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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항 선셋 워터프런트 랜드마크 다리, 연결 그 이상
    장항의 산업 유산과 재생 충남 서천군 장항읍은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의 전초기지였으나 1960~1970년대에는 장항 철 제련소와 장항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곳이다. 이후 공장 산업의 쇠퇴와 항구의 이동으로 인해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 전형적인 도시 쇠퇴의 징후를 겪었으나, 최근 장항의 산업 문화유산과 해변 생태 경관이 이 지역의 고유한 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미디어센터, 문화예술창작공간, 장항스카이워크 등의 새로운 시설이 유치되어 생태·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2015년 1월 완공된 장항 선셋 워터프런트 랜드마크(이하 선셋 랜드마크)는 과거의 산업 유산, 새롭게 조성된 각종 시설, 그리고 수변 경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도시의 명소를 확립하고 장항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계획되었다. ‘장항 선셋 수변 명소화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계획의 장소는 구 장항 도선장과 그 주변이다. 이곳은 1930년대부터 군산을 왕복했던 유일한 연락선인 장항선船이 정박했던 곳으로서, 2009년 운행을 종료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장항에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장소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금강 하구의 풍부한 생태 자원 덕분에그 주변이 현재 각종 어항과 부두로 활발하고, 근거리에 근·현대의 산업 유산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낙조로 대표되는 경관 자원이 있어 워터프런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한 화물철로를 따라 조성된 문화관광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하므로, 공원 위쪽에 자리한 국립생태원과 장항미디어센터, 그리고 서측의 구 장항 제련소, 국립생태해양자원관, 송림산림욕장 등이 도보와 자전거 도로로 이어지는 중추가 되어 장항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기본설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성종상 교수 조경 디자인 연구실 실시설계(주)오우재건축사무소(건축), (주)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조경), (주)ULP(조명), (주)세일종합기술공사, (주)영진엔지니어링(교량·토목) 설계팀성종상, 김준현, 신하영, 박준성(서울대학교), 김주경, 전엄지(오우재건축), 신현돈, 이장우(서안알앤디), 이연소(ULP), 김상석(영진엔지니어링) 시공(주)에스엔티건설 발주서천군 공공시설사업소(구 미래전략사업단) 위치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301 일대 면적10,000m2 완공2015. 1. 27.
    • 김준현[email protected] / 서울대 GSES 성종상 교수 연구실 + 오우재건축 + 서안알앤디 + 세일종합기술공사 + 영진엔지니어링 + ULP
  • 도원지 수상보행교 다리, 연결 그 이상
    이 프로젝트는 영남대학교 조경학과에 교수로 재직할때 진행한 대구 달서구 로하스벨트 조성 연구 프로젝트를 뿌리로 삼아 시작되었다. 로하스벨트란 달서구의 산이나 강, 저수지를 따라 다양한 도시 경관을 감상하며 쾌적한 보행로를 걷게 하는, 사람을 위한 힐링 프로젝트다. 도원지는 계절마다 다른 빛깔의 경관을 보여주는 산들이 저수지를 감싸고 있어 녹색길을 걷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특히 도원지 서편의 기암절벽과 오래된 숲의 모습이 짙푸른 물에 담겨 동편 길에서 바라보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수상보행로는 대구 남쪽의 대표산인 앞산을 따라 걸어오던 사람들과 도원지 및 월광수변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수 경관을감상하며 다음 녹지 길로 갈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기암절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동편의 밭과 물의 경계를 따라 조성하여 기존 수변 경관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구상했다. 디자인이 아닌 기능과 단순한 경관을 꿈꾸며 이 아름다운 경관에 새로운 무엇을 더한다는 것이 참힘들었다. 그러나 수변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새로우면서 낯설지 않은, 그러나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독창적인 디자인이라는 모순된 목표를 위해 기나긴 여정을 걸었다.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기울였던 곳은 동편 밭두렁을 따라 수변에 오랫동안 살아온 풀과 나무들이었다. 수경관과 기암절벽의 숲 경관도 뛰어나지만 소외되고 관심 없는 길을 따라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며 수변의 아름다움을 더했던 그 식물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래, 이 소외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기특한 식물들을 사람들이 가깝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 마음이 결정되자 보행교의 선은 금방 디자인되었다. 기존 식물이 자라던 수변 경계를 따라 미려한 곡선의 수중교 선이나타났다. 주동선인 수중보행교는 저수지의 보 근처에서 시작해 월광수변공원이 있는 제방까지 약 270m 길이의 곡선 길(탐방로 A)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다양한 수변의 식물을 감상하고 한 번씩 서편의 기암절벽 숲 경관을 보며 기쁨을 누리는 공간이 되리라생각했다. 그리고 단순히 그 길을 건너기 위해 걷는 사람 외에 좀 더 도원지를 감상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생 식물과 부유 식물이 자라는 곳에 더 여유로운 곡선의 보행교(탐방로 B)를 붙였다.