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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b D+H] 도시재생의 스트리트 배틀
    랩디에이치(Lab D+H)의 설립 이래 도시 이곳저곳의 틈에 독특한 공공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물론 그 모든 시도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쇠퇴한 건물의 재개발이든 도시 중심부의 랜드마크든 관계없이 대부분의 주된 설계가는 건축가가 되고 조경가의 역할은 작게 설정된 제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중국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는 건물의 언어, 구조 및 공간의 질서만이 강조되고 시민들의 삶은 의사 결정자와 디자이너에 의해 무시되고 점차 사라져갔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구시가지의 버려진 골목에서 일종의 ‘스트리트 배틀(street battle)’을 시작했다. 다소 치열하게 느껴지는 어휘를 사용한 이유는 단지 물리적으로 좁은 골목 같은 공간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관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 [Lab D+H] 용칭 지구 Yongqing Fang
    근래 중국 도시 개발은 도시의 확장에서 구도심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정부와 계획가들은 구도심의 잠재력을 도시 활력의 구심점이자 도시재생 및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삼고 있다. ‘용칭 지구(Yongqing Fang)’재개발 또한 일상과 동떨어진 상업적 프로그램으로 구도심을 채우고 부지의 역사를 박제하는 데 그치는 상의하달식(top-down)계획에서 탈피해 섬세하고 미시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지역 커뮤니티의 참여,주민의 삶의 질 향상,여가가 혼합된 프로그램,기존 건물의 특성을 살리는 방식,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원칙에 방점을 두고 재개발 지역에 지속적으로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전통 문화가 살아 있는 지역 광저우의 서쪽 구도심 시관(Xiguan)은 광저우 읍성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주거 및 상업지가 분포하며 리완(Liwan)지역의 전통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광저우의 아름다운 길로 알려진 언닝 가로(Enning Road)는 시관의 중심 거리다.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과 함께 옛 도시의 기억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길을 따라 늘어진 전통 치러우(Qilou)주택을 통해 링난(Lingnan)건축의 뛰어난 조화미를 살펴볼 수 있다. ‘언닝 가로 재개발 계획(Enning Road Redevelopment)’에 포함된 용칭 지구는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특색 있는 건축물들의 집합소다.낮고 긴 형태의 대나무 튜브 하우스(tube house)가 전통 가옥 옆에 자리하고,남중국 건축 양식에 서양 및 근대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전통 작업장의 기능공들과 거리 문화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링난 문화를 살펴볼 수도 있다.용칭 지구에서의 삶은 광저우의 다른 현대 도시와 다르다.느린 속도의 삶,커뮤니티의 결속력과 강한 전통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Lab D+H Design TeamLi Zhongwei, Zhong Huicheng, Lin Nan,Liang Zongjie, Lan Hao ClientGuangzhou Vanke LocationGuangzhou, China Area4,955㎡ Design2016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
    • Lab D+H
  • [Lab D+H] 상하이 믹시몰 Shanghai MixC Mall
    상하이 믹시몰(Shanghai MixC Mall)은 우중(wuzhong)거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이를 둘러싼 녹지 구역이다.대상지는 상업성이 강한 쇼핑몰 전면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면적의80%이상을 공공 녹지가 차지해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는 곳이다.또한 인근에 지하철 노선 두 개가 교차하며 건너편에 또 다른 큰 규모의 쇼핑몰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따라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동시에 상업적이며 공적인 성격이 하나로 통합된 도시 공원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세 개의 입구 주변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열린 광장을 마련하고,광장 사이 폭40m의 공공 녹지는 풍성한 수목으로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광장 경계부는 유연한 활용을 목표로 설계됐는데,길게 뻗어나가는 다채로운 질감의 석재 포장 패턴은 사람들의 활동과 프로그램을 담는 캔버스가 된다.광장 둘레에는 긴 벤치와 플랜터 벽을 놓았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Choi Youngjoon Team Member of DesignerTai Hao, Lan Hao, Ling Qimei LocationShanghai, China Area75,243m2 Design2016.12. ~ 2017. 7. Construction2017. 6. ~ 2017. 9.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
    • Lab D+H
  • [Lab D+H] 옌타이 산 역사박물관과 골목길 재생 Yantai Mountain Historical Museum, Regeneration of Historical Alleyways
