 병렬일 수도 있고 둘 중의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함하는 관계로 파악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여러 분야에서 식물을 대상화하고, 그 특성을 이용하거나 식물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응용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인간이 주변의 환경에서 빈번하게 접하는 식물이라는 시각적 대상은 이미지화되었을 때 보다 친근하며 아름답게 보인다. 뿐만아니라 식물은 스스로 외부의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나가는 능력이 있는 데, 본고에서는 식물과 디자인을 대상화하지 않고 식물이 가진 특성으로서의 디자인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고자 한다. 이는 식물의 미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생존, 즉 존재를 위한 필요 혹은 욕구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적극적인 식물의 특징으로 살펴보고자 함이다.필자는 작품 디자인에 있어 식물에 내재한 이러한 디자인적 욕구, 즉 자연이 세상에 존재하고 교류하는 방식의 표현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 고에서는 몇 개의 작품사례를 통해 자연과 식물을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존재에 대한 사색(Being itself) “존재에 대한 사색은 오랜 화두이다. 존재라는 철학적 화두를 붙잡고 있는 동안 몰아, 내지는 무아를 겪어낸 듯 그의 작품은 소리가 없고 울림만 있다. 작품이 간직하고 있는 울림만이 작가의 외침의 흔적을 어렴풋하게 짐작하게 한다. 그에게 외침은 과거이며, 존재(Being-itself)는 잠재적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운동이며 질량이며 위치라는 과학적 명제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에너지는 형태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그 공간에 따라 다른 작용을 유도하는 그야말로 거침없고 종잡을 수없는 힘이다. 그의 사색이 깊어질수록 작품은 그 힘을 고요함 속에 담는다. 작가의 작품들은 제목을 달리하지 않는다. 모두 Being itself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작품의 부제에 의존하여 작품을 구분하고 있다.” _ 조소영(미술평론가)
식물은 자신의 존재방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에게 있어서 그 생명의 원천은 뿌리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뭇잎은 햇빛과 증기의 도움을 얻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 뒤 다시 나무로 돌려보내 충분한 자양분을 얻게 하므로 잎이 나무의 어머니”란 탁닛한 스님의 말처럼 잎사귀는 나무가 그 생명을 유지하는 데 뿌리 못지않은 중요한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광합성이라는 화학적 작용으로 식물이 햇빛에너지를 자신이 가진 탄소와 결합시켜 양분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이러한 나뭇잎의 가치와 자유로우면서도 규칙적인 일련의 형태는 작품소재로서 충분하다.
글 _ 심 부 섭 Shim, Bu Seop(조각가)(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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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식물 ; 자연을 닮아가면서 사는 사람들 _ 그림 속의 식물들
자연의 위대함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나라마다 다르다. 서양에서 자연은 인간의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정복의 대상이었고 동양에서 자연은 찬탄의 대상이었다. 동양인들에게 자연이 찬탄의 대상이었다는 전제는 동일하지만 찬탄을 표현하는 형식은 또한 제각각이다. 중국 사람들이 과장적인 몸짓으로 드러냈다면 일본 사람들은 인공적이고 정교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중국 미술은 필요이상으로 장식적이고, 일본 미술은 공예품처럼 인위적이다. 중국의 천안문이 그 크기와 현란함으로 사람의 혼을 빼앗는다면 일본의 히메이지성은 잘 만든 블록인형처럼 인공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의 표현 방식은 어떠했을까.