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마련했다. 난간에 기대어 다양한 식물을 바라보며 관계 맺도록 공간의 스케일을 고려했다. 그리고 일정 구간을 지나면 원형의 수중 쉼터를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모든 경관을 감상하고 다양한 행태를 담도록 지름 13m의 원형 광장을 디자인했다. 걸터앉을 수 있는 원형 의자가 오랫동안 사람이 물 위에서 머물도록 유도한다. 보행교는 선이 아니라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디자인 방향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명대구 도원지 수변경관개선사업(탐방로) 실시설계 기본구상영남대학교 조경학과 + 최신현(2007) 실시설계씨토포스 설계팀최신현, 김수현, 김은지, 조은옥 시공(주)아트포커스 + (주)보선건설 발주달서구청 공원녹지과 위치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840번지 일원(도원지 일대) 면적 탐방로 A: 목재포장 마감+단파론 난간(수상교 L=274m x B2.2m, A=603m2) 탐방로 B: 목재포장 마감+디자인 난간(수상교 L=141m x B2.2~3.5m, A=350m2) 원형광장: 목재포장 마감+단파론 난간(R 6.5m, A=130m2) 완공2015. 10. 최신현은 영남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고 홍익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를 졸업하였다. 영남대학교에서 조교수로재직하였다. 현재 (주)씨토포스 대표이사로 다수의 대규모 도시공원과 건축물, 환경조형물 등을 디자인하는 조경건축가로 활동중이며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공공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다.
  • 팔로 알토 어도비 크리크 보행·자전거 다리 다리, 연결 그 이상
    101번 고속도로 보행교 프로젝트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에 위치한 팔로 알토Palo Alto에는 101번 고속도로와 베이 트레일 주변에 자리한 기술 및 연구 회사―구글, 인튜이트(Intuit), 스페이스 시스템즈 로랄(Space Systems Loral) 등―에 다니는 수백 명의 회사원이 거주한다. 이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 이용할 수 있는 지하도―101번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다―가 마련되어 있지만 인근의 연못이 자주 범람하기 때문에 일 년 중 절반 정도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팔로 알토 시는 101번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보행교 프로젝트The Highway 101 Pedestrian Overpass Project를 계획했다. 이 공모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되는 다리는 기존의 지하도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팔로 알토 지역과 산타 클라라 밸리 정비 지구Santa Clara Valley Water District를 연결하게 된다. 따라서 팔로 알토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전보다 쉽게 회사로 이동할 수 있으며 산책로와 자전거의 이용이 활발해져 베이랜드의 아름다운 경관을 많은 이가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1월 최종 후보에오른 세 팀 중 64노스64North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당선작은 2016년 의회의 승인을 받은 후, 2018년 건설을 시작해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수년 동안 이 지역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조직되고 설계되었다. 덕분에 지역 간 이동과 연결은 쉬워졌지만 상당한 비용 지출, 탄소 배출, 소음,분진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이에 팔로 알토의 지역 사회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레일, 무인 자동차 등을 활용하여 보다 다각적인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프라스트럭처는 하나의 기능만을 염두에 두고 단기간에 설계된다. 64노스는 인프라스트럭처가 오히려 다양한 기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중 하나인 다리는 연결이라는 기능뿐만 아니라 좀 더 유연하게 미래 계획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리는 아름다운 경관과 경험을 선사하며, 더 나아가 주변의 자연 세계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년 동안 이 지역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조직되고 설계되었다. 덕분에 지역 간 이동과 연결은 쉬워졌지만 상당한 비용 지출, 탄소 배출, 소음, 분진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이에 팔로 알토의 지역 사회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레일, 무인 자동차 등을활용하여 보다 다각적인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프라스트럭처는 하나의 기능만을 염두에 두고 단기간에 설계된다. 64노스는 인프라스트럭처가 오히려 다양한 기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중 하나인 다리는 연결이라는 기능뿐만 아니라 좀 더 유연하게 미래 계획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리는 아름다운 경관과 경험을 선사하며, 더 나아가 주변의 자연 세계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Architect64North Landscape ArchitectBionic EngineeringHNTB ArtNed Kahn Environmental ConsultingWRA LightingSean O’Connor Lighting CyclingAdvisor Jeff Selzer LocationPalo Alto, California, USA