    대상지의 역사와 현재 푸저우는1841년 아편전쟁 이후 난징 조약에 의해 개항된 다섯 개의 항구 중 하나다.특히 옌타이(yantai)산은 차(茶)의 세계적인 무역이 이루어지던 곳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교역의 중심지였다.당시 영국,미국,프랑스,네덜란드 등17개국 이상의 영사관, 40여 개의 중개상, 30여 개의 외국 기업, 14개의 교회,수십 개의 선교사 학교가 자리 잡기도 했었다.이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 대부분이 보존되며 옌타이 산은‘세계 건축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아홉 개의 골목길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 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며 옌타이 산 일대는 경기 침체를 맞았다.좁고 구불거리는 골목길이 산을 오르내리기에 좋은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원주민이 떠나고 새로운 이주민이 유입되며 대상지의 전통성이 옅어졌고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아홉 개의 골목길을 비롯해9헥타르에 달하는 옌타이 산 전역이 도시재생 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됐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Zhong Weili Team Member of DesignerZhong Weili, Lin Nan, Xu Jie,Zhou Jian, Fan Yufei, Zhang Jiaqian, Li Xiujuan, Qin Chao,Hui Lili, Qian Liu ClientFuzhou Vanke Company LocationYantai Mountain, Fuzhou, China Area9,000㎡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
    • Lab D+H
  • [Lab D+H] 청두 워크타임 레지덴셜 가든 Chengdu Walktime Residential Garden
    주거 단지 안의 정원 ‘청두 워크타임 레지덴셜 가든(Chengdu Walktime Residential Garden)’은 고층 주거 타워에 둘러싸인 중정이다.대상지는 다섯 동의 주거 타워와 쇼핑몰이 함께 있는 복합 주거 단지이며,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독립 예술가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다.단지 내 소규모 정원과 더불어 중·대규모의 공공 공간을 한데 통합하고 활기가 넘치는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프로젝트의 전략‘라이프스타일의 모자이크(Mosaic of Lifestyles)’는 모자이크 패턴으로 이루어진 중정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의 다채로운 생활 방식을 수용하는 공간을 마련한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Choi Youngjoon Team Member of DesignerChoi Youngjoon, Zhong Huicheng,Huang Jin, Lin Miao, Liang Zhongjie, Deng Liujun, Ouyang Qiong ClientChengdu Longfor Company LocationChengdu, China Area320㎡ Completion2017 PhotographsArch-Exist
    • Lab D+H
  • [Lab D+H] 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 테트리스 스퀘어 Vanke Cloud City Tetris Square in Guangzhou
    픽셀 커뮤니티 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2단계는 저가형 주택,소형 아파트,스타트업 사무실,쇼핑몰,외국인 학교 등으로 구성된 주상 복합 단지 개발 프로젝트다.복잡하게 혼재된 구성 요소를 감싸는 조경 프레임워크를 통해 완전하고 풍부한 픽셀 커뮤니티(pixel community)를 만들었다.그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이 프레임워크는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상업 광장 북서쪽 모퉁이에 테트리스 스퀘어(Tetris Square)가 조성됐는데,이6,000㎡크기의 광장은 인근 지역 공동체의 가장 큰 공공 공간이다. 작은 공원 상업 구역 한가운데 위치한 테트리스 스퀘어는 인접 오픈스페이스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공원으로 기능한다.광장의 양측 입구에는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했다.그 중심 공간인 패밀리 포켓(family pocket)은 다채로운 형태로 설치된 해먹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인근에 자리한 프리 아일랜드(free island)에서는 입체적 놀이 시설을 이용해 운동과 놀이를 즐길 수 있다.이외에도 클라우드 커튼/마운틴(cloud curtain/mountain),파빌리온,야외무대 등 다용도 시설이 배치되었는데,그중 삼각형의 야외무대는 이벤트 장소이자 인근 외국인 학교의 야외 교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Zhong Huicheng Team Member of DesignerSong Feimin, Lan Hao,Choi Youngjoon, Yuan Shaozhong, Ye Wanlu,Deng Liujun, Xiao Bingru, Shen Yongkai ClientGuangzhou Vanke LocationGuangzhou, China Area6,000㎡ Design2016. 6. ~ 2017. 7. Construction2018. 1. ~ 2019. 2. Completion2019 PhotographsHoli(Arch-Exist), Tang Xi, Song Femin
    • Lab D+H
  • [Lab D+H] 쿤위 산 휴게 스테이션 Rest Station in Kunyu Mountain
    쿤위 산 국립공원을 위한 시설물 중국 쿤위(Kunyu)산 국립공원에서는50k㎡에 이르는 자연 보호 지역의 여러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우리는 국립공원 내 공공 시설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맡아 공중 화장실을 설계했는데,다양한 지형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 구조를 제안했다. 아늑한 휴게 공간으로서의 화장실 영어 단어 레스트룸(restroom)은 화장실이 휴게 공간임을 암시한다.기본적인 화장실 기능만 갖춘 공간보다 아름답고 아늑한 쉼터를 조성해 이곳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소통하기를 바랐다.휴게 스테이션이 조성될 곳은 숲 경계 부근 고산 식물원이 자리한 단구 지대였다....(중략)... *환경과조경374호(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Principal in ChargeZhong Huicheng Team Member of DesignerChoi Youngjoon, Liang Zongjie,Huang Jin, Lan Hao, Song Feimin, Xiao Bingru LocationYantai, China Area6,000m2 Design2017 Construction2017. 3. ~ 2018. 2. Completion2018 PhotographsXi Tang, Yu Conggang