1. 손질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한국의 미한국의 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자연의 미’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손을 빌어 아름다움을 표현하되 손질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은 마치 화장은 하되 전혀 화장한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얼굴이 가지는 아름다움과 같은 종류일 것이다.그런 자연스러운 한국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삼척에 있는 <죽서루>이다. 관동8경 중의 하나인 죽서루는 기둥과 기둥사이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고 기둥의 배열도 서로 다르다. 또한 기둥의 높이도 제각각이다. 왜 이렇게 지었을까?<죽서루>는 오십천 하구의 낭떠러지에 자리잡고 있다. 누각에 앉아 낭떠러지 바로 아래의 시퍼런 물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높이가 서로 다른 바위 끝에 건물을 세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누각을 짓는 솜씨가 참으로 절묘하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평평하게 밀어버리는 대신 각각의 바위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다르게 자른 것이다. 기둥의 하단부는 그랭이질하여 기둥과 바위가 서로 한 몸처럼 맞물리도록 배려했다. 이런 건축법은 바닥을 일자로 밀어버린 후 기둥을 똑같은 높이로 잘라서 마름질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서 살겠다는 의지는 다양한 예술 형식을 낳게 되었다. 경주 남산 꼭대기 옛 용장사터에 있는 <용장사삼층석탑>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동일한 조건 속에서 얼마나 기발하게 그 조건을 변형시킬 줄 알았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다.우선 탑을 먼저 확인해보자. 탑은 맨 아래의 기단부와 중간의 탑신부, 그리고 맨 위의 상륜부로 구성된다. 이 구조가 우리나라 석탑의 기본골격이다. <용장사삼층석탑>도 이 규정을 토대로 세워져서 2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가 올려졌고 상륜부는 결실되었다. 그런데 <용장사삼층석탑>의 매력은 기단부에 있다. 기단부의 하대석을 잘 다듬은 판석대신 산꼭대기의 자연암반으로 대신한 것이다.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이 탑은 통일신라 때 세워진 탑이다. 통일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은 ‘한 집 건너 절이 들어서 있었다’고 할 정도로 불교가 융성했던 시대였다. 그런 도시를 지키고 있는 산이 바로 남산이다. 그러니까 남산은 불국토를 지키는 주산인 셈이다.이 우주에 수많은 부처님이 계시듯 경주 남산에는 곳곳에 부처상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부처상이 많다고 해서 남산 자체가 불국토가 되지는 못한다. 이런 한계를 간단히 뛰어 넘어버린 발상이 바로 ‘탑’이었다. 남산의 바위를 탑의 기단부로 함으로써 남산 전체를 탑이 되게 한 것이다.인간이 만드는 예술작품이나 조형물이 꼭 인공적일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손을 빌리더라도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움을 드러내야한다는 철저함이 <죽서루>와 <용장사탑>같은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어떤 경우라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을 지키겠다는 이 땅의 사람들의 바람이자 생활방식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랐다. 자연을 삶 속에 끌어 들여 자연을 닮아가면서 살고자했던 사람들 속에 꽃과 나무가 자라고 새가 울었던 것이다. 이제 그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로 내려가 보자.
2. 꽃을 상처내지 않는 꿀벌처럼김홍도(1745~1806?)가 그림을 그리고 그의 동갑내기 친구인 이인문(1745~1824)이 화제를 쓴 <마상청앵도>는 사대부의 여유와 시정을 통해 봄날의 서정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선비의 풍류와 봄날의 서정.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김홍도는 구도를 아주 단순화시켰다. 선비와 하인의 옷은 철선묘로 단순화시킨 반면 말과 갓과 풀과 버드나무잎은 선없이 담묵으로만 처리하여 대조를 이루게 했다.여기서 선비가 봄을 즐기는 모습은 그저 바라보고 듣고 느낄 뿐이다. 꽃을 아름답다하여 꺾는다거나 꾀꼬리 소리가 청아하다하여 새장 속에 잡아 가두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변형시키지 않고 즐길 뿐이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따지만 꽃에는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처럼 선비 또한 봄을 즐기되 버드나무와 꾀꼬리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었다.우리 나라 사람들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사계절이 뚜렷한만큼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을 찾아 짚신이 닳아지도록 돌아다녔다. 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와 김매순이 지은 『열양세시기』를 보면 상춘객들이 앞다투어 꽃구경을 떠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들 또한 꽃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꿀벌처럼 꽃만 감상하고 돌아왔을 뿐이다. 풍란이 예쁘다면 통째로 캐다 자기 집 화단에 심어놓는 오늘날의 우리하고는 다른 모습이었다.