Design2015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64노스(64North)는 종합 설계사무소로서 혁신적인 공간과 경험을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경계를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의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 디자인 소장인 윌 카슨(Wil Carson)이 이끌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뉴스-레코드(Engineering News-Record)가 선정한 40세이하의 상위 20위 설계 전문가(Top 20 Design ProfessionalsUnder 40)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건축가협회(The AmericanInstitute of Architects), 헤이즈 브랜다이스 펠로우십(TheHays Brandeis Fellowship)의 예술 부문, 대통령 우수 환경 메달(Presidential Medal for Environmental Excellence)에서여러 상을 수상하고 각종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하면서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64North / 64North
  • 뤼흐트신헬 보행교 다리, 연결 그 이상
    로테르담의 중심에 위치한 호프플레인Hofplein은 한때 활기 넘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호프플레인은 주변 지역과 단절되기 시작했고, 센트럴 역과 베나Weena, 폼펜부르크Pompenburg에 둘러싸인 100,000m2에 달하는 공간이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많은 오픈스페이스가 버려져 방치되었고 비어있는 고층 건물이 늘어갔다.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낀 로테르담 시의회는 호프플레인을 되살릴 방법을 모색했고, 2011년 시티이니셔티브를 공모하는 등 새로운 사업가와 주민의 참여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당시 로테르담에 사무소를 두고 있던 ZUS는 호프플레인이 다시 활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2012년 로테르담 국제 건축 비엔날레IABR(International Architecture Biennale Rotterdam)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테스트 사이트 로테르담Test Site Rotterda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18개의 공간을 다리 하나로 엮어내는 뤼흐트신헬Luchtsingel 계획안이 완성되었으며,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가 만드는 로테르담I Make Rotterdam’이라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2012년 뤼흐트신헬 계획안은 ‘로테르담 시티 이니셔티브Rotterdam City Initiative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 후에도 2012년 친환경 건축상Green Building Award, 2013년 베를린 도시 참여상Berlin Urban Intervention Award, 2014년 로테르담 건축상Rotterdam Architecture Award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황금 피라미드상Golden Pyramid과 네덜란드 건설상Dutch Construction Award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3월 공사를 시작한 뤼흐트신헬은 지난 2015년 6월 완성되었다. 공중 운하air canal라는 의미의 뤼흐트신헬은 세계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에 전적으로 의존해 만든 공공 기반 시설이다. 뤼흐트신헬은 수십 년 동안 서로 떨어져 있던 로테르담 중심지의 세 구역―센트럴 역, 북부 지역, 비넨로테(Binnenrotte) ―을 다시 연결시켜 호프플레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다리뿐만 아니라 델프트제호프Delftsehof, 다카커Dakakker, 폼펜부르크Pompenburg 공원과 호프플레인 역사의 옥상 공원으로 이루어진 뤼흐트신헬은 호프플레인 경제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테르담의 중심과 북쪽 지역을 연결하는 390m의 다리는 총 다섯 개의 단계로 건설되었고, 그 길이와 복잡한 구조 때문에 부분적으로 만들어져 조립되었다. 노란 목재로 구성된 다리는 공중에 완벽하게 떠 있어 다리 아래를 지나는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으며 최근 재건축된 로테르담 센트럴 역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라우렌스 크바르티어Laurens Kwartier 지역을 연결한다. ArchitectZUS Project FirmHofbogen BV LocationLuchtsingel, Rotterdam, Netherlands Length390m Project Year2012 ~ 2015 Completion2015. 6. PhotographsOssip Van Duivenbode, Fred Ernst 2001년 엘마 반 복셀(Elma Van Bocel)과 크리스티안 코레만(Kristian Koreman)이 설립한 ZUS(Zones UrbainesSensibles)는 도시와 조경을 다루는 종합 설계사무소다. 로테르담과 뉴욕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 마르세유의광역 도시 구상, 미국 뉴저지의 뉴 메도랜드 계획,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음악당과 영화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펼쳐 마스칸트 젊은 건축가상(Maaskant Prize for Young Architects)을 수상하고 2012년 올해의 건축가(Architect of the Year)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반 복셀과 크리스티안 코레만은 시러큐스 건축 대학(Syracuse University School of Architecture)의 초빙 교수로 활동 중이며 뉴욕 시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소(Gentrifi cation Lab NYC)를 이끌고 있다.