    • Lab D+H
  •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Pyongyang, An Unknown City
    멀지 않지만 다가갈 수 없던 곳, 북한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이후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들뜬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머지않아 남북한이 경제, 문화, 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된 남과 북의 단절은 상대에 대한 몰이해를 초래했고, 우리는 줄곧 왜곡된 상상에 기반해 북한의 모습을 그려왔다. 이번 기획은 북한의 수도 평양을 살펴봄으로써 북한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사회주의 체제와 이념이 고스란히 반영된 도시의 형성 과정과 변천사를 살피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넌지시 헤아려 보고자 한다. 나아가 평양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 넘치는 기획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북한의 도시 공간에 대한 탐사 없이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필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북한 도시에 대한 시각을 확장하고 평양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흥미로운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 편집부
  •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사회주의 도시, 평양
    평양은 만주로부터 한반도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고구려 시대부터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히던 곳이다.특히 조선 시대에는 대동강과 보통강을 끼고서 네 겹의 성벽이 건설되었는데,석축으로 된 내성 내부에는 평안도 감영과 객사를 비롯한 주요 행정 및 군사 시설이 모여 있었다.내성의 규모도 다른 읍성에 비해 큰 편이어서6,000여 세대의 주민이 내성 안팎에서 상업과 군역에 종사하며 삶을 영위했다.그렇지만 개항 이후 성곽 도시로서의 평양은 급격하게 변모해 나갔다.경의선 철도가 외성을 관통하고,그 한가운데 평양역이 건설되었다.또한 내성의 일부가 허물리고 그 주위로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 거점이 들어섰다.숭실학교와 광성학교 등이 바로 이곳에 설립되어 학생들을 교육했다.평양은 해방 이전까지 한반도에서 기독교 세력이 가장 왕성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일제 식민지기 평양은 다른 한국의 도시들처럼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경의선 철도가 부설된 이후 조금씩 몰려오던 일본인들의 수는 1910년 강제 병합 이후로 일본 군대가 주둔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그들은 평양역 주변에 정착하여 일본인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평양은 내성 지역의 한국인 구역과 평양역을 중심으로 한 일본인 구역으로 이분되었다. 1920년대 평양부는 시구 개정을 실시하여 이 두 구역을 연결하고자 했으나, 분리된 도시 구조는 해방 전까지 해소되지 못한 채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이같은 식민지기의 도시 구조는 한국전쟁 동안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오늘날 대동문과 모란봉 부근의 일부 성벽이 복원되어 과거의 흔적을 전해주고 있을 뿐이다. 평양은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는 고도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역사적 유적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고유한 도시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렸다. 하지만 전쟁이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고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면서, 전후에 북한 정권은 평양을 철저한 사회주의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전후 복구와 도시계획 김일성은 전쟁 중이던 1951년 1일 평양복구계획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고, 그해 5월 평양에 대한 최초의 도시계획안을 완성했다. 이 계획안은 건축가 김정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일성의 배려로 북한의 첫 번째 해외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모스크바에 있는 소련 건축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 전쟁이 치열했던 1951년 1월에 귀국해 평양시 복구계획을 맡았다.11951년의 계획안에는 검게 칠해진 도시 블록과 도로망이 간단하게 그려져 있다. 이 계획안에 등장하는 가장 큰 특징은 김일성이 제시한 것으로, 첫째 일제 식민지기에 형성된 평양의 기형적인 시정하고, 둘째 광범한 근로 인민을 위한 문화 시설과 편의 봉사 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도시로 복구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2 이렇게 작성된 평양복구계획안으로 김일성은 1952년 5월 모란봉지하극장에서 전람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대동강 유보도 계획안, 도심 중심부 형성안, 고층 살림집과 대상 공공건물 설계도가 함께 전시되었다.3 이 전람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1953년에 내각 결정 제125호 ‘평양시 복구재건에 관하여’를 발표했다. 