3. 우리의 삶 곁에서 꽃은 피었다 진다꽃과 나비를 생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작가가 신사임당일 것이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진 신사임당은 시서화에 두루 능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섬세함을 잘 살려서 그린 <초충도>는 그림의 소재가 꼭 명산대천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삶 곁에서 피었다 지는 꽃과 풀도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수박과 들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재이다. 한창 맛이 들기 시작한 수박을 두 마리 들쥐가 파먹고 있는 그림이다. 소재를 찾아 멀리 떠나지 않아도 눈을 들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다. 무덤가에나 야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패랭이꽃도 마찬가지다. 이 그림은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여성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어떻게 자신의 꽃을 피워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 꽃같이 소중한 그림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4. 꽃에 담은 축복과 바람붉은 태양이 떠 있는 산 아래 상서로운 구름이 흐르고, 기암괴석이 멋드러진 계곡 옆에는 새와 동물이 평화롭게 놀고 있다. 화려한 오방색이 주가 되는 10폭 병풍에는 우람한 소나무 그늘 아래서 학과 사슴과 거북이가 한가롭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이 그림은 <십장생도 10폭 병풍>이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불로장생’의 염원과 바람을 담은 그림이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에 더해 자손도 많고 잘 살고 건강하면 좋을 것이다. 자식들이 높은 벼슬과 명예까지 얻어 번창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십장생’ 그림이다. 이런 바람은 왕에서부터 헐벗은 서민들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바라던 사항이었다. 그래서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그림은 해가 바뀔 때 ‘세화’로 그려져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려주곤 했다.<십장생도 10폭 병풍>이 불로장생을 위한 총체적인 소원이 담겨 있다면 <모란도 10폭 병풍>은 단일 주제만을 강조해서 그린 예라 하겠다. 모란은 일시에 피었다 일시에 떨어지는 꽃이다. 유난히 풍성한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풍성함으로 그득해진다.그래서 모란꽃은 부와 재물을 상징하게 되었다. 모란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비꽃이나 민들레꽃처럼 작고 여리여리한 꽃이 아니라 꽃잎도 크고 고혹적이어서 귀부인처럼 화려하게 피어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매난국죽이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하여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에 비해 십장생도와 모란도같은 ‘염원화’는 남녀노소와 계급을 떠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데올로기나 이념보다 사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면 이념보다는 감성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5. 세상에 못난 사람이 어디 있으랴개심사의 종루는 한 눈에 봐도 어딘가 불안정해 보인다. 날렵한 맵시를 자랑해야 할 처마선은 균형이 맞지 않고, 아무렇게나 휘어져 있는 기둥은 네 개가 전부 제멋대로이다. 휘어지고 비틀어지고 상처의 흔적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몰골을 하고 절의 맨 앞자리에서 당당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건물이 바로 종루이다. 기둥이 비뚤어졌던 휘어졌던 상관없이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바로 그것이다. 못났으면 못난대로 비틀어졌으면 비틀어진 대로 감추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세상.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동등한 자격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나가 아름다운 기둥이고 꽃이다.우리 모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잠시동안 내가 사는 공간을 빌려 쓰고 갈 뿐이다. 그 공간에 몸담고 있는 동안 내가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빌려 쓴 공간을 손상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삼척 죽서루>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꽃이 아름답다하여 꺾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른 사람도 그 꽃을 보며 나와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한다. 김홍도의 <마상청앵>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살아가면서 어떤 바람이 있다면 소박하게 기도해 볼 일이다. 그 기도가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다 놓고 손을 비비던 우리네 할머니들의 기도여도 좋다. 혹은 하늘을 찌를 듯 우람한 건물에 들어가서 고개를 수그리는 기도여도 상관없다.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달라고.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기도여도 좋다. 단 그 기도 속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살아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 자세를 <개심사 종루>의 기둥이 보여주고 있다.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이 봄에 피어나는 꽃을 보며 우리 모두가 꽃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기도여야 할 것이다.
글 _ 조 정 육 cho, cheong yook(미술사, 목원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