    • ZUS / ZUS
  • 시르켈브로엔 다리, 연결 그 이상
    운하와 도시 생활 수변 공간은 외딴 해변이건 도심의 운하건 낭만적인 공간이다. 사람들은 물가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사시사철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특히 바다와 연결된 운하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데, 해수면 높이가 우기와 건기를 가릴 것 없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건물과 보행 공간을 운하 바로 옆에 위치시킬 수 있게 된다. 수변 공간으로의 접근성이 확대되면 수변 공간과 도심 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은 카약이나 카누든 혹은 좀 더 큰 배든 운하에서 바라보는 도심 공간은 완전히 색다르다. 도로보다도 낮은 눈높이에서 바라봄으로써 건축물과 조경 공간을 전혀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관점과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도심운하이지만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겐 건너갈 수 없는 장애물이 된다. 물이라는 공간과 도로라는 공간을 섞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다리를 이용하는 이용자들 중에는 건너편의 공간으로 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이용자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일시적 통행 구간으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주어진 조건과 예산에서 기능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다리라는 공간 자체를 수변 공간을 즐기기 위한 별도의 특별한 공간으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자전거족과 배를 위한 다리 시르켈브로엔이 위치한 곳은 코펜하겐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에서 사무실과 주거 지구로 들어가는 분기점에 해당한다. 코펜하겐에서 출퇴근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되는 교통수단은 승용차나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전거다. 그동안 크리스티안스하운의 서북쪽 지역에서 코펜하겐 중심부로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운하를 돌아서 가야만 했다. 이 때문에 운하를 가로지르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다리를 건설하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시르켈브로엔이 위치한 운하에 다리를 건설하는 문제는 쉽지 않았다. 먼저 예산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 위치가 부근 주민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위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위치이긴 하지만 그 외의 통행량은 아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다리를 건설할 경우 운하를 지나가는 배들의 통행을 가능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도개교跳開橋처럼 배가 지나갈 때 열리는 다리가 되어야 하는데다가 수변 일대는 코펜하겐의 랜드마크적 건축물과 새롭게 개발한 고급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다리의 디자인은 이러한 주변 공간과 어울리는 예술성이 요구되고 이는 또한 예산상의 제약으로 표출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리 앞에 위치한 노르데아 은행이 다리 건설을 위한 자금을 출연한 것이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다. 새로운 다리의 디자인은 아이슬란드 태생의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맡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많은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그렇듯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코펜하겐으로 이주해서 왕립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코펜하겐과 베를린에 디자인 오피스를 두고 일하고 있으며,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색과 빛 그리고 이들의 대비가 어떻게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탐구하고 있다. 대표적 설치 미술로는 스톡홀름, 도쿄 등의 강에 녹색 물감을 풀어 강의 색을 바꾸는 활동Green River(1998~2001)과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인공 태양The Weather Project(2003),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 설치한 폭포The New York City Waterfall(2008) 등이 있다. DesignOlafur Eliasson(artist), Studio Olafur Eliasson:Sebastian Behmann (architectural design), RobertBanovi´c(project architect), Jan Bünnig (prototyping) BuilderNordea-fonden(Nordea-fonden has built thebridge as a gift to the City of Copenhagen, which,now is responsible for its operation and maintenance. Nordea-fonden supports non-profi t and charitablepurposes) LocationChristianshavns Kanal, Copenhagen,Denmark Lengtharound 40m Water-clearance Height2.25m Total Length of the Rotating Partaround 25m Construction2012~2015 PhotographsAnders Sune Berg, Søren Svendsen
  • 다리, 연결 그 이상 Bridges, Beyond the Link
    •시르켈브로엔 _ 배준향 •뤼흐트신헬 보행교 _ ZUS •팔로 알토 어도비 크리크 보행·자전거 다리 _ 64노스 •도원지 수상보행교 _ 최신현 •장항 선셋 워터프런트 랜드마크 _ 김준현