이는 전후 평양복구계획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시의 기본을 보존하면서 주택, 산업 및 교통의 옳은 배치와 도시 주민 생활의 정상적 건강 조건을 보장하는 주택 구역을 옳게 조직하는 것이다. 대동강을 도시의 축으로 설정하며, 대동강을 따라 구릉 기복 조건에 어울리게 건축물을 배치하며, 김일성광장을 남산 동쪽 기슭에 건설하며, 대동강과 평행되면서 하류에 공장, 기업소를 배치하며, 주택 지구를 녹화하고 도시 주변에 녹지대를 형성할 것 등이다.”4이는 1953년에 작성된 평양시복구건설총계획도에 반영되어 있다. 1950년대 중반에 등장한 평양 도시계획안은 기존의 방향을 충족시키면서 몇 가지 새로운 제안을 담고 있다. 우선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된 도시 축을 대동강 좌안까지 확장해 더욱 강조되도록 했다. 대동강을 평양 도시계획의 중심 요소로 포함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도시 축을 명료하게 구성한 것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73호(2019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이왕기, 『북한 건축 또 하나의 우리 모습』, 서울: 서울포럼, 2000, p.130. 2. 김일성, 『김일성 저작집』 제6권, 평양: 조선로동당, 1980, p.280. 3. 평양건설전사 편찬위원회 편, 『평양건설전사 2』, 평양: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7, p.144. 4. 리화선, 『조선건축사 2』, 평양: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89, p.104. 정인하는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의 건축 역사 및 이론 담당 교수다. 1987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프랑스 파리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한국에 귀국한 이후 동아시아 건축 및 도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이와 관련된 다수의 논문과 저작물을 발표했다.
  •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북한 도시의 축, 광장과 상징 공간
    포스트 평창올림픽 2018년은 한반도에 새로운 물결이 휘몰아친 해다. 베트남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조금 상황이 달라졌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되어 올 초까지 이어져 온 남북 화해의 흐름은 한반도 혹은 적어도 한국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성과로 북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2000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의 분위기는 조금 더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때만 하더라도 통일은 한국인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하나의 대전제였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 국민들은 북한을 이해하기보다는 북한과 통일된 한민족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정치적 논의를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 20년이 흐르고 북한에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논의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두 나라가 정치적 통합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닌 북한 사회의 변화와 자본화, 이러한 변화에 따른 한국과의 교류 가능성, 한국의 경제 성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즉 한국인들이 진정으로 북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북한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여 년간 북한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외부 강연을 다녔지만, 작년 한 해처럼 청중들이 북한의 도시, 더 나아가서는 북한의 부동산투자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한 적은 없었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질문이 “평양은 전기가 잘 안 들 어온다던데 엘리베이터는 작동하나요?” 혹은 “어떠한 방식으로 통일이 돼야 할까요?” 하는 식이었다. 강연 내용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피상적 호기심에 근거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최근 강연에서는 많은 변화를 느낀다. 북한에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평양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과연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일까, 북한에 돈주(북한의 신흥 자본가)가 많아졌다는데 그들을 통해 북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국인이나 외국인은 없는가 등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진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인지 더 많은 사람이 북한의 도시와 도시 공간에 대해 알고자 하기도 한다.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도시를 알아야 하고, 또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 사회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도시의 핵심 공간, 광장 우리가 북한의 도시 혹은 평양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밟아야 하는 과정은 김일성광장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이 도시 공간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그들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사회를 이해해야만 건설적인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우리가 김일성광장을 객관화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곤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건축과 도시를 다루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객관화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믿고 있다. 