    • 김정은, 김모아
  •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시나리오 젠트리피케이션, 몇 가지 시선
    성수동은 최근 ‘뜨는 동네’로 각광받는 동시에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고스란히 앓고 있는 문제의 현장이다. 10년 전 서울숲이 들어설 때 이미 성수동의 변화는 예견되었다. 서울숲 주변에는 갤러리아포레를 시작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줄줄이 세워지고 있다. 서울숲 북쪽으로는 사회적 기업, 비영리재단, 소셜 벤처 등이 모여들면서 이 일대가 핫 플레이스로 조명되고 있다. 한편 1950년대부터 형성된 낙후된 공장과 수제화 관련 매장이 혼재하는 성수동 2가는 문화예술인들이 개성 있는 작업실과 갤러리, 공방을 만들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의 여러 특색 있는 동네가 그러하듯 임대료 상승으로 동네의 변화를 이끌었던 이들이 쫓겨 나가는 현상도 빠르게 반복되고 있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상생협약을 맺는 등 지역 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성수동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적인 전망도 많다. 이제 성수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본지는 서울숲 조성 이후 성수동의 변화를 짚어보기 위해 도시계획 및 부동산 전문가인 서울대학교의 김경민 교수와 서울숲을 중심으로 도시 공원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이한아 사무처장을 만났다. 두 인터뷰이의 시각을 통해 공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함수를 느슨하게 살펴보고 성수동뿐만 아니라 우리 도시에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_ 편집자 주'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Q. 최근 유행처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한국의 현상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기보다는 상업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주거지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빈곤한 동네에서 극단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며 젠트리피케이션의 핵심이다. 두 번째는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지역에 문화·예술인들이 들어옴으로써 (소비 공간이 고급화된) 소매상 지구retail district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만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주거지 젠트리피케이션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1970~1980년대에 진행된 재개발을 주거지 젠트리피케이션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그것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만 문제시 하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의 자체를 좁게 보는 것이며 관련 연구가 축적되지 않았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지역으로 회자되는 인사동, 신촌, 홍대앞, 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 해방촌, 세운상가 가운데, 해방촌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쇠퇴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처럼 고급 주거·상업 지역은 아니어도 건강한 동네라는 의미다. 유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단어의 일반적 의미는 슬럼이나 다름없던 동네가 중산층의 주거지로 바뀌거나 소매상 지구로 바뀌는 현상이다. 즉 주거지의 용도는 유지되면서 환경이나 거주자가 변하는 것이다. 반면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는 용도가 바뀐다. 주택이나 기존의 문화예술인이 썼던 오피스가 소매상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도시에서는 이 두 가지 젠트리피케이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서촌에서는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지역 주민도 쫓겨나고 상인도 쫓겨났다. 즉 한국의 경우 건강한 동네에서 주거지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이 동시에 그리고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업화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극단적인 상업화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긍정적인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 동네의 환경이 개선되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도시계획가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시되는 지역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종착역은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서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만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바라본다면 문제를 잘못 파악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과 지역 커뮤니티의 관계 Q. 지난 1~2년 사이 서울숲 인근에 사회적 기업, 비영리재단, 소셜 벤처 등이 모여들면서 이 일대는 소위 뜨는 동네가 되었다. 그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곳에 모인 사회적기업이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A.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 보자면 (기업은) 당연히 지금의 위치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고가의 아파트가 갤러리아포레 아닌가.1 갤러리아포레 주변은 서울숲이라는 대형 녹지, 한강으로의 조망, 편리한 교통 등 고급 주거지로 부상할 만한 조건을 갖춘 동네다. 이 지역이 모두 개발되면 현재 사회적 기업들이 밀집한 곳은 고급 주거 단지의 배후지로써 상업화의 물결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곳이 소매상 지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인 루트임팩트2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그 기간을 단축했을 뿐이다. 소셜 벤처나 사회적 기업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카우앤독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러한 활동은 지역 자체를 바꾸게 되고, 이들은 원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젠트리파이어가 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했다. 사회적기업을 돕겠다는 의도는 선할 수 있으나 그 결과는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Q. 서울숲길 인근이 사회적 기업들이 활동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A. 지역 커뮤니티를 바꾸고자 한다면, 공장 지대인 대림창고 부근이나 가리봉동으로 갔어야 했다. 거기서 혁신을 주도하면서 기존의 산업 및 공업과 연계한 활동을 하면 된다. 사회적 기업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옆에서 혁신을 일으켜야지 주거지에서 활동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 종합 곡예를 하는 예술가,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 몇 가지 시선
    소위 ‘작가’ 또는 ‘예술가’로 불리거나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이들을 한두 가지 유형으로 묶어둘 수는 없겠지만, 그 내용과 형식이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정치적 함의를 가지든 그렇지 않든, 감각에 따른 것이든 이성이나 감성에 따른 것이든, 내 한몸 고사하면서 창작 욕구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만은 아마도 그들 공통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에 더해 예술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고, 훌륭한 작가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수도 있고, 명성을 쫓는 일을 떠나 예술, 철학, 사회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응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자가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런일들에 맞서겠다는 투쟁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고, 한편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팔리는 ‘비싼’ 작가가 되어 럭셔리한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동력이 무엇이든 대체로 애초부터 확실한 경제적 성공이나 안정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 예술가의 노력은, 바로 그런 이유로 ‘굶어 죽을지언정 빵보다는 장미를 택한다’거나 ‘그림 때문에 귀를 자른다’는 둥 딱히 반드시 예술성과 결부되지 않았어도 되었을 사례를 통해 보편화의 오류를 거쳐 신화화되거나, 반대로(그러나 같은 이유로) 부르조아나 한량들의 시간 때우기, 또는 엘리티시즘, 더 나아가서는 한낱 어린아이의 미성숙함 쯤으로 치부되고는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일원으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각지대에서 ‘기타 등등’으로 존재하며 쓸모없는 잉여인간으로 부유하던 예술가들이 돌연어떤 부분에서 필요한 사람들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값을 받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우리가 사실은 버티기 위해 종합곡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여기가 맹지인데, 자네 친구들 좀 불러서 건축 실험하고 그럴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나 지어서 레지던시같은 것도 좀 하고. (밤이면 늑대들이 울부짖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섬이라 조용히 작업 구상하기에도 좋을 거야.”또는, “미술 해요? 어머 잘 됐다, 그림 그리고 싶으면우리 동네 와요. 벽화 좀 그려 줘. 사람들한테 그림 알려지고 그러면 좋잖아? 나는 지금 빚까지 내어가면서(물론 그가 소유한 집이 있는 동네에) 마을 만들기 하고 있는거야.”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문화 예술계 언저리에서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최근에는 메이커스 문화나 신연금술, 인공지능 등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들에 매료되어 엿보기를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하여 활동하였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 지역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 합의 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젠트리피케이션, 쫓겨나는 사람들을 위한 블루스 젠트리피케이션, 몇 가지 시선