흔히 그리스의 아고라(agora)나 로마의 포럼(forum)에서 광장의 원형을 찾곤 한다. 이는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도시 공간이었다. 실제로 아고라는 그리스어로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는 곳이었으며 지도자의 연설을 듣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스어 agorázō는 “I shop나는 구매한다”을 의미하고, agoreúō는 “I speak in public나는 공개 석상에서 이야기한다”을 뜻하는데, 두 단어 모두 아고라가 그 어원이다.1 즉 광장이라는 도시 공간에는 두 가지의 매우 중요한 성격이 함축되어 있는데, 시장과 공공이 그것이 다. 특히 시장은 도시의 근본적 기능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는 생산한 물품을 거래할 공간의 필요성이 도시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만큼 시장은 도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기능이며 도시의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아고라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로마의 포럼처럼 아고라는 대중이 집결해 연설을 듣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도시 공간이었다. 그리스의 정치를 발전시킨 물리적 공간 중 하나인 것이다. 렘 콜하스는 프랑스 혁명 등의 시민 혁명은 18세기 건축에서 나타난 발코니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혁명가 혹은 지도자가 3~4층 높이의 발코니에 올라 많은 대중을 상대로 연설할 수 없었다면, SNS는 물론 TV나 라디오도 없던 시절에 시민 혁명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과연 광화문광장이 없었다면 정치 민주화를 위한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광장의 근원과 기능은 유럽 도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동아시아와는 달리 유럽의 광장은 교황이나 주교가 회중을 모으기 위한 공간, 왕이 군대를 집결시키거나 퍼레이드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기원한 사회주의 도시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은 사회주의 도시 건설을 위한 ‘도시 디자인의 16가지 원칙(The Sixteen Principles of Urban Design)’을 발표했는데, 그중 여섯 번째 원칙은 다음과 같다. “도시의 중심지는 도시의 핵심 공간을 형성한다. 도심은 도시의 정치적 중심지다. 도심에는 중요한 정치적, 행정적, 문화적 장소가 자리한다. 도심의 광장에서는 정치 데모, 행진, 축제 등이 일어난다. 도심은 가장 중요하고 기념비적 건물로 구성되어야 하며, 도시 계획의 건축적 구성을 지배하고 도시의 건축적 실루엣을 결정해야 한다.”2이처럼 사회주의 도시에서는 도시의 중심성에 주목하고 광장의 기능을 강조했다. 상징적 건축물 등으로 구성되는 이 공간에서 정치적 집회나 행진, 축제를 위한 행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주의 도시가 유럽의 도시 문화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광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를 ‘사회주의화’했을까. ...(중략)... * 환경과조경 373호(2019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Sharon Boda, Trudy Ring, and Robert Salkin, eds., International Dictionary of Historic Places: Southern Europe, Routledge, 1996, p.66. 2.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center forms the veritable core of the city. The center of the city is the political center for its population. In the city center are the most important political, administrative and cultural sites. On the squares in the city center one might find political demonstrations, marches and popular celebrations held on festival days. The center of the city shall be composed of the most important and monumental buildings, dominating the architectural composition of the city plan and determining the architectural silhouette of the city.” Lothar Bolz, Von deutschem Bauen: Reden und Aufsatze, Berlin(Ost): Verlag der Nation, 1951, pp.32~52. 3. 김정희, 『도시건설』, 평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학원, 1953. 임동우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도시설계전공 전임교수이며, 프라우드 건축사사무소 대표다. 2013년 뉴욕건축가 연맹의 젊은건축가상을 받았으며,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의 참여 작가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평양전-평양살림의 총감독이었으며,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평양전의 총괄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리닝 하우스(Leaning House), 이그레스 하우스(EEgress House), 투란단다사나 하우스(Tuladandasana House) 등이 있으며,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2011), 『북한도시 읽기』(2014), 『도시화 이후의 도시』(2018) 등을 펴냈다.