    지난 1월 28일 용산구의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나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자정 결의 대회를 열었다. ‘한국 공인중개사 용산구 지회장’과 ‘용산구청장’의 명의로 6개 항목의 ‘자정 결의문’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임대료 및 권리금 상승 담합’, ‘건물주에게 과다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행위’, ‘과다한 중개수수료의 요구’ 등을 금지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안정적인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행정구에서 지난 몇 달 사이에 발생한 이 사건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이제 학계를 넘어 업계를 거쳐 관계에까지 도달한현상으로 보인다. 방금 어렵다는 말을 쓴 이유는 아직도 이 단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인데, 어쩌면 이런 판단도 그릇된 것인지 모르겠다. 젠트리gentry라는 계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대학교 시절 ‘경제사’ 수업에서 몇 줄 읽은 게 전부다. 사실, 이제 그런 역사적 맥락을 뒤져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뜨는 동네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현재 한국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대략 ‘동네가 뜬다 → 임대료가 상승한다 → 임차인들이 쫓겨난다’로 요약된다.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자리에는 본격적으로 투자 혹은 투기를 수행하는 임차인이 들어오는 과정이 뒤따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영세한 구멍가게 자리에 대기업 편의점 체인이 들어서고, 아담한 동네 카페가 화려한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는 것이다. 한 주간지 기사가 “뜨는 동네의 역설”1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런 과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추상적으로 들릴까봐 몇 가지 예만 언급하겠다. 앞에서 언급했던 용산구와 성동구 이전에 종로구의 인사동과 삼청동, 마포구의 홍대앞과 상수동, 강남구의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등이 2000년대까지 뜨는 동네, 혹은 ‘핫 플레이스’의 대표적 장소였다. 세 곳의 성격은 각각 다르지만 2010년대 중반인 현재 이곳을 찾으면 여가와 소비를 위한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되어 십 수 년 전만해도 이곳에 예술가를 비롯하여 이른바 창의적 유형의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마치 거짓말처럼 들린다. 즉, 현재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뜨는 동네’가 다른 무언가로 변환되는 순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의 자정 결의안이 ‘자백’한 대로, 동네가 어느 정도 ‘뜬다’고 판단되면, 부동산업체가 건물주를 ‘들쑤시고’ 건물주는 이때다 하고 ‘갑질’에 나서면서 새로운 업체가 하나둘씩 투자를 하면 동네 전체의 성격이 본격적 상권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때깔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전의 세입자가 쫓겨나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 세입자들은 대체로 원주민(소상인)이거나 예술가다. 그 현실은 이렇게 건조한 문체의 글로 적는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힘겹고 눈물 나는 과정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본토에서는 이렇게 ‘쫓겨나는’ 현상을 ‘displacement’라고 부른다. 전치나 축출 등의 번역어가 신통치 않다면, 사전을 뒤져서 ‘제자리에서 쫓겨난 이동’이라는 뜻을 확인해 두자. 즉, 전치는 젠트리피케이션 동전의 이면이다. 따라서 ‘전치 없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있는가’ 등의 질문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곳에서 전치 당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전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길고도 난해한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리한다면, ‘뜨는 동네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젠트리피케이션의 핵심이다. 그러니 아직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그럴싸한 어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없애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럴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왜 그럴까? 이런 질문은 ‘뜨는 동네’에서 ‘뜬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뜨는 동네는 왜 그리고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신현준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및 국제문화연구학과 HK교수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문화 산업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후 정치경제학과 문화 연구를 접속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대중문화, 국제 이주, 도시 공간이 주요 관심 분야다. 2006~2007년에는 싱가포르 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방문연구원, 2008~2009년에는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교 방문교수, 2015년에는 듀크 대학교의 방문연구원으로 각각 재직한 바 있고, 국제 저널인 『Inter-Asia CulturalStudies』의 편집위원, 『Popular Music』의 국제고문위원을 역임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팝의 고고학 1960/1970』(2005, 공저), 『귀환혹은 순환: 아주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2013, 공저),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2013) 등이 있다.
    • 신현준[email protected]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및 국제문화연구학과 HK교수
  •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디즈니랜드 젠트리피케이션, 몇 가지 시선
    나는 현재 서촌 통의동에 거주하고 있다. 집과 사무실이 한 건물 안에 있는 직주근접의 삶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나의 졸저인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와 『무지개떡 건축』에 자세히 설명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건물은 개인 소유다.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내가 운영하는 건축설계사무실을 비롯한 몇 개의 작은 회사에게 임대하고 있다. 즉, 나는 지주이며, 건물주이며, 임대인이다. 나에게 원고 청탁을 한 배경에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미리 밝혀 둔다. 소유 지분의 상당 부분은 당연히 대출로 해결했으며 그 원리금의 상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서촌으로 이사 온 지 햇수로 14년째가 되었다. 따라서 완전히 ‘굴러온 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박힌 돌’도 아니다. ‘이웃사촌’이라는 표현은 낯간지러워서 못쓰겠다. 필요할 때 만나서 서로 상의하거나 힘을 합치는 정도다. 이사 온 직후 도시가스 간선 설치 문제를 두고 이웃적선동과 해묵은 갈등이 불거졌을 때 그랬고, 눈을 치우거나 골목길 주차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그리 한다. (주차와 관련해서 대놓고 싸운 경험 또한 물론 있다.) 몇 년 전 인근의 작은 공원이 사라지게 될 상황이 되었을 때는 사회적 명분이 뚜렷했기 때문인지 이웃들 못지않게 다른 지역 사람들도 많이 모였고 결국 없던 일로 만들었다. 긴밀하게 참여해 온 지역 단위의 움직임은 ‘오픈하우스 서촌’이나 보안여관이 주최하는 벼룩시장 정도다. 자율 방범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다소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이웃 및 경찰들과 순찰을 돈다. 결론적으로 이웃과의 관계는 이전에 아파트 단지에 살았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어차피 도시에서의 삶은 여러 변수들로 구성되는 인간관계의 맵핑mapping에 의해 결정된다. 공간적 인접성, 오래된 역사, 골목길과 같은 물리적 요소 등은 그 변수의 일부일 뿐이다. 직업적으로는 스스로를 ‘동네 건축가’라고 불러왔다. 동네에 대해서 주민으로서의 입장을 넘어서는 건축적, 역사적 차원의 관심이 있다. 그리고 서촌 및 북촌, 광화문 일대를 대상으로 다수의 작업을 수행해 왔다. 지금은 작업 범위가 넓어졌지만 건축가로서의 나의 경력이나 건축적 사고의 많은 부분은 이 지역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동네의 여러 문제에 매우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노라고 할 정도는 아니기에 그런 점에서 ‘동네 건축가 1.0’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개념도 앞으로 좀 더 진화하기를 바란다.여기까지가 주로 사실의 기술이라면, 이제부터는 의견을 제시한다. 오늘날 서촌의 화두는 단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그리고 디즈니랜드화disneyfication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동일시할 성격은 아니다. 디즈니랜드화하지않고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또 그 반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이것은 시장 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일종의 부작용이므로 사회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차원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시장 경제 자체를 부정하며 완전히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인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며, 이 글의 주제나 사회적 통념과 거리가 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제도적 개입이다. 시장 경제 자체는 인정하되, 법과 제도 및 행정력을 통해 그 부작용의 해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사회라도 각종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적 개입은 존재하며, 그것은 종종 놀랄 정도로 강력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프랑스의 파리 시가 얼마 전에 발표한 구도심 내 주거용 건물의 매매에 대한 제한 규정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각종 건축 심의에서 제시되는 내용들도 그러하다. 2016년 현재 서촌 일대에 적용되고 있는 건축 행위에 대한 강제적 제약은 법리적으로는 심지어 위헌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다. 하지만 사유 재산권에 대한 이러한 공공적 개입 자체를 원론적으로 부정하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차와 관련된 합리적인 법률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보다 일선 행정 기관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것은 역설적으로 흥미롭다. 마침 몇몇 지자체가 앞장서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 그 좋은 예다. 건축가황두진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 서촌으로 이주한 이후 구도심에서의 경험을 배경으로 자신의 건축적 생각을 키워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 건축가지만 한옥 작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대표작으로는‘가회헌’, ‘춘원당 한방병원 및 박물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원앤원 빌딩’ 등이 있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2005, 해냄), 『한옥이 돌아왔다』(2006, 공간사), 『무지개떡 건축』(2015, 메디치미디어) 등을 펴냈다. 서울시 건축상, 대한민국 한옥 대상,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 대상,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